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용 자금 확인 / 소득, 지출, 저축 확인하기
집을 사야겠다는 동기가 뚜렷해지면 실천에 옮겨야지. 내가 왜 집을 사고 싶은지는 앞선 프롤로그에서 이야기했으니 넘어가고 이제는 진짜 집을 어떤 과정으로 사게 되었는지 기록해보려 한다.
집을 사는데 가장 필요한 건!! 돈!!
돈이 있어야 집을 산다. (너무 당연한 현실이다. 냉혹하기도 하고)
하지만 이 돈은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돈 뿐만 아니라 앞으로 가질 수 있는 돈도 포함된다.
미래에 내가 벌 돈 + 혹시 가족들에게 지원받을 수 있는 돈 + 은행이 나에게 빌려줄 수 있는 돈이 모두 포함된다. 내가 벌 수 있는 돈은 한계가 있고, 가족들에게 도움을 못받을 수도 있으니 그건 케바케고. 남은건 단 하나 대출..!!! 집을 사는데 대출이 너무 중요했다.
레버리지를 얼마나 현명하게 잘하느냐에 따라 내가 살 수 있는 집과 동네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리한 영끌은 당연히 안 된다. 집 하나 사자고 쓰리잡을 할 수는 없으니까. 행복하자고 사는 집인데, 집 때문에 불행해지는 건 말이 안된다. 당연히 감당가능한 선에서 해야 하지만, 같은 대출이라도 더 좋은 조건에 할 수 있으니 잘 알아보기 나름이다.
암튼, 돈이 진짜 중요한데, 이걸 머릿속으로만 생각해 보면 절.대. 안되더라. 사실 내가 얼마를 버는지는 알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쓰기 때문에 무조건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정리했다. 천원+천원+만원+천원=일억이 우리의 소비 패턴이니까 ^^!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한 것은
1) 내가 현재 얼마를 벌고 있는지(소득)
2) 얼마를 쓰고 있는지(지출)
3) 얼마를 모아 놨는지(저축)였다.
이 세 가지는 모든 자금 계획을 세울 때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것들이고, 당연히 집을 사는 데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항목이다. 3개월~6개월 간의 실수령액을 쭉 적었고, 그 옆에 생활비를 적었다.
막상 적어 놓고 보니 앞이 캄캄했다. 내가 사고 싶은 집은 10억 인데 내가 가진 돈은 겨우....
좌절하지 말고 이제부터 시작이다. 엑셀로 저장해 놓고 언제나 볼 수 있도록 했다. 돈을 쓰고 싶을 때는 이 엑셀을 열어서 현실을 자각했다.
'집 살 돈도 없으면서 옷 사게?' 라며...
집을 사겠다고 마음을 먹은 순간부터 매수 전까지, 아니 앞으로 지속적으로 돈을 많이 모아야 한다. 당연히 지금보다는 허리띠를 졸라매야겠지(집을 얻는 건 쉬운 일이 아니므로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 무거워요...)
최소 생활비가 얼마나 드는지 계산을 해서 그 금액을 제외하고는 모두 저축(=집 대출 상환)을 한다고 생각했다. 같이 공부하신 분들은 그러시더라.. 나의 경우 월급의 60%를 저축하고 나머지를 다 생활비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것보다 훨씬 생활비를 줄이려고 노력했다. 최대한 진짜 최대한 노력했다.
아직도 물욕이 너무 강해서 미치겠다.. 집을 사고 나니 집에 들어갈 것들도 더 사고싶고
명품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살고 있을 뿐..
그리고 내가 받을 수 있는 대출을 찾아봤다. 대출은 학자금 대출 밖에 몰랐던 나였는데 세상의 대출은 정말 넓고 컸다. 망망대해 그 자체. 그래서 대출은 따로 꼭 공부를 해야겠더라. 그래서 대출 특강을 따로 들었다.
사실 나는 30대였고, 집을 한 번도 산 적이 없는 생애최초였기 때문에 주담대(주택담보대출)만 해도 충분했고, 다른 대출을 알아보는 대신 주담대에 몰빵 했다.
대출 예상액을 조회해 보니 LTV 60%까지 대출이 나온다고 하고 30대는 50년 장기 대출이 가능했다. (나중에 대출 승인 금액을 확인해 보니 장래 소득까지 인정해 주어 내가 계산 했던 대출한도 보다 더 많이 대출이 되었다!! 그러니 30대 분들은 이 부분을 꼭 체크할 것!)
진짜 진짜 마지막으로 이제 가족 찬스를 써야 한다. 부모님께 돈 빌리고, 동생 결혼 자금을 좀 빌렸다. 언니 집 사겠다고 동생 결혼 자금을 빌려 쓰다니. 너무 고맙게도 동생이 흔쾌히 빌려줬다. 그리고 남자친구에게 돈 빌리고 ^_^ 당연히 차용증은 정석대로 썼고 매달 이자와 원금도 잘 갚고 있다. 이미 DSR를 다 채웠기 때문에 추가 대출이 힘들뿐더러, 가능하더라고 금리가 너무 높기 때문에 가족들에게 손을 벌렸다.
이렇게 자금을 모아서 계산해 보니 대략 내가 가용할 수 있는 전체 금액이 나왔다. 이걸 바탕으로 동네를 선정하고 집을 봐야 하는데 정확하게 이 금액으로만 집을 보면 절대 안되겠더라. (사실 이 돈으로 상급지는 절대 못 가고 이것저것 포기할 건 포기하고 차선을 택했지만) 조금 보수적으로 취등록세, 인테리어, 부대비용 등을 생각해서 예산보다는 적은 예산으로 집을 물색했다.
당연히 급매도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 나의 배포에 따라 더 비싼 집을 보고 나중에 투잡, 쓰리잡을 해서 메꿀 수도 있다. 이건 정말 나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지만 나는 가용금액 100%를 매수 금액으로 생각하고, 그 외 부대 비용은 별도로 생각하기로 했다..ㅎㅎ...ㅎ 요즘 인테리어 비용이 너무 비싸져서 고민이 많았는데 일단 걱정은 접어두고 임장을 시작한다. 가용 금액만 정해져도 임장이 훨씬 쉬워지고 명확해졌다. 한정된 예산으로 가장 좋은 곳을 찾으면 되니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으악ㅜㅜㅜㅜㅜ
우리는 집을 살 때 한 번에 돈을 다 내는 것이 아니라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눠서 돈을 지불한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예산의 대부분이 잔금 대출일 것이기 때문에 중도금까지의 자금 계획이 너무 중요했다. 나는 잔금 대출이라 잔금일 날 큰돈이 들어오기 때문에 그전 까지는 타임라인 별로 촘촘히 가용 자금을 계산해야 했다.
집 사기 전까지 엑셀을 메모장처럼 수시로 열어봤다. 핸드폰에 연동시켜 놓고 틈만 나면 열어봤다. 돈이 더 나올 구멍은 없는지, 수식은 잘 걸어놨는지(수식 한 번 잘못 걸었다가 예산 2천만원 정도 잘못 계산해서 돈을 더 구해야했던 순간도 있었다.) 수식 확인 너무 중요하다!!!!!
엑셀에 시간 순서대로 수입, 지출, 잔액을 계산하고 계속 업데이트했다.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언제 얼마큼의 돈이 필요한지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어 절대 불안하지 않다. (버전이 많아지는 건 내 불안함과 그에 대한 대비와 비례하는 것이겠지...)
가용자금 계산이 끝나면 이제 시작이다!
집을 알아볼 수 있는 단계로 들어섰다.
이제는 발로 움직여야 할 단계인데 잘 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