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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비벤시아의 나라 스페인 - 11

아들과 함께 한 스페인 안달루시아 여행

by JeongWon Kim

탕헤르

테투안에서 탕헤르로 건너가는 길에는 별로 볼만한 경치가 펼쳐지지 않는다.

산 중턱 위에 간간이 보이는 하얀색의 집들이 눈에 띌 뿐이다.


모로코의 수도는 '카사블랑카'이다. 오래전 잉글리드 버그만이 주연했던 영화의 제목으로 더 많이 알려진 지명이다.

카사블랑카-Casa Blanca-는 스페인어로 '하얀 집'이라는 뜻이다. 예전부터 모로코 지방은 하얀색의 집이 많았다는 뜻이다.

모로코는 아랍권 나라이고 카사블랑카의 모로코식 아랍어 지명은 ed-dar el-Biḍa(앗다르알바이다)라고 한다.

이름은 정체성을 나타낸다.

아랍식 이름이 아니라 스페인식 이름이 일반적으로 통용된다는 것에는 역사적 피정복과 압제의 흔적이 깊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탕헤르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리니 공원의 담장 너머로 바다가 보인다. 모로코와 스페인 사이에 있는 바다이다.

저 바다는 지중해일까? 대서양일까?

지브로울터를 지난 서쪽에 있으니 대서양이 맞지 않을까?

아니면 그 자신만의 고유한 이름이 있을까?

1.jpg <바다 건너편 스페인 땅이 보이는 탕헤르의 공원>

'이름과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보며, 탕헤르 투어를 시작.

버스에서 내린 공원에서 가이드가 뭐라고 설명하지만,

알아듣기 힘든 발음이어서 그냥 무시하고, 공원 주변을 눈 구경.

이 도시가 어떤 역사적 사건들이 배경이었고, 어떤 인물들의 활동 공간이었고,

어떤 문화와 예술의 터전이었는지에 대해 지식이 없는 나에게는

초라한 공원만큼이나 별다른 감흥이 없다.

모로코식 복장을 한 사람들의 모습이 멋있어 보기는 하다.

1.jpg <탕헤르 시내의 공원, 국기가 게양되어 있는 것으로 봐서 그들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장소인 듯 하다>

탕헤르 투어 역시 전통 시장 골목 투어라는 핑계하에 쇼핑이 주 목적인 듯하다. 투어는 잠시, 쇼핑은 오래...

시장 골목길은 좁고 복잡했으나, 건물 외벽을 장식하는 아랍 문화 고유의 타일 모자이크 문양들은 보기가 좋았다.

대칭을 반복하여 나타내는 기하학적 문양들을 어떻게 고안했을까?

타일의 색깔과 문양의 정교함이 잘 어우러져

낡고 비좁은 골목길에 어떤 생명감을 넣어 주고 있었다.

1.jpg

큰 기대를 하지 않은 투어였지만, 역시나 볼 것이 많지 않은 여정이었다.

볼 것이 없는 도시들이 아니라 쇼핑 위주의 코스를 따라다니다 보니 그런 것이다.

어쨌든 아프리카라는 거대한 땅덩어리의 한 구석을 직접 밟아 보았다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세우타로 돌아가는 길에 버스 차창으로 보이는 호숫가 마을이 이뻐 보인다.

1.jpg

알헤시라스의 숙소로 돌아오니 꽤 늦은 저녁,

어제 하룻밤을 묶었다고, 호텔 방이 푸근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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