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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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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정윤 Aug 14. 2019

처음 배우는 태권도

체력과 정신력은 정비례한다더라.

체력이 늘면 정신력도 좋아진다는 말을 들었다. 저질 체력과 너덜너덜해진 정신력 회복을 위해 운동을 배우기로 했다. 뭘 배울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태권도가 떠올랐다. 도복과 기합 소리와 발차기를 해보고 싶었던 어릴 적 욕망이 번쩍 스쳐 지나갔다.


검색창에 ㅇㅇ동 태권도, ㅇㅇ동 성인 태권도를 검색했다. 후기를 보고 싶어도 찾지 못해서 거리를 우선순위로 두고 4개의 도장을 골랐다.


정말 할 수 있을까? 운동 신경도 없는데 운동장이나 뛸까? 시간은 맞을까? 머리는 계속 망설였지만 손은 종이에 전화로 물어볼 질문을 써 내려갔다. 수업 요일, 시간, 수강료, 진행 방법 등. 



a: 월수금, 5명 이내


b:  매일, 10명-15명


c: 매일, 없음


d: 전화 안 받음



수강료는 10만 원 - 13만 원으로 비슷했다. 시간도 7시에서 10시 사이 한 시간씩 운영하고 있었다. 문제는 성인들과 하냐, 학생들과 같이 하냐는 것. 고민 끝에 성인 태권도반을 현재 운영하고 있다는 말에 a 도장을 선택했다.






7시 30분쯤 도장에 갔다. 간단한 인적 사항을 작성하고 도복을 받고 결제를 했다. 옷을 갈아입고 혼자 스트레칭도 했다. 첫 수업은 선생님과 기존 수강생 두 분과 같이 진행됐다. 간단한 스트레칭 5분, 노래에 맞춰서 땀나는 운동, 태권도 동작 등을 배웠다. 이상하게 처음 배웠을 때는 뭘 몰라서 그랬는지, 체력이 좋아서 그랬는지 별로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웠고 몇 번 반복해도 할 만했다. 이후에 급격한 육체적, 정신적 체력 저하로 3번 해도 괜찮았던 운동이 2번만 해도 숨이 차고 주저앉고 싶은 일이 허다했지만 그것도 한 달 정도 지나자 익숙해졌다. 땀나고 힘들수록 운동을 하고 있다!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는 느낌에 기분이 좋았다.



격파한 송판


격파를 하고 가져온 송판이다. 인생 처음 해 본 격파를 기념하기 위해 깨진 송판을 가져왔다. 요령이 없어서 손날로 쳤을 땐 통증이 일주일 정도 지속됐다. 격파를 했을 때 느낌은 내가! 격파를! 하다니!. 미디어에서 열심히 본 무술 유단자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으나 마음만은 고수였다.


정해진 시간에 갈 곳이 있다는 건 삶의 또 다른 활력을 주기도 했다. 빨리 끝내고 운동 가야겠다는 마음이 힘이 될 때도 있었다. 날씨가 궂은날이나 몸이 아픈 날에는 미적거리면서 나갔다. 그래도 막상 하고 오면 뿌듯하고 역시 오늘도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도 해줬다. 운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몸이 힘드니까 아무 생각도 안 났다는 것이다. 힘들고 복잡한 상황들이 이 한 시간 동안에는 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얍! 하는 기합을 내지르면서 숨도 차고 다른 동작들을 비슷하게 따라 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서니까 거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게 참 좋았다.



내 태권도 도복


흰띠와 도복. 띠를 어떤 방식으로 매야 할지 몰라서 검색해봤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배속을 느리게 하고 봐도 헷갈려서 직접 하면서 영상을 시청했다. 도복도 입고, 송판도 깨고, 여러 활동들이 내겐 좋은 경험이었다. 매 시간마다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조금씩 달라서 재밌게 배울 수 있었다.


기합을 넣고 발차기를 하면서, 아주 조금씩 나아지는 내 모습을 보면서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미세하지만, 나만 알지만 나아지는 내 모습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꼈던 것 같다. 새롭게 배운다는 설렘이 열심히 하고픈 마음을 만들었던 것 같다.


머리가 복잡할 때마다 나은 내 모습을 그리면서 발차기 연습을 더 해야겠다.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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