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그림을 그려보자
*이 글은 MD에서 데이터 전문가로의 커리어 변신을 꿈꾸는 평범한 문과생의 현재 진행형 도전기입니다. 좋아요와 공유, 댓글로 글쓴이에게 힘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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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캠퍼스 웹 크롤링 강의는 화요일 저녁 10시 30분 강남역에서 끝난다. 주위는 아주 혼란스럽다. 늦게 퇴근하는 사람들과 이제 막 놀러 나온 사람들이 정어리처럼 떼를 지어 이동하는 틈을 뚫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버스에는 앞서 탑승한 강사님이 앉아 계셨다. 3시간 동안의 강의로 지친 표정이었지만, 난 뻔뻔하게 웃으며 옆자리에 앉았다. 그 또한 문과 출신으로 삼성화재 마케팅팀에서 오래 근무하다 퇴사하고, 프로그래밍 강의를 하고 관련 책도 쓰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조심스레 물었다.
간단해요. 석사를 따거나, 데이터 직군에서 3년 이상 일하거나.
아, 외국에서 일하고 싶으면 외국 석사 따셔야 하고요.
허무할 정도로 간단했지만, 이어지는 이유를 들어보니 얼마간 수긍이 갔다. 먼저 모든 기업이 데이터 분석가를 필요로 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요새 4차 산업혁명의 바람으로 일반인들에게는 빅데이터가 새롭고 혁신적인 개념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데이터 수집과 분석은 오래전부터 기업에서 하던 일이었다. 그래서 오래된 회사 임원들은 대체로 크게 관심이 없다. 심지어 과거와 달리 데이터의 양과 속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비로소 분석할 가치가 생겼지만, 이걸 제대로 활용하겠다는 기업은 많지 않다. (꽤 많은 산업 분야에서 빅데이터 분석이 비용 대비 효과가 좋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CEO가 적극적으로 데이터 전문 인력을 보유하려는 생각이 없는 이상, 회사에서 데이터 직군으로 일하는 것은 어렵다.
그럼에도 데이터 관련 직군으로 일하고 싶다면 증명 지표가 필요하다. 그게 프로젝트나 자격증이 될 수도 있지만, 가장 필수적인 건 석사 학위나 실무 경험. 물론 강사님도 모든 경우를 본 건 아니기 때문에, 특이한 방식으로 기회를 포착한 사람들에 대해 알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확실한 무기가 필요하고 그게 학위나 경력 (혹은 둘 다)라는 말은 내게 훌륭한 가이드가 되었다.
1.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데이터 관련 직군으로 일한다.
2. 그다음 대학원에 간다.
쉬운 계획은 아니다. 우리 회사에는 아직 데이터 관련 직군이 없다. 그런 부서를 만들어달라고 말이라도 꺼내려면 근거가 필요하다. 그래서 자격증 시험을 신청하고 (데이터 분석 준전문가),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기로 했다. 프로젝트는 아직 구상 중이지만, 아마 입주물량과 부동산 매매량, 아파트 연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리모델링 수요를 예측하고 시각화하는 프로젝트가 될 것 같다.
계획을 세우고 나니 목표가 조금씩 정리되었다. 영어와 통계학, 프로그래밍까지 앞으로 공부해야 할 게 생각보다 많다. 거기다가 다 처음 해보는 분야다. 종종 이런 목표가 터무니없이 느껴지거나, 내가 정말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곤 한다. 심지어 데이터 분석가가 정말로 되고 싶은 것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번번이 처음으로 돌아간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