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지구에서 활동한 여러 종들 중 유일하게 새로운 섬을 만들어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다른 행성에서 지구를 추억한다면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은 외계인들에게 어떤 이름으로 기억될까? 행성 박물관이 만들어진다면 태양으로부터 세 번째 궤도를 도는 지구는 어떻게 설명될까? 그들이 표현한 지구는 하얀 구름과 푸른 바다와 황토색 또는 녹색이 뒤섞인 땅과 함께 알록달록한 점이 가득하지 않을까? 고개를 갸우뚱하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기 다른 모양과 색깔이 뒤엉킨 섬이 존재하지 않을까?
한 외계인이 섬에 대해 알고 싶어 가까이 가면 홀로그램으로 투명하게 떠오른 지구 아래 다음과 같은 설명이 친절하게 안내될 것이다.
◆ 플라스틱 섬의 유래
지구에 인간이 등장했다. 지구는 인간 종이 나타난 이후로 급속한 변화를 맞이했다. 인간은 종족의 번영을 위해 발명과 발전을 거듭했다. 인간은 다양한 자원들을 끊임없이 찾아내 사용했고 기한이 끝난 물건들은 다시 자연으로 되돌려주었다. 여기서 '되돌려주었다'는 뜻은 글자 그대로 자연으로 방출했다는 의미이다. 인간이 내보낸 배출품 중 일부는 재사용되었고 일부는 재활용되었고 일부는 그들이 살고 있는 땅에 매립되었다. 그들이 살고 있는 땅은 한정되어 있어서 배출품이 매립될 땅은 점차 좁아져갔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고 수면이 높아져 매립할 수 있는 땅이 더 축소되었다. 더 이상 땅 속으로 묻지 못하자 인간은 배출품을 그들끼리 약속한 구간에 쌓아두었다. 그것들은 태양과 바람으로 인해 썩거나 마모되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었다. '그렇지 않은 것들' 중 특히 플라스틱은 매일, 매주, 매달 엄청난 양이 전 세계에서 쏟아져 나왔다. 매끈한 표면이 거칠어지고 선명했던 색이 흐릿하게 바랠 뿐 플라스틱은 썩지 않았다. 지구 곳곳에 우후죽순 쌓여있던 배출품들은 지구의 자전과 공전 그리고 자연재해로 인해 이리저리 휩쓸리다 점차 하나가 되었다. 각기 다른 모양과 색깔과 형태를 가진 썩지 않는 배출품들은 자석처럼 서로를 끌어당겼다. 그렇게 ' 플라스틱 섬'이 탄생되었다.
◆ 플라스틱 섬의 특징
1. 플라스틱 섬에는 아무도 살지 않았다. 적확하게 말하면 누구도 거주하지 못했다. 플라스틱 섬에는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식물이 자라지 못했다. 각 나라에서는 섬을 활용할 여러 방안들을 제안했으나 투자 대비 효율성이 낮아 대부분 무산되었다. 한 과학자는 플라스틱 자체를 거름으로 활용하여 나무를 키워보겠다고 하였으나 순조롭게 실패해버렸다. 자연과 융화되지 못하는 섬은 그 어떤 것도 스스로 존재할 수 없었다. 아무런 생명도 만들어 낼 수 없는 땅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종족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날아다니는 새 조차 잠깐 쉬었다 갈 뿐 하루 이상 머물지 않았다.
2. 섬은 가벼운 물질들로 이루어져 있어 물에 잘 떴지만 작은 충격에도 바다와 경계에 닿아있는 섬의 일부가 유실될 정도로 내구성은 약했다. 섬의 가장자리가 지진이나 태풍 또는 해일로 인해 떠내려가는 경우가 있었다. 떼어져 나온 섬의 일부는 그들끼리 모여 또 다른 작은 섬을 만들거나 인간이 거주하고 있는 땅 아래로 스며들었다. 플라스틱이 영역을 넓혀 거대한 판을 형성해 그 위에 있던 지반을 들어 올린 사례도 있었다.
3. 플라스틱 섬을 이루고 있던 배출품은 인간이 주로 생활했던 땅에서도 발굴됐다. 인간 이전에 존재했던 공룡이 자신의 몸체나 발자국을 화석으로 남겼듯이 인간은 플라스틱 화석을 남겼다. 화석으로는 한때 칫솔, 음료 뚜껑, 물병, 도시락통, 세제용기, 선반 등으로 불렸던 것들이 발견되었다. 이 화석을 토대로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했는지 추측해볼 수 있다.
◆ 플라스틱 섬의 탄생 이후
플라스틱 섬이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의 공존을 위협하면서 그 대체제로 많은 제품들이 떠올랐다. 어떤 산업에서는 대체제를 만들지 않고 아예 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중단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소수의 인간들이 참여했던 비플라스틱 운동이 차츰 모든 생활에 당연시될 무렵 이미 생산된 플라스틱 섬에서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발생되었는데…
이 설명의 끝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충분히 알고 있을 문장으로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