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나의 그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정윤 Apr 20. 2019

짧아지는 새벽

시간이 약이다.

매일 새벽 6시에 집을 나섰다. 3월 초만 해도 깜깜한 밤처럼 느껴졌는데 날이 갈수록 점점 밝아지더니 이젠 3월의 9시와 같아졌다. 내가 느낄 수 있는 새벽 시간은 짧아져 버렸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에서 점점 밝아지는 풍경을 보고 있자니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곳을 맴돌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3월 어느 날, 6시 44분의 하늘


예상치도 못한 일들이 터지고 그 상황들을 수습하느라 3, 4월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온몸이 경직돼 있었고 두통과 복통이 종일 지속됐다. 통제되지 않는 사건들 속에서 내가 붙잡고 있던 것은 주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과 편히 쉴 수 있는 공간과 흘러가는 시간뿐이었다. 내가 주체적으로 뭔가를 한다는 생각보다 어딘가 기대서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기고 있었던 것 같다. 가만히 있어도 힘든데 두통과 복통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니까 스트레스에 스트레스가 더해져서 간신히 버티고 견디며 지냈다.


다행히 상황은 어느 정도 종료되었다. 아슬아슬하지만 긍정적인 쪽으로 마무리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될 것이다. 되어야만 한다.


시간이 약이다. 약을 얼마나 먹어야 할 지 몰라서 괴로운 게 문제지만.



매거진의 이전글 변하는 입맛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