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비벤시아의 나라 스페인 - 13

아들과 함께 한 스페인 안달루시아 여행

by JeongWon Kim

2013년 11월 17일 오후, 한국의 지형과 비슷한 길을 따라 론다로 향한다.

지브롤터를 떠난 길은 산등성이를 넘어 론다로 이어진다.

군데군데 경치가 좋은 곳을 만나면 차를 세우고 잠시 쉬어가며 그리 늦지 않은 오후에 론다에 도착.

1.jpg <푸른 지중해를 배경으로 자리잡은 어는 휴양도시. 스페인의 남부 지중해 해안에는 이런 휴양 도시가 줄지어 있다.>

론다는 안달루시아 중앙에 위치한 작은 도시이다. 도시라기보다는 마을이라는 표현이 적당할 수 도 있다.

그러나 그 위치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로마 시절에도 이미 도시가 형성되었던 곳이다. 유럽에서 중세 이전에 발달한 도시들은 대개 로마 군대의 주둔지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jpg <"로마를 여행하다"라는 뜻의 제목이 붙은 타일로 장식된 벽화, 론다는 로마 시대의 유적이 많이 남아 있는 마을이다.>

마을 입구 좁은 골목길을 돌아드니 그 유명한 누에보 다리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사진으로만 보던 다리를 직접 눈으로 보니, 가슴이 설렌다.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론다 투어 시작.

우선 협곡 아래쪽으로 난 골목을 따라 내려가면서 찬찬히 구경을 시작한다.

오래된 세월이 그대로 묻어 있는 건물의 외벽과 지붕들,

로마 때의 유적들,

마을 끝 부분에서 볼 수 있는 가을을 맞이하는 들판의 아름다운 색감.

유명한 관광지임에도 조용한 마을 분위기,

아침부터 지브롤터를 누비고, 다시 걸어 다니느라 다리는 조금 피곤하지만

마음은 더없이 평온하고 자유롭다.

백문이불여일견, 론다는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사진으로 보여주어야 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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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의 차분한 빛 속에 침잠해 가는 건물들과 누에보다리를 보며

론다는 마치 협주곡 2악장과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대부분의 협주곡 2악장은 아다지오로 흐르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선율로 구성된다.

그래서인지 마음에 평안함을 준다.

서정적인 경치, 평온한 풍경, 마음속에 흐르는 음악,

그리고 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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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가장 먼저 세워졌다는 투우장을 잠시 구경하니 늦은 저녁이 되었다.

좋은 곳에 왔으면, 좋은 것을 먹어야 한다.

오늘 저녁 메뉴는 가격을 따지 않기로 한다.

1.jpg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 된 투우장, 투우 박물관도 있으나 시간이 지나서 관람할 수는 없었다.>

저녁 식사 후 이미 어두워진 거리를 다시 걷는다.

누에보다리와 동네의 작은 교회들의 야경이 일품.

낮에도 아름다운 마을은 밤에도 역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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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다는 맛 좋은 와인 산지로도 유명한 곳.

아들과 함께 와인 한 잔으로 피곤을 풀고 하루를 마무리.

2013년 11월 18일 아침,

그라나다로 향하기 전, 론다 누에보 다리의 참모습을 보기 위해

협곡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일반 여행객들은 잘 가지 않는 곳이다.

이곳에서 비로소 누에보다리의 위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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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정민 교수가 쓴 좋은 책 '한시 미학 산책'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연암 박지원의 글을 인용하고 설명한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푸른 나무 그늘진 뜨락에 이따금 새가 지저귄다. 부채 들어 책상을 치며 외쳤다.

"이것은 내 날아가고 날아오는 글자이고 서로 울고 서로 화답하는 글이로다"

오색 채색을 문장이라고 말한다면, 이 보다 나은 문장은 없을 것이다. 오늘 나는 책을 읽었다." 연암 박지원 <답경지> 중-

이른 아침 나무 그늘에서 노니는 새들의 날갯짓과 지저귐 속에서 연암은 글자로 쓰이지 않고 글로 표현되지 않는 문장을 읽은 것이다.-]

협주곡 2악장과 같은 론다를 떠나며 연암의 말을 흉내 내본다

"론다에서 나는 음악을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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