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바이스>, 2018

세계라는 거대한 낚시터

by 전하민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바이스>, 2018

세계를 낚시터에 비유한다면 우리는 낚시꾼일까 미끼일까 아니면 물고기일까. 아마 셋 다일 것이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계획을 세울 때엔 낚시꾼이지만, 어느 때엔 물고기처럼 쉽게 낚인다. 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미끼가 될 수도 있다. 4월 11일 개봉 예정인 영화 <바이스>는 2001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의 부통령을 지냈던 딕 체니라는 아주 노련한 낚시꾼에 대한 이야기다.


술 먹고 싸움질만 하던 전봇대 수리공이 어떻게 미국의 부통령까지 될 수 있었을까.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자리에 올랐고 그로 인해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영화는 딕 체니가 겪은 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는 점에서 전기(傳記) 영화다. 동시에 실제와 흡사한 배우들의 분장과 연기, 독창적인 연출적 시도 등으로 미국 정치계 전반을 성공적으로 풍자한 블랙코미디다.


딕 체니(크리스찬 베일)은 예일 대학교를 중퇴하고 20대 초반을 불량배처럼 살았다. 참다못한 아내 린(에이미 아담스)은 그에게 선택을 요구한다. 자신과 헤어지고 계속 한심하게 살 것인가, 아니면 이 순간부터 완전히 달라질 것인가. 결연한 그의 표정 다음 장면으로 백악관의 인턴 환영식이 펼쳐진다. 다시 공부를 시작해 백악관에 입성한 그는 도널드 럼즈펠드(스티브 카렐)의 연설에 감명받아 그가 있는 공화당에 간다. 이후 럼즈펠드가 추종하던 조지 부시가 미국의 41대 대통령에 당선되며 체니도 승승장구한다.


최연소 백악관 수석을 맡으며 차기 대선후보까지 노렸던 그는 뜻밖의 일로 정치를 포기한다. 사랑하는 딸 메리(알리슨 필)가 레즈비언이었던 것이다. 자신이 성소수자를 반대하는 공화당의 일원이었기에 딸의 성적 취향이 공격당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가족을 버릴 수 없었던 그는 세계 최대 석유 채굴기업이자 군사 기업인 핼리버튼의 CEO를 맡으며 정계에서 물러난다. 고급스러운 정원이 딸린 저택으로 가족과 나란히 걸어가는 체니의 뒷모습 위로 가짜 엔딩 크레딧이 올라온다. 이대로 영화가 끝났다면? 세계는 어떤 식으로든 지금과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비교적 한적하게 지내던 체니는 대선후보 조지.W.부시에게 러닝메이트로 뛰어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국방부장관까지 지냈던 그에게 부통령은 그다지 매력적인 자리가 아니었지만, 그는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싶다는 욕망에 휩쌓인다. 점잖은 체하며 부시를 안달 나게 하는 동안 체니는 조용히 어떤 미끼를 던질지 생각한다. 고민 끝에 자신의 법 고문에게 부통령의 권한이 막강할 수 있음을 확인한 후, 체니는 국방과 외교, 에너지와 자원 등에 결정권을 행사한다는 조건으로 출마를 승낙한다. 그리고 선거를 엎을 수도 있었던 재검표를 은밀히 저지하며 미국의 부통령이 된다.



당선 직후 9.11 테러가 터지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딕 체니는 국민을 감청할 수 있는 애국법, 이라크 침공, 고문 허용 등 과격하고 비윤리적인 정책을 추진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파벌을 요직에 앉히고 그들과 함께 권력의 최상층에서 군림한다. 국민을 속이기 위해 '지구온난화'를 ‘기후변화'로 부드럽게 포장하고, 테러의 주적을 이라크로 못 박아 수많은 민간 사상자를 발생시킨다. (그렇지만 대량살상무기는 찾지 못한다.) 마치 '식당에서 메뉴를 고르듯’ 일상적인 그들의 의사결정은 지구 반대편에서 폭풍이 된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일까? 우리는 딱 꼬집어 '무엇이 문제'라고 말할 수 없는 복잡한 세상에 살고 있다. 정치인의 의사결정이 항상 선하고 옳을 수는 없다. 가족에게 헌신적이고 정부를 위해 열심히 일한 사람을 과연 비난할 수 있는가? 영화는 이에 대해 직접 답하는 대신 쿠키 영상을 삽입했다. 여기서 딕 체니는 카메라를 향해 묻는다.


과연 내가 그런 정책들을 펼치지 않았다면, 당신의 가족이 안전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나를 지지한 것은 당신들이 아니었나?




체니의 물음 눈을 내리깔지 않기 위해 계속 고민하려 한다. 내가 무엇을 지지하는지, 내가 지지하는 것이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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