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편 2. 배우로 사는 삶에 대하여

by 유빛나리



‘나 연기할래.’


철없던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에게 선전포고한 나의 꿈.

배우로서의 꿈을 그리게 된 계기는 한 드라마를 본 뒤 시작되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공부를 먼저 하는 것이 좋겠다며 설득했고 이내 나는 수긍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 대학 시절 다시 연기를 해보겠다고 했을 때,

내 꿈을 지지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직접적으로 말은 하지 않아도 ‘네가?’라는 말이 얼굴 표정에 쓰여있었기에

말하는 것 자체가 상처이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


부모님의 엄청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 번 좌절당했던 꿈을 다시 꾸는 입장에서 더 이상은 흔들리고 싶지 않았다.


이 글은 배우라는 직업에 호기심을 가지고 나아가는,

그대들만의 비밀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에게 바치고 싶다.



1. 연기를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하여


나는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을 믿는다.


그 당시 나에게는 어떤 곳이든 연기를 배울 수 있는 곳이 간절했다.

그리하여 내 연기의 첫 시작은 연기학원이었다.

첫 연기학원에 등록하고 다니던 10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하자며 열정 넘치던 친구들은 3달 내로 절반 이상 사라졌다.


길이 없어 막막했다.

하지만 당장 필모그래피에 들어갈 한 줄이 간절했기에,

주워들은 이야기로 필름메이커스에 들어가 딸깍 딸깍 찾아보며 정말 아무도 모를 법한 작은 광고, 작품부터 시작했다.


연기란 불특정 다수에게 나를 드러내는 작업이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고자 6개월에 한 번씩 새로운 환경에 놓으며

함께하는 선생님, 스터디, 친구들을 통해 비약적으로 성장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당시 학원에 방문하셨던 관계자분 덕분에 소속사와의 긴밀한 관계가 시작되며 더욱 깊게 발을 들이게 되었다.


인간관계에서도 질량 보존의 법칙이 적용되는 걸까?

이 모든 과정들 속에서 정말 좋은 사람들도 많았지만 간절함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 또한 많았다.

오디션을 빌미로 금전 요구 및 학원 등록을 유도하기도 하고, 일에 관한 질문을 시작으로 이성관계에 대해 묻기 시작하고, 소속사라는 것을 빌미로 삼아 식사자리와 미팅을 유도하기도 했다.


직접 경험을 해보기 전까지 이렇게 험난 한 곳이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이곳은 가시가 돋친 선인장들을 피해 꿋꿋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곳이다.

그래서 간절함은 가지되, 항상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아는 혜안을 가져야 하는 곳이다.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신만의 올바른 기준을 가지고

항상 의심하고 또 의심하며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간절함이 빛나는 순간도 있지만 독이 되는 순간이 더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를 바란다.



2. 포기에 대하여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사람이 강한 자다.'


배우로서의 삶은 배고프다.

좋아하는 것을 하고자 마음먹고 이것을 지켜내기 위해 약속했다면,

때로는 현실과의 타협은 필수적이다.


변동성이 큰 스케줄과 일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인생 자체가 비정규직 인생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촬영장에서 작은 역할만 맡다 보면 때로는 내 인생이 조단역과 같은 삶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나아가는 정말 멋진 주인공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삶이 너무 지치고 힘들 때라면, 잠시 휴식기를 가져도 괜찮다.

젊은 시기에 시작해 해가 지날수록 사라지는 수많은 배우 중에 한 명이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언제든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마음'.


나에게는 다른 일을 하며 가졌던 휴식기가 삶에 풍부한 경험을 더해주어 더 큰 도약을 가져왔다.

좋아하는 일이 가치가 있는 이유는 하기 싫은 일을 하기 때문에 가능하므로

포기가 아니라 기나긴 길에서 잠시 숨 고르기를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순간에는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시 나를 연기의 길로 불러주신 감독님과 더불어

정말 작은 현장, 오디션장에서도 함께 했던 모든 분들은 나를 기억하고 있었고

언제 어디서든 꼭 다시 한번은 마주쳤다.


매 순간 진심을 다하다 보면 그 진심이 통하는 때는 분명히 오리라 생각한다.



3. 우울에 대하여


배우로서 절대 피하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그것은 '우울의 시기'


가파른 성장을 한 동료들,

선택받지 못한다는 좌절감


어떤 순간에 급작스레 찾아올지 모르지만, 끊임없는 비교 속에 헤어 나오지 못하는 때가 생기기 마련이다.

때로는 질투와 시기가 섞인 이 우울감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다가올 때 더욱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이런 부정적인 시선은 돌고 돌아 나를 탓하게 되기도 했다.


이럴 때는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일기를 쓰며 현재 내가 느끼는 감정과 심연의 생각들을 정리하기도 하고 ,

청소를 하거나 운동을 하며 복잡한 머릿속에서 빠져나와 몸의 움직임에 집중하기도 했다.

당장 엉켜버린 실타래를 풀기보다 잠시 눈을 돌려 다른 곳에서 숨을 고른 뒤,

처음부터 다시 천천히 풀어나가면 되는 것이다.

너무 빠르게 빠져나오려고 애쓰지 말자.



[작가의 말]


우리 기나긴 길을 가는 동안 지치지 말자.

누군가의 삶을 빌려 오려면 그들의 고통도 함께 가져와야 하잖아?

행복과 고통을 모두 그 자체로 느끼며 표현하는 배우가 되기 위해

우리는 매일 현실을 마주하고 외면하기도 하며

있는 그 자리에서 빛나는 사람이 되자.


포기하지 말기로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