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입맛
지금보다 어른이 되면 또 무엇이 변할까.
나는 돈까스, 함박 스테이크, 초콜릿, 떡, 만두를 좋아하지 않았다. 학교 급식에 나오면 먹는 정도. 그러니까 싫어했다기보다 굳이 찾아먹지 않았다는 말이다.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고. 다른 선택지가 주어지면 다른 걸 선택하는 만큼만 좋아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입맛이 변했다. 위에 언급한 음식을 굳이 찾아서 먹고, 굳이 사 먹고, 굳이 내 손으로 요리해 먹는다.
누군가 언제부터 좋아하게 됐는지 묻는다면 딱히 기억나는 시점이 없다. 아, 만두 빼고. 도서관 문 닫을 때까지 공부를 하고 집에 온 날, 랩 쌓인 그릇에 만두가 있었다. 배가 고파서 먹었던 것 같다. 맛있게 먹었다. 만두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었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이후로 만두를 좋아하게 됐다.
설날에 할머니댁에 갔다. 새알이 큼지막하게 들어있는 팥죽을 그릇에 옮겨 담았다. 나는 팥죽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팥고물이 들어간 빵, 떡은 맛있게 먹는데 팥죽은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거리감이 느껴지는 음식이랄까. 호박죽, 흑임자죽 등 죽도 맛있게 먹는데 팥과 죽이 합쳐진 팥죽은 나와 좀 먼 음식이었다. 설탕을 듬뿍 넣어 달달한 맛으로 삼킬 생각으로 팥죽을 국자에 담았다.
할머니 댁에서 먹은 팥죽일단 간을 보고 설탕을 넣으라는 말씀에 숟가락으로 죽을 떠 입에 넣었다. 생각보다 맛있었다. 고소했고 달콤했다. 새알도 퍽퍽하고 질척할 것 같은 느낌이 앞섰는데 부드럽고 말랑했다. 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팥죽은 항상 이런 식감과 맛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몰랐을 뿐. 입맛이 변했다.
입맛이 변하면 어른이 된 걸까? 진짜 성숙한 어른이 된 지표가 변한 입맛으로 나타나는 걸까? 어쨌든 나도 이제 어린 아이들에게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먹어야지, 라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가리는 음식이 없어졌다. 나보다 어른들이 귤, 오렌지, 한라봉같은 과일을 멀리하시면서 옛날에는 잘 먹었다는 말씀을 하실 때면 나이든 내 모습이 어렴풋이 예상된다. 지금보다 어른이 되면 또 무엇이 변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