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mad artist_노마드 아티스트_7
베트남 3일 _ 달랏에서의 첫날
나짱에서의 1.5일, 달랏에서의 1.5일이 지났다.
숙소가 오버부킹 되어 2층의 넓고 어두운 방에서 하루를 지냈는데 소음이 많이 들려서
중간중간 깼고, 문을 열어놓은 탓인가 이상한 벌레가 나는 소리에도 몇 번 깼다.
아침부터 외로움이 부쩍 느껴지는 날이었다.
외로움이 맞는 건가 혼자 있다 보니 말을 많이 하지 않으니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숙소 직원은 엄청나게 친절한데, 자꾸 나중에 비용을 내라고 한다. 왜지.
아무튼 친절하긴 하다.
그 직원이 안 카페를 추천해줘서 갔다. 블로그에서 봤던 그 카펜데,
들어가 보니 거의 야외 좌석이라서 오늘도 노트북 배터리가 다 되면 나가야겠구나 하는 와중에
온 좌석마다 있는 콘센트가 보였다. 와우.. 맨날 와야지 생각했다.
9시가 안 되는 시간이었는데, 거의 꽉 찼다. 점심쯤까지 작업을 하며 파스타와 커피를 마셨는데,
나가려고 하자 직원들이 디자이너냐고 묻고 관심을 보였다.
코로나 때문에 한국인을 멀리하지 않을까 했는데 다행이기도 했다.
이제까지 기분 나쁘게 느낀 건 어제 나짱에서 달랏 리무진 기사가 거의 두 시간 동안 창문을 열어둔 것 말고는 없는데, 계속 부정적인 글이나 이야기를 들으니 겪지도 않았으면서 몸을 사리게 되는 것 같다.
점심이 지나고 우체국에 가서 여권을 비자 사무실로 보냈다.
우체국으로 향하는 길은 정말 아름다웠는데, 한국의 도시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아주 큰 나무들과 온갖 색의 꽃들이 만발했다. 우체국에서 우편을 보낸 후 숙소에 들어왔다.
방의 크기는 같은데 맨 위층이라서 좀 더 조용했고 더 깔끔해서 기분이 좋아졌다. (햇빛도 많이 들었다.)
옷장에 옷을 모두 거니 내 방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가져온 엽서를 몇 장 벽에 붙여놨다.
숙소에서 작업을 하는데, 영상을 옮기느라 시간이 비자 심심해지기 시작했다.
달랏에 도대체 한국인이 한 명이라도 있는 건가 하고 검색을 해보기도 했다.
여행지에 가면 항상 한국인들은 어디에나 있어서 그래도 안심이라고 해야 하나 말이 통할 구석이 있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아무도 없구나 싶은 생각에 기분이 조금 다운되고 울적해졌다.
저녁을 먹을까 하고 밖에 나갔는데, 또 캣 콜링을 하는 아저씨들을 만나서 기분이 더 다운됐다.
이전에도 느낀 거지만 마냥 좋은 여행은 없다.
마땅한 음식점도 눈에 보이지 않아서 노점 카페에서 블루베리 요구르트를 사고 저녁을 때웠다.
베트남 4일 _ 달랏에서의 적응기
나는 겁이 많다. 신중하지는 않지만 행동하기 전에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해보는 사람이고,
새로운 것에 자극을 많이 받기 때문에 여행을 좋아하고 그만큼 그 자극에 예민한 사람이다.
재작년 혼자서는 처음으로 해외를 갔다. 그렇게 많이 다니지는 않았지만 친구라던가 엄마라던가 항상 옆에는 누가 존재했다.
런던에 도착했을 때 며칠 동안 몸이 좋지 않았다. 내가 가본 나라 중 더울 때나 더운 지역에 가본 적이 없는데
그곳들은 항상 추웠지만 그렇게 우울하지는 않았다.
마음이 안 좋으면 몸으로 나타난다는 게 맞는 것 같았다.
베트남에 도착하고 벌써 4일이나 지났다.
나짱에 적응되려고 하기도 전에 달랏에 도착했고, 오늘은 2일째 되는 날이다.
적응이 되려면 한참 멀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이 새로운 곳에 대해 눈치를 보고,
고민하고, 불안해하고 있다. 그래도 오늘은 어제보다는 나았는데, 숙소 직원이 아침에 오늘은 몸 괜찮냐고 아프냐고 한 말을 또 곱씹었다.
한국은 지금 코로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반면 이곳은 놀라울 정도로 평온하고 안전하다.
오토바이의 매연 때문에 모두가 마스크를 쓰는 게 일상 이서일까 대처를 잘해서일까.
이곳에는 한국 혐오가 번지고 있는데 이 때문에 더 위축되는 것 같다.
나는 걸리지 않을 거라는 오만함도 존재했고 내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게 싫었다.
한국인에 대한 시선을 마땅히 감수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막상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꽤 상처를 받을 것 같다.
발리로 떠나기 전까지 많은 날이 남았다.
이동안 내가 원하지 않던 어쩔 수 없는 일도 생길 것이고 잘 극복해야 하는 것도 나의 선택 때문이다.
오늘은 처음으로 쌀국수를 도전했다.
약간 달갑지 않은 것에 익숙해졌고, 꽤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오늘도 안 카페에 가서 열심히 작업을 했다. 외주의 시안을 다시 작업하고 있는데, 아이패드를 가져온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프로 크리에이터로 작업했는데, 질감의 느낌이 수작업과 유사해서 왜 이제까지 몰랐을까 생각했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주변을 구경했는데 마침 해도 들지 않았고 바람은 선선하고 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큰 마트에 가서 안드로이드 케이블을 구매했다.
(카메라 사진 옮기는 용도) 과자와 물과 요구르트도 구매했는데, 물을 왜 거기서 산 거지.
30분 동안 걸어오면서 들고 오는데 던져버리고 싶은걸 참았다.
돌아오는 길에 반미도 테이크아웃했고 도착해서는 스트레칭을 좀 하고 작업도 어느 정도 진행했다.
조금 적응이 된 것 같으니 내일부터는 작업 강도를 높여서 외주/개인작업/영상편집까지 쳇바퀴를 돌려야겠다.
+아직 무선보다는 케이블이 최고인 게, 10분 걸리고 그동안 두 기기를 사용하지 못했던 영상 옮기는 작업이 30초로 단축되는 기적을 보았다..
아래는 유튜브 영상!
voeun.j@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