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묘인에게 고양이란
브런치무비패스 시사회 영화리뷰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순수한 청년 사토루에게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있었다. 어렸을 때에는 하치였고, 커서는 나나였다. 하치는 초등학교 시절 우연히 기르게 되어 가족처럼 여겼지만 곧 헤어졌다.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이모 손에 자랐기 때문이다. 이모는 전근이 많아 고양이까지 챙길 여력이 없었다. 갑작스러운 두 번의 연이는 이별이 사토루를 조숙하게 만들어서일까. 불치병에 걸려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게 된 그는 담담하게 자신의 두 번째 고양이 나나와 마지막 여행을 시작한다.
교통사고로 쓰려져 있던 나나를 발견해 병원으로 데려간 사토루는 자신의 부재로 겪게 될 나나를 염려해 새로운 주인을 찾아 나선다. 일본 각지에 흩어진 학창시절 친구들을 만나 나나를 부탁하지만 각각의 사정으로 나나는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한다. 중간중간 성우의 목소리로 고양이 나나의 속마음이 나오는데, 나나 또한 사토루가 아닌 사람의 손에 길러지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그 둘 사이에는 애묘인이라면 느껴봄직한 끈끈함 유대가 있다.
그 사이 병이 점점 악화되어 사토루는 결국 쓰러진다. 이모는 나나를 맡아 기르기 위해 이사까지 했지만, 사토루가 쓰러지자 나나는 스스로 길고양이가 된다. 자신이 보고 싶을 때 사토루를 보기 위해서다. 그가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전, 나나는 병원 문 앞을 발톱으로 할퀴며 안으로 들어가려 하고 이모는 그런 나나를 안고 사토루의 마지막을 함께 지켜본다. 그의 얼굴은 평화롭다. 일찍이 부모님을 잃고 젊은 나이에 불치병에 걸렸지만, 고양이 나나와 함께여서 행복했다고 말하는 듯이.
영화 <고양이 여행 리포트>는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아리카와 히로의 원작으로 삼은 작품이다. 고양이의 시선으로 본 어떤 순수한 청년의 이야기. 단조로운 듯 하면서도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영화를 빈곳없이 채워주었다. 배경으로 담긴 일본 이곳저곳의 모습들은 여행 책자에 실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다만 판에 밖힌 듯한 인물들의 모습이 영화에 몰입을 방해했다. 생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고 있는 사토루는 내내 시한부스럽게 행동하고, 과거 사토루의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친척들은 전형적인 속물 친적처럼 책임을 떠넘긴다. 시골에서 만난 고등학교 친구는 정말 시골 사람처럼 생겼다. 이렇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형의 인물들만 줄줄이 등장하는 바람에, 영화는 현실이 가진 깊이를 담지 못하고 오히려 얇아졌다.
나는 제대로 고양이를 길러본 적 없지만, 고양이를 기른다는 것이 애묘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 영화를 보고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 힘들 때 변함없이 곁에 있어주는 존재를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