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논문이 의미가 있을까요?
자기 비하는 그만합시다
논문을 쉽사리 쓰겠다고 용기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내 논문이 대작이 되지 못할 것이란 생각 때문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수업 시간에 보는 논문들은 대부분 유명한 사람들의 저술이고, 그런 논문들만 보았으니 내 논문은 분명 엄청 초라해 보인다. 대학원 동기들이나 동료들의 논문을 보아도 비판할 점만 보이는 이유도 바로 그것. 잘 짜인 논문들의 구성은 이런데 이게 없네, 저게 없네, 이게 부족하네. 이런 말을 주고받으니 겁이 나서 논문을 쓸 수가 있나.
그리고 결국 그렇게 자신을 비하하다가, 나는 공부를 할 팔자가 아닌가 봐 하고 석사 이후에 공부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 그럼 대체 어떤 사람들이 박사를 한단 말인가? 박사를 시작한 사람들은 비판에 익숙해져 있어서 오히려 즐기는 사람들일까? 아니면 공부를 할 팔자라고 생각해서, 팔자를 믿고 대학원에 계속 버티는 것일까? 글쎄, 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하는 이유는 아주 여러 가지이다. 모두 들어보면 손에 꼽을 수도 없을 정도로 이유가 많을 것이다. 결국, 시작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이런저런 이유로 박사과정에 들어와서 결국 다시 대학원의 분위기에 적응하는 문제로 넘어가게 된다.
그렇게 대학원에 적응하게 되면, 자연스레 수업을 들으면서 텀페이퍼를 적는다. 글을 적다 보면 또 자괴감이 빠진다. 이걸 학술지에 투고를 해야 하는데, 투고료도 비싸지만 돌아오는 피어 리뷰 때문에 가슴에 비수가 날아드는 것 같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이 또 하나 있다. 학자들마다 내 글을 보는 평가가 다 다르다는 것. 어떤 사람은 읽고 바로 투고를 받아주자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리젝을 주자는 사람도 있고, 어떤 평가자는 어떤 부분에서 고치자고 세밀하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어떤 때에는 서로 상반되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이거 대체 어느 장단에 북을 치고 장구를 쳐야 하나?
제일 좋은 것은 나의 의견을 정당화하기 좋은 방향으로 논문을 수정하고, 그렇게 수정했다고 편집진에 보내는 것이다. 그렇게 방어가 되지 않았을 때엔 결국 리젝이 되겠지. 그 스트레스 역시 잘 삭여야 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은 대학원생의 영원한 숙제겠지. 그렇게 학술지를 몇 번 이곳저곳 왔다 갔다 하게 되겠지. 리젝은 연속일 것이고 나의 글에 대한 자신감이 분명 떨어진다. 이 논문을 이제 놔줄 때가 되었나 보다, 포기할 때가 되었나 보다. 내가 너한테 들인 공이 얼마인데, 아쉽다.
내 논문을 놔주고 나니 정말 자괴감이 또 든다. 나는 박사를 할 능력이 있는 것일까. 혹은 석사 이후에 박사 입학 전에, 나는 능력이 없나 보다 하고 체념을 하게 되겠지.
이제까지 모든 이야기는 다 자기 비하였다. 석사를 관두면서 자기 비하, 박사에 들어오기 전에 자기 자신에 대한 능력 비하, 논문 평가를 받으면서 또 자기 평가절하, 대학원생들은 얼마나 힘들까? 자기 비하를 계속하고. 하긴, 자신의 논문에 대한 애착이 얼마나 크면 또 자신을 깎아내리면서까지 공부를 하겠나. 결국 자신이 쓰는 논문이 모든 것이고, 나의 세상인 것을.
그럴 땐, 여러분의 논문을 같이 읽어주고 어떤 점이 강점인지에 대해서 말해줄 사람을 찾자. 어차피 나의 논문의 약점은 나도 잘 알고 있고 평상시에 다니면 그런 코멘트는 정말 많이 해준다.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만 만나기에도 바쁜 이 세상, 스트레스를 받고 사는데 자괴감에 빠지는 이 수렁에서부터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나의 논문을 사랑해줄 사람은 나밖에 없고, 결국 버티면서 수정하다 보면 또 게재가 언젠가는 되겠지 하는 생각도 들고.
논문 쓰기 멘토로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도 지도교수의 말을 들으면 갑자기 얼굴이 잿빛이 되기도 하고 그렇다. 그럴 때마다 나는 따로 전화를 해서 좋은 이야기를 해준다. 이 점이 강점이니까 이걸 살려서 다시 써보자고. 그들이 좌절에 빠지면 논문을 쓰고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다는 그런 용기마저 꺾이게 될 거니까. 여러분들은 나의 응원을 받게 될 것이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