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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Jun 18. 2024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B유형 최종선정까지

  2024년도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B유형에 최종 선정되었다. 2022년도에도 지원했으나 떨어졌었는데, 그때는 태국 정치를 전공으로 정한 때가 아니었다. 수업에서 과제물로 쓰고 있던 논문 한 편 주제로 지원했었다. 두 명의 익명 심사자가 붙었었고 결과는 참혹했다. 또한, 그 당시에는 태국이 아니라 한국 정치, 선거로 지원했기 때문에 더 어려웠을 것이다. 한국 정치, 선거 전공자는 정말 많아서 그만큼 질이 높은 연구 계획서를 썼어야 했을 것이다. 실제로 익명 심사자들의 평가가 너무 뾰족했다. 독립변수의 측정 문제부터 날카로운 코멘트를 받았다. 물론 날카롭지만 중요한 지점을 공격한 것이어서 보자마자 납득하기는 했었다.

  이번에는 태국 정치로 전공을 정하고 지원하는 첫 연구비였다. 한-아세안센터의 신진학자육성지원사업에 합격을 했고 태국 현지조사 체제비를 지원받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연구비였다. 현지에서 도움을 받을 연구보조원이나 인터뷰 비용, 그리고 앞으로 생성할 데이터 베이스 구축 비용이 문제였다. 슬슬 홀로 연구하는 게 버겁다는 생각이 들고 연구비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되는 때에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B유형의 지원 기간이 되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계속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구계획서를 썼다.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B유형은 석사 학위를 취득 이상, 그리고 5년 이내 KCI 등재(후보)지 이상 1편을 지원 자격으로 요구한다. 실적은 충족하니 꼭 연구비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의 지출을 감수하면서 태국 연구를 해야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취직을 할까, 이제 계속 학계에 있는 것은 좀 무리인가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서 실제로 취직을 하고자 지원을 했었다. 인터뷰도 했다. 만약 이 연구비가 되지 않는다면 학계를 떠나야겠다고, 나는 돈이 모자라니 버티기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이 슬펐다. 역시 국내에서 박사과정을 아무렇지 않게 버티려면 돈이 필요하구나 생각하며 미련을 버리려고 마음의 준비를 조금씩 하고 있었다. 방법론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지도교수로부터 받는 지도에 회의도 겹치면서 공부를 더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물론, 이는 만약 정말 그만두게 된다면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한 나의 마음의 보호막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할수록 태국 연구는 너무나 하고 싶었으니까. 그런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그리고 예비선정 결과를 받았다. 예비선정이라도 되니까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정말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연구는 하긴 나에게 무리되지 않는 방향에서 해야지 굳이 출혈과 같은 지출까지 하면서 할 필요는 없으니까. 내가 돈이 많으면 그럴 수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까지 할 여유는 없었으니까. 심사자들의 평은 좋았다. 역시 두 명의 익명의 심사자들이 평가를 해주었다. 첫째 심사자는 태국 전공인 것 같았다. 역사 전공인 것 같았는데 젊은 세대가 태국 정치에서 전면에 나서게 된 요인을 탐구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그리고 연구자의 역량이 보인다고 적어주었다. 두 번째 심사자는 태국 전공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다만, 그는 연구 설계의 관점에 지적을 했는데 이러한 연구를 어떻게 일반화로 이끌고 갈 것인지 고민을 좀 더 해야 한다고 적었다. 두 심사자 분들에게 모두 감사를 드리며 최종 선정 결과까지 받아보게 되었다.




  이제 연구비에 있어서는 여유를 얻게 되었으니 좀 마음 편하게 논문을 쓸 수 있겠다. 그리고 내 목표는 2023년에 교수가 되는 것이었는데, 그래도 2024년이 되어서 이름만 그럴듯한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타이틀을 얻을 수 있게 되어서 좋다. 2017년에 석사 과정을 입학했던 나는 2019년 2월에 졸업해서, 2019년 3월에 박사를 가면, 2019, 2020, 2021, 2022, 2023년 딱 5년이니까 바로 학위를 받고 교수를 해야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나 스스로와의 약속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우울함을 느끼면서 2023년을 보냈는데, 막상 또 이렇게 소소한 즐거움에도 만족하게 된 나를 보니 어느 정도 성장한 것도 같고 말이다. 그리고 이번엔 고려대에서 연구 주관기관을 해준다고 했으니, 그렇게 다들 쓰지는 않지만 명목상 고려대학교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이기도 하고 말이다. 이 연구비를 바탕으로 짧은 기간이나마 직접 다녀와서 인터뷰도 논문에 담을 생각이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논문 쓰기의 관점에서 성장한 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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