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세상에 정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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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에 동국대에서 시험을 보았다. 시험 이름은 데이터 분석 준전문가(ADsP : Advanced Data Analytics Semi-Professional).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데이터 분석 관련 국가공인 자격증이다. 상당히 모호한 이름의 이 '전문가'는, 시험에서 정의하기로 데이터 이해에 대한 기본지식을 바탕으로 데이터 분석 기획 및 데이터 분석 등의 직무를 수행하는 실무자를 말한다. 준전문가인 ADsP와 전문가인 ADP 시험이 있고, ADP를 응시하기 위해서는 ADsP를 취득하거나 관련 박사 혹은 실무경력이 있어야 한다.
회사에서 데이터 관련 분야에서 일하려면 어떤 자격증이 필요한지 알아보았고, 그나마 비벼볼 수 있는 게 ADsP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말한 ADsP는 데이터의 기본 원리와 프로그래밍 언어 R의 대략적인 사용법, 통계 기반의 데이터 분석 모델을 배운다. 공부의 범위가 넓고 이론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 깜짝 놀랐다. 특히 수학을 다 까먹은 상태에서 만난 확률, 베르누이 분포, 기각한다 등의 단어들은 나를 낙담시켰다. 하지만 막상 예상문제를 풀어보니 문제 자체의 난이도는 내용만큼 어렵진 않았다. 퇴근하고 2~3시간씩 일주일 정도 공부했다.
사실 시험을 치르고 나올 때까지만 해도 일말의 희망이 있었다. 아리송한 문제들이 많아서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정말로 떨어질 줄은 몰랐다. 막상 그러고 나니 의욕이 확 줄었다. 그래서 며칠은 별생각 없이 퇴근하고 술을 진탕 마셨다. '애초에 내 분야가 아닌데 왜 덤벼서 스스로를 괴롭게 만드나'는 자책이 주된 술안주였다. 그러나 며칠 후, 그래도 한번 더 시험을 보자는 결심이 섰다. 이번에는 기간을 좀 길게 잡고 더 집중해야지. 그러면서 책을 한 권 읽었다. 에밀리 와프닉의 <모든 것이 되는 법>
이 책은 한 가지에 좀체 몰두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관심 분야를 바꾸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의 안내를 따라가며 직접 적으며 읽는 책이 오랜만이라 즐거웠다. 특히 어떤 부분들은 속마음을 들킨 것처럼 공감이 갔다.
“나는 처음으로 그동안 외면했던 나 자신에 대한 진실을 마주했다. 그렇다, 나는 그 무엇도 꾸준히 하지 못한다. 이 깨달음은 마치 마약중독자들이 환각에서 깨어나는 순간과 같아서, 절대 기분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머릿속에 수만 가지 생각들이 떠올랐다. 나는 진짜 내 적성을 찾을 수 있을까?
애초에 내게 적성이란 것이 있을까?" - p.17
이런 사람들이 겪는 고초 중 하나는 매번 초심자의 상태로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난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RAM이랑 SSD 가 뭔지 제대로 몰랐다. 리눅스가 뭔지도 몰랐다. 그런 무지의 상태에서 통계 프로그래밍 언어를 공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마치 서는 법을 겨우 익힌 초보 스노보더가 경사진 슬로프를 타는 것처럼 서툴다. 여기에 익숙해지는 데 까지는 아마 꽤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초심자를 자처하는 이유는 즐겁기 때문이다. 좀 어려워도 당장 관심이 가는 게 이거니까 하는 거다. 늘 같은 열정이 유지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좀 받기로 했다. 작년부터 꾸준히 해온 크리에이터 클럽 [기름붓기] 팀의 메이트가 되었다. 크리에이터 클럽은 '나답게 사는 사람'들이 모인 소셜 살롱인데, 그중 기름붓기팀은 '목표'를 주제로 커리큘럼이 짜여있다. 앞으로 3개월 동안 격주로 만나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예정이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세상에 정답은 없다.
이 두 문장을 가슴에 품고 나는 책상에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