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은 Jan 26. 2020

여행 짐 싸기 2018

nomad artist_노마드 아티스트_2

2018 나의 짐




2018년의 배낭


당시에는 외주를 많이 했는데 일단 일이 있다고 하면 무조건 오케이 하던 시기였다. 몇 가지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체력으로도 지치고 개인적인 일이 겹치고 겹쳐서 힘든 시기이기도 했다. 약을 복용하기도 했고 현실에서 탈출할 수 있는 변화가 절실했기 때문에 일단 런던행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평소 궁금증이 있었던 영국과 프랑스를  길게, 스위스와 암스테르담, 비엔나, 이탈리아는 짧게 계획했다. 여행은 원래 좋아하는 편지만 혼자서 해외를 나가본 적은 없었는데 두려움은 전혀 없었다. 다들 혼자 가던데 뭐. 2018년 가을, 33일의 유럽여행을 떠났다.  




2018년의 미니멀-하게 짐 싸기


비행기표는 일단 예매했으니 여행 준비를 시작했다. 사실 출발 당일까지 프로젝트 마감이 있어서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세부적인 계획을 꼼꼼히 짜는 스타일이 아니어서(귀찮아서) 하루 만에 숙소 예약을 먼저 다 해버리고, 도시 이동 교통편을 예약했다. 그리고 짐을 싸기 시작했는데, 배낭을 가져갈 것인가 캐리어를 끌고 갈 것인가 고민이 되었다. 유럽 길의 상태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나 지하철이 있을 경우 내 손목 힘(손목 힘이 심각하게 약하다)으로 캐리어를 들 수 있을지 등 몇 가지 가정을 해보니 캐리어는 내가 감당할 수 없었고 배낭을 가져가야 했다. 배낭여행에 대한 약간의 로망도 있었다. 큼큼. 백팩을 구매기 위해 검색하다가 튼튼해 보이고 도난방지나 잠금장치 등의 기능성이 좋은 팩 세이프 vibe 40을 발견했다. 일반적인 캐리어보다는 짐이 적게 들어가는 사이즈였다. 이 백팩의 장점은 미니멀-하게 짐을 쌀 수 있다는 것, 적은 짐을 가지고 생활을 해보는 실험이 재미있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주문을 하고 백팩이 택배로 도착하자 실물로 영접한 vibe 40은 심플 그 자체였다. 배낭을 보고 설레기까지 해 버렸다. 캐리어 형태여서 그런지 생각보다 더 짐이 적게 들어갔다.  단순하게 짐을 꾸려야 했다. 

2018년 짐 싸기 목록 (+ 맥북 프로 15인치)




2018년의 그래도 향수 못 잃어..


배낭의 무게는 자신의 몸무게의 10% 정도면 적당하다고 한다. 짐을 모두 담은 배낭을 메고 몸무게를 쟀다. 짐은 총 7킬로 정도. 좀 무거웠지만 기내용으로 반입 가능한 사이즈와 무게였다. 이제 와서 목록을 보니 뭘 너무 많이 가져갔구나 싶지만 그때는 당연히 필요해서 챙겼을 것.. 물론 지인이나 친구들의 캐리어 짐에 비해 아주 간소했으며 여행을 다니면서 짐이 그것밖에 없냐는 소리를 자주 들을 정도로 미니멀한 짐이긴 했다.

나는 향기가 나는 것들을 좋아하는데 특히 향수에 대해서는 지갑을 여는 편이다. 우드, 그린, 머스크, 파우더, 스파이시 등의 향의 꽃이 아닌 자연적이거나 무거운 향이 취향이다. 면세점에서 뭘 잘 사지 않는 편이지만 참지 못하고 머스크 향수를 하나 구매했다. 런던의 딥티크 매장에서 무화과 향의 필로시코스를, 이탈리아의 피렌체에 위치한 산타 노벨라 매장에서 프리지어와 스파이시한 머스크 향수 두 개를 구매해버렸다. 가지고 다닌 향수만 총 4개… 내가 탔던 항공사들의 기내 수화물 무게는 보통 7kg이었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몇 개의 옷을 버려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갈수록 짐이 줄었고(향수들 제외하고) 상단의 영상에서 나오는 정도의 적은 짐으로 여행했다.  




2018년의 마음은 유목민


이후로도 몇 달간은 그 배낭 안에 있는 것들로만 생활을 했는데 그 이유로 첫째로 정말 편했다. 가져간 옷들 대부분이 구김이 잘 가지 않는 옷이었기 때문에 대충 빨아서 널어서 입으면 됐고 옷을 고르는 시간이 절약되었다. 물건의 위치를 전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물건을 찾느라 낭비하는 시간도 줄었고 일단은 물건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다. 둘째로는 계속 떠나 있고 싶어서. 기회만 된다면 어딘가로 다시 떠나고 싶었다. 떠나기 위해 하나의 제약은 작업 도구들이었다. 물론 작업 과정에서 영상 편집이나 그래픽 작업의 경우는 노트북만 있으면 해결이 되지만, 애니메이션 소스를 촬영하기 위해선 필요한 촬영장비, 조명들, 수작업 재료들과 도구들이 한 바가지였다. 절대 이동하며 할 수 있는 작업 스타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남은 삶에서 나에게 더 맞는 도시를 찾기 위해, 내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로 살며 행복하게 일을 하기 위해 작업 스타일을 바꿔서 2020년인 지금, 다시 떠나기로 했다.   









voeun.j@gmail.com


INSTAGRAM

BLOG

YOUTUBE

매거진의 이전글 202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