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피 이야기

통계청 헌혈 데이터와 인구 데이터로 살펴본

by 전하민


혈액형 성격설

우리나라 사람들은 'A형은 소심하고 O형은 무난하다.'와 같은 소위 혈액형 성격설을 많이 믿는 편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이를 신뢰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믿거나 말거나 식의 유사 과학으로 생각하는 사람의 수는 적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인터넷에 '혈액형'을 입력하면 연관검색어로 '궁합', '조합', '연예인 혈액형' 등이 뜬다. 2004년에는 이동건과 한지혜, 정려원이 출연한 <B형 남자 친구>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영화 <B형 남자 친구> 줄거리 중..
비상식적, 비뚤어진, 비굴한... 하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기적인 B형 남자와 소심한 A형 여자의 혈액형 러브 코미디. (중략) 킹카 영빈은 뭇 여성들의 기피 대상인 최악의 혈액형 ‘B형’ 남자! 집은 없어도 차는 필수품인, 한마디로 폼생폼사 B형 남자. B형 특유의 쪼잔함으로...(중략) 한번 맘이 돌아서면 좀처럼 쉽게 돌이킬 수 없는 'A형' 여자와, 그녀의 마음을 되돌리려는 ‘B형’ 남자! 최악의 조합인 이 둘의 만남은...


하지만 혈액형 성격설은 과학으로 인정받기에는 타당한 근거가 부족하며, 애초에 피의 구분으로 성격이 형성된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다. 세계적으로도 이를 진지하게 믿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두 곳뿐이며, 대부분 서양권은 A형과 O형이 전체 인구의 88% 정도로 높아서 관심의 대상이 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사람들의 혈액형 비율은 어떻게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통계청 홈페이지에 방문했다. 그리고 헌혈 데이터와 인구 데이터를 다운로드하여 태블로를 활용해 데이터를 탐색해보았다.



태블로로 살펴본 대한민국의 피 이야기

(태블로로 데이터 직접 탐색하기 - 클릭)



1. 우리나라와 전 세계 평균의 혈액형 비율 비교

(좌측) 우리나라의 혈액형 비율 / (우측) 전세계 혈액형 비율


우리나라의 혈액형 분포는 다음과 같다. A형이 가장 많고, 그다음이 O형이다. AB형은 10명당 1명 꼴로 적다.

전 세계의 비율은 다르다. O형이 46%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A형 (42%)으로 이 둘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아쉽게도 국내 혈액 데이터는 A, B, O, AB로 구분된 Rh+/Rh- 데이터가 공개되어 있지 않다.



2. 점점 증가하는 헌혈 횟수

혈액형별 헌혈 횟수

우리나라의 2005년도부터 2019년까지의 헌혈 횟수다. 혈액형별 헌혈 횟수의 증감은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2020년 통계가 아직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연일 보유 혈액이 부족하다는 뉴스로 보아 상당히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3. 성별의 차이


성별에 따른 헌혈 횟수 차이

성별로 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3배 가까이 헌혈을 많이 한다. 여성은 월경, 다이어트 등의 이유로 헌혈 부적격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2005년에는 헌혈의 집으로 찾아온 여성 헌혈 지원자의 43.4%, 남성 헌혈 지원자의 12.6%가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기사]



4. 지역의 차이

지역별 히트맵. 상단에 소개된 링크로 들어가 마우스를 갖다 대면 수치를 볼 수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이 가장 헌혈 횟수가 많다. (연평균 78만 회) 그다음은 충남지역이다. (연평균 75만 회) 하지만 엄연히 인구수가 다르므로, 이를 고려해보자.


5. 인구를 고려한 지역별 헌혈 횟수


내국인 인구와 지역별 인구 100명당 헌혈 횟수 (2018년 기준)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인구 (내국인)은 4998만 명이다. 그리고 행정구역별 헌혈 횟수와 인구를 나누어서 줄을 세워보면, 대전 세종 충남이 100명당 57.6명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다. 충남은 가장 헌혈 횟수가 낮은 경기도 (2회)와 비교하면 무려 29배나 차이가 나는데, 사실 이 정도로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불명확하다. 데이터 구조상의 오류일 수도 있고, 청년층이 많고 국가직이 많은 대전, 세종의 지역적 특성 때문일 수도 있다.



혈액형이 무엇인지보다

헌혈을 얼마나 했는지


사실 타인의 혈액형이 무엇인지 알 필요는 없다. 심지어 자신의 혈액형을 아는 것도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헌혈이나 수술을 할 때, 매번 혈액형을 측정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상대방이 헌혈을 얼마나 한 사람인지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특히 코로나의 여파로 혈액이 부족해지고 있는 지금, 자신의 몸이 허락하는 한에서 다른 사람을 위해 피를 뽑아보자.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고, 사은품도 왕창 챙겨준다. 무려 마스크 4개에 영화관람권까지.


내년까지 금장 (50회 헌혈)을 받을게요

대학생 시절 영화를 공짜로 보기 위해 헌혈을 시작했다. 30회 헌혈을 한 사람에게 은장을 수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시간이 나면 헌혈의집에 가곤 했고, 그러다 보니 어느덧 36회나 채우게 되었다. 지난 몇 년을 잠시 쉬긴 했지만 코로나를 계기로 다시 헌혈을 꾸준히 해보려고 한다. 경제적 이득도 보고, 뭔가 좋은 일하는 기분까지 드니 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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