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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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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정윤 Feb 24. 2020

호기심이 불러온 여드름

거울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후면 카메라로 얼굴 사진을 찍으면 낯선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좌우가 바뀌어 남들에게 익숙한 내 얼굴이 찍힌다고 했다. 그 얼굴이 그 얼굴 아니겠어? 여태 보고 자란 내 얼굴과 얼마나 다른 모습이 찍힐지 궁금해서 바로 휴대폰을 들었다. 후면 카메라가 보이게 화면을 돌리고 카메라가 나를 잘 담을 수 있도록 손을 최대한 앞으로 뻗었다. 이 정도면 다 나오겠지. 화면이 보이지 않아서 감으로 구도를 잡고 셔터 버튼을 연속으로 두드렸다.


대여섯 장의 사진 중에서 한 장만 제대로 나왔다. 나머지 사진은 흔들리거나 초점이 안 맞거나 빛이 너무 강해서 이마 부분이 하얗게 보였다. 건진 사진에는 무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는 얼굴이 있었다. 사진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짧은 감탄사가 나왔다. 이렇게 비대칭이 심하단 말이야?


마음속으로 투명 눈금을 그리고 이목구비를 천천히 훑었다. 눈 모양이 달랐다. 한쪽이 기다란 타원형으로 동그랗게 있다면 반대쪽은 앞이 뾰족한 물고기 모양이었다. 눈썹의 위치도 달랐다. 한쪽이 일자로 쭉 뻗어있다면 반대쪽은 끝이 약간 꺾인 사선 모양이었다. 콧대도 약간 휘었고 콧구멍도 짝짝이었다. 살짝 올라간 입술 양 끝의 높이도 애매하게 달랐다. 줌을 당긴 카메라처럼 눈, 코, 입을 하나하나 살펴보다가 전체적인 얼굴을 다시 봤다. 이목구비만 문제가 아니구나. 얼굴형이 이렇게 다르다니. 한쪽은 갸름한 타원형이고 반대쪽은 살짝 각진 모양이었다.


사진을 보면서 생각했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어떻게 이야기하는 거지? 좌우가 다른데 이상하다는 느낌을 못 받는 건가? 익숙해진 걸까? 신기하다. 신기해.


충격도 잠시, 이대로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인터넷 창을 열었다. '얼굴 비대칭'을 검색하니 연관 검색어로 얼굴 비대칭 교정, 얼굴 비대칭 운동, 얼굴 비대칭 기구 등이 보였다. 길게 늘어선 연관 검색어를 눈으로 훑으며 살짝 안도했다. 기구든 운동이든 어쨌든 개선할 수 있겠구나!


수많은 글과 영상과 개인 홈페이지를 살피다가 마음에 꼭 맞는 영상을 발견했다. 얼굴 비대칭 개선 마사지. 설명도 친절하고 어렵지 않아서 부지런히 따라 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 비대칭 개선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그려졌다. 그날부터 세수를 하고 로션을 바르며 알려준 방법대로 열심히 마사지를 했다.


며칠 후 여드름이 났다.


마사지를 한다고 손가락으로 힘을 준 부분을 따라 여드름이 올라왔다. 내버려 두면 아프고 짜려고 힘을 주면 터지지도 않아서 곪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아픈 여드름 한두 개가 벌겋게 머리를 들이밀고 있었다.


여드름은 자신의 세력을 확장해갔다. 나는 당황했다. 마사지를 중단했다. 변한 건 없었다. 베개와 이불을 세탁했다. 얼굴에 닿는 것들을 깨끗하게 빨면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대로였다. 채소를 많이 먹었다. 조금 좋아지나 싶다가 다시 돌아왔다. 빨갛게 익은 여드름과 울긋불긋한 흉터가 거울을 볼 때마다 눈에 들어왔다.


비대칭 교정하려다가 이게 무슨 일이야. 거울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래도 여드름은 대칭으로 안 나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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