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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정윤 Sep 06. 2020

새벽부터 밤까지 소음 견디기

맨살이든 패딩을 입었든 맞으면 똑같이 아프다

토요일, 어제 들었던 소음들. 



지금 시각은 오전 6시 54분. 위층은 일어났는지 쿵쿵 거리는 발걸음 소리와 뭔가 드르륵 끄는 소리가 들린다. 



어제는 오전 10시까지 종일 뛰는 소리가 우리 집 천장을 울렸다. 다년간의 층간소음을 경험해본 바 맨바닥을 뒤꿈치로 찍으며 울리는 소음은 아니었다. 무언가를 깔았는지 신발을 신고 뛰는지 소리가 약간 둥글게 들렸다. 그렇다고 괴롭지 않은 건 아니다. 휘두르는 야구방망이를 맨살에  맞든, 맨살에 패딩을 껴입고 맞든 아픈 건 똑같으니까. 덜 아프지 않으니까. 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 미세한 차이만 알 뿐이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사람들이 번갈아서 뛰는지, 지치지도 않는지 끊기지 않고 천장이 울렸다. 우리 집은 소음을 막기 위해 창문을 열고 거실 텔레비전 볼륨을 높였다.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 소리와 뛰는 울림이 섞여 머리가 아파서 나는 방문을 닫고 귀마개를 꼈다. 천장을 내리치는 진동은 변함없었으나 소리는 덜 들리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오전 10시 이후에는 조용했다. 정말 고요했다. 아무도 없는 것처럼. 그리고 오후 4시 30분 즈음부터 다시 슬슬 뛰는 소리가 천장을 울렸다.


어제 방에 있다가 부엌에 있는 의자가 쓰러지는 소리를 들었다. 놀라서 가보니 의자는 멀쩡했다. 무슨 일이 위에서 벌어지길래 이렇게 큰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지 의문이었고, 새로운 소음이 색다른 방법으로 우리 집을 찾아올 때마다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방금 쿵쿵쿵쿵쿵 마늘 빻는 것 같은 소리가 잠깐 천장을 울렸다.



뛰는 아이들을 전혀 제지하지 않는지 집안 곳곳을 뛰어다니는 울림이 밤 9시까지 들렸다. 암묵적으로 룰을 정했나 보다. 밤 9시까지 뛰기. 밤 9시까지는 괜찮다고 생각했나 보다. 오늘은 어떻게 될까. 마음이 무겁다.


어제는 밤 9시가 넘으니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몇 시간 동안 끊임없이 울렸던 소리와 울림이 멈췄다. 충분히 제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왜..


뭘 깔았다면 아예 소음이 차단된다고 생각하는걸까. 그래서 이렇게 하는 걸까. 저렇게 둥글게 들리지 않았을 때도 밤 늦게 까지 뛴 적도 있으니까.. 그렇다고 집에서 시간에 상관없이 종일 뛰어도 되는 걸까. 이 방 저 방 골고루 뛰어 다녀서 소음을 피해 어디에 있을 수도 없다. 화장실 앞까지 뛰어다니는지 화장실 문도 흔들린다. 이 정도로 뛰어다닌다.



어쩔 때는 시간이 빨리 갔으면 바라기도 한다. 빨리 지나서 모두 성장한다면, 집이 뛰는 공간이 아니라 쉬는 공간으로써 가지는 역할이 더 커진다면 우리 집 천장이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다가도 그전까지 잘 버틸 수는 있을까 싶다. 모든 일이 하루 빨리 잘 해결 되길 바래야지.



슬슬 뛰기 시작하려는지 둔탁한 울림이 천장에서부터 내려온다. 뭔가를 내리치는 듯한 소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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