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약이다.
매일 새벽 6시에 집을 나섰다. 3월 초만 해도 깜깜한 밤처럼 느껴졌는데 날이 갈수록 점점 밝아지더니 이젠 3월의 9시와 같아졌다. 내가 느낄 수 있는 새벽 시간은 짧아져 버렸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에서 점점 밝아지는 풍경을 보고 있자니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곳을 맴돌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예상치도 못한 일들이 터지고 그 상황들을 수습하느라 3, 4월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온몸이 경직돼 있었고 두통과 복통이 종일 지속됐다. 통제되지 않는 사건들 속에서 내가 붙잡고 있던 것은 주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과 편히 쉴 수 있는 공간과 흘러가는 시간뿐이었다. 내가 주체적으로 뭔가를 한다는 생각보다 어딘가 기대서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기고 있었던 것 같다. 가만히 있어도 힘든데 두통과 복통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니까 스트레스에 스트레스가 더해져서 간신히 버티고 견디며 지냈다.
다행히 상황은 어느 정도 종료되었다. 아슬아슬하지만 긍정적인 쪽으로 마무리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될 것이다. 되어야만 한다.
시간이 약이다. 약을 얼마나 먹어야 할 지 몰라서 괴로운 게 문제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