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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비벤시아의 나라 스페인 - 12

아들과 함께 한 스페인 안달루시아 여행

by JeongWon Kim

스페인 속의 영국 - 지브로울터


2013년 11월 17일 아침, 여행의 7일째, 스페인에서의 여섯 번째 아침을 맞이한다. 이젠 호텔에서 아침 식사로 빵과 과일을 챙겨 먹는 것에 익숙해졌다. 언제부터인가 여행 중에 음식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 않게 되었다.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금방 그곳 음식에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은 앞으로도 부지런히 여행을 다녀야 할 나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오늘의 일정은 영국령 지브롤터(Gibraltar)를 경유하여 론다까지 가는 것.

고등학교 시절 Gibraltar의 발음을 '지부랄타'로 부르며 남자들은 절대로 가면 안 되는 곳이라고 킥킥대던 그 지브롤터로 향한다. 스페인 땅에 있는 영국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궁금증과 헤라클레스의 두 기둥 중 한 곳을 올라가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다소 무리이지만 여행 루트에 넣은 것이다.

지브롤터 입구 국경 검문소를 통과하며 여권을 검사받으니 나라 사이를 이동하고 있구나 하는 실감이 났고, 스페인어보다는 훨씬 귀에 익숙한 영어가 들리니 다소 안도감도 들었다. 그러나 귀에 익숙하다는 것과 그 말을 알아듣는다는 것은 별개 차원의 문제임도 절실하게 깨달았다.

1.jpg <지브롤터의 시내, 영어로 된 표지판과 간판이 반갑다>

케이블카를 타고 지브롤터 중앙에 우뚝 선 산 정상으로 올라갔다. 생각보다는 꽤 높은 산이다. 산의 반대편은 깎아지른 절벽,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공간은 제한적이고 그 자체로는 크게 볼만한 것이 없지만, 그 위에서 내려다보는 바다와 지르롤터 시내, 그리고 저 멀리 아프리카의 모습들이 장관을 이룬다. 가까이서 본 헤라클레스 두 기둥 중의 하나는, 왜 기둥이라고 불렸는지 이해가 되게 우뚝 선 모습이다.

1.jpg <지브롤터를 상징하는 헤라클레스의 두 기둥 중의 하나>
1.jpg <산 위에서 보는 지브롤터 시내, 바다 건너 이틀 밤을 지냈던 알헤시라스 항이 보인다.>

산 위에는 옛 요새가 있는데, 그곳에 터를 잡고 사는 원숭이들 무리가 있다. 날씨가 쌀쌀해서인지 많은 숫자는 보이지 않으나, 절벽 위의 위태로운 담장 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뛰어다니며 그들 나름대로는 재미있게 놀고 있다. 이 원숭이(바바리원숭이)들은 지브롤터의 볼거리들 중의 하나라고 한다. 그러나 다소 사나워 보이는 것이 어린아이들에게는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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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쌀쌀하고, 바람도 많이 불어 산 위에서 오래 있지 못하고 시내로 내려왔다. 산 위에만 원숭이가 서식하는 줄 알았는데, 시내 공원에도 몇 무리의 원숭이가 살고 있었다. 점심 식사 후, 손에 간식거리를 들고 어느 작은 공원의 나무 밑에 서있었는데, 갑자기 들이닥친 원숭이 한 마리 때문에 기겁을 했다. 바로 요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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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롤터는 면적이 겨우 6.8㎢ 밖에 되지 않은 지역이다. 그러나 중앙에 420m 높이의 바위산이 우뚝 솟아 있고. 3면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서 포토 포인트가 많은 곳이다. 안달루시아와는 확실히 다른 양식의 주택들과 건물들을 지나 해변에서 잠시 쉬었다. 늦가을의 한산한 바다, 따사로운 햇볕 아래에서 얕게 속삭이는 파도소리가 평온함을 준다.

바닷가 절벽 위의 오래된 요새가 주변 경치와 잘 어울린다. 어쩌면 그 요새의 조형성 때문에 그 경치가 더 멋있어 보일 수도 있다.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폐허로 남은 옛 요새이지만 나름대로의 건축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폐허의 미학"이라는 용어가 있다. 3일 전에 본 'Madinat al Zahra'도 그렇지만, 폐허로 남은 건물들이 자연스럽게 퇴락해 가는 모습들에서 또 다른 미학적 감흥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옛 건물들은 주로 목조라서 그런지 이런 '폐허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많지 않다.

1.jpg <지브롤터는 바위산과 바다가 마나는 곳이라 면적에 비해 포토포인트가 꽤 있다>

지브롤터의 가장 남쪽 끝 광장. 바위산을 배경으로 이슬람 모스크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금을 대서 지은 모스크라는데, 역사적 의미는 모르겠으나 바위산을 배경으로 한 하얀색 건물이 바닷가 광장의 경관을 잘 꾸며주고 있었다. 안달루시아 남쪽 끝의 지브롤터는 무슬림의 통치하에 있다가 다시 스페인 왕조의 영토였다가 19세기 이후로는 영국령이다. 유럽 각 나라의 역사는 상당히 복잡한 편인데, 이 곳 지브롤터가 그런 역사의 한 단면을 직접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1.jpg <이슬람 모스크 [이브라힘 알 이브라힘], 이브라힘은 아브라함의 이슬람식 표현이다.>


지브롤터의 남쪽 끄트머리에는 등대가 있다. Uropa Point라고 불리는 곳이다. 저 멀리 바다 건너로 모로코 땅이 보인다. 바로 어제 버스로 돌아다녔던 곳인데, 시선에서 멀어진 만큼이나 오래전 일로 느껴진다.

작은 땅 지브롤터이지만, 아기자기하게 볼 것이 많은 곳이다. 그러나, 론다를 향해 출발할 시간이다. ◆

<Uropa Point, 바다 건너 아프리카 모로코 땅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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