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했는데 아무것도 못한 하루

이것보다 슬픈 하루가 또 어딨을까?

by 혜미

아침 저녁으로 서늘하면서 싸늘한 계절이 왔다.

집에 가는 저녁 “아 춥다”를 연발하면서 티셔츠를 여민채 팔짱을 끼고 가을 바람을 맞았다.

서늘한 바람이 분다는 건 어느덧 일년의 중후반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이니 좋기도 하면서 새삼 놀랍기도 하다.


오늘 하루는 정말 바쁘게 움직이고, 친구들과 연구실 동료들과 인사만하고 잡담을 나눌 시간도 없었는데 집에 가기전 계획과 오늘 한 일을 비교하며 체크해보니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다. 너무 허망했다. 대체 나는 뭘한거지? 하루종일 바삐 움직였는데 나는 대체 뭘한거야? 거기다 실수까지 했으니 (비록 수습을 할 수 있는 단계였지만) 정말 하루가 힘들었다.



결과를 바란건 아니지만 완성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이전엔 하루종일 쉬지않고 바삐 무언갈 했을 때, 그리고 완전히 기가 빠진채로 집에 갈때 ‘와~ 오늘 하루 잘 보냈어’라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이젠 그런 생각이 헛된 생각이라는 걸 깨달았다. 애석하게도 그걸 깨닳은 순간 속상함과 허망함이 조금 더 가까워지긴 했지만.

오늘 역시 예전의 어느날과 같이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기력이 없는채로 귀가했다. 하지만 내가 하지 못했던 것(눈에 보이는 것들이 없거나 완결되지 않은 것)이 많아 마음 한쪽이 시렸다. 몸에선 열이 났는데말이다.



11-01.png 못다한 일 앞에서 너덜너덜









그럼 나는 왜 아무것도 못한 걸까?



1. 상대와의 협업 없이 하지 못하는 일

다른 부서의 사람들의 협업이 없으면 하지 못하는 일이 너무 많다. 특히나 그들이 결정권을 가지고 있거나 정!답!을 가지고 있는데 그 정답에 맞춰야 할 때. 하지만 나는 아직 그것에 대해 잘 모르고 질문을 하면서 익혀나가야 하는데 상대와 내가 처한 상황이 달라서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질문을 못하고, 주변엔 이 일을 해본 사람이 없어서 프로세스를 모르고, 그럼 나는 일처리를 못하고, 그들은 퇴근하고 또 내일로 미뤄지고.. 나에겐 중요한 일이지만 그들에겐 여러 일들 중에 하나일 뿐이니까. (그들은 제시간에 퇴근하는 직원이고 나는 학생이라 시간이 엇나가면 하루종일 일을 못한다.) 요 며칠간 이 문제로 정말 힘들었다. 흑



2. 많은 회의들과 그것을 온전히 정리하지 못한 느낌

새학기가 되면서 새로운 프로젝트들이 시작되고 그것을 진행해나가면서 많은 미팅을 하게 된다. 동일한 주제로 다양한 레벨의 사람들과, 다른 수준과 범위의 미팅들을 계속하다보니 정신이 없어진다. 마치 음식을 삼키긴 했지만 소화가 안되고 있는 그런 느낌이다. 미팅 내용을 알아듣고 이해는 하지만 정리가 되지 않아 온전히 소화가 안되고 있는데 그 상황이 하루에도 여러번 지속 되니까 체한 것만 같다!!! 너무 많은 정보에 체해버렸어. 온전히 혼자 정리하고 소화할 시간이 필요한데 그런 시간을 가지질 못했다



3.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사람들 앞에서의 실수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수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사람 앞에서의 실수는 나의 정신건강과 기분에 너무 큰 영향을 미친다. 잘보이고 싶은 사람 아니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사람 앞에서 하는 작은 실수는 나를 한없이 작아지게 만든다. 그리고 그걸 계속 곱씹게 되면서 나는 계속 작아지게 된다. 오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계속 작아졌다. 내일은 다시 커질 수 있겠지? 정신을 차려야만 한다!






오늘 이렇게 반성하고 객관화 해봤으니 내일은 오늘보다 나은 하루가 되겠지? 그래도 오늘 저녁 나의 기분을 풀어주는 좋은 노래가 있어 행복해지고 있다. 음악이 좋은 것도 있겠지만 그 음악을 듣던 언젠가의 행복했던 기억들이 떠올라 더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이 기분을 안고 내일도 멋지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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