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받고 하는 노동, 일이란 과연 어떤 것인가?
나는 올해로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10년 차를 맞이했다. 회사가 작아 다양한 업무를 맡았지만 그래도 영화 제작과 디지털 배급 업무 실무를 나름 10년 동안 했다. 장인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업계 실무에는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 소리를 들을만하다고 나름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은 '나'라는 부품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추진되던 프로젝트들이 하나둘 지연되면서 생각이 더 많아진 것 같다. '나'라는 존재는 과연 어떤 가치를 회사에 제공하고 돈을 받는 것일까? 내가 하는 '일'이라는 것은 과연 가치가 있는 '일'인가?라는 생각이다.
오래전부터 그런 생각들을 했었던 것 같다. 나는 늘 대체될 수 없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늘 기술자들이 부러웠다.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예를 들면 프로그램 개발자들이나 디자이너, 번역가, PD, 편집자 등등 겉으론 드러난 가치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쉬었다. 그러나 나처럼 기획 업무라던지 총무, 인사 등 실무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가치를 평가하기가 어렵다. 영업직은 매출의 결과로 보여주면 된다지만 이미 소싱해놓은 콘텐츠의 매출에 내가 관여하는 비율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았다. 열심히 해도 티가 나지 않고 잘되어도 내 탓이 아닌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나'라는 부품을 상품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편입을 했고 업계 분야에 다양한 강의를 찾아들었으며 대학원에 진학해 올해 초 석사학위를 받았다. 나를 단련시키기 위해 나름 열심히 노력했다. 그리고 올해 그런 나를 돌아봤다. 그런데 뭔가 알맹이가 빠진 것만 같았다.
나는 무엇을 위해 나를 계발하고 단련시키고 있는가?
이렇게 내가 시장에 나가면 나는 과연 경쟁력 있는 상품이 될 수 있는가?
저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회사에서도 그냥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만 기계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내 일이 대체되는 순간 나의 쓰임새가 없어짐에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지금 내가 하는 일의 가치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는 '일'이란 과연 가치가 있는 일인가? 나는 지금 받는 월급을 받을 만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가? 다른 좋은 회사의 사람들은 나보다 더 뛰어나게 일을 잘하고 있을까? 나는 그들보다 무엇이 부족한 것일까? 질문의 질문이 계속 이어졌다.
본질적으로 일은 가치를 주고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고용주는 나에게 재화를 살 수 있는 돈이라는 가치를 주고 나는 고용주가 원하는 가치를 주는 것이다. 고용주가 원하는 가치가 남들이 보기에도 그럴싸할 필요는 없다. 물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가치가 떨어져 싼 인력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가치가 없어지진 않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했듯이 그렇기에 전문적인 기술들은 그 가치가 명확히 책정되는 반면 가치가 확장되기는 어렵다. 반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기획이나 사업에 전반적인 실무 업무는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우나 내가 하는 만큼 크게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이에 나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내가 생각했던 "일"이란 꼭 고통이 수반되어 어떤 결과가 나와야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고용주 니즈를 해결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게 페이퍼를 단순 복사하는 업무이거나 100억짜리 제안서를 만들어내는 일의 가치를 비교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앞으로 나는 내가 잘하는 일을 필요한 고용주를 찾을 예정이다. 그러면 일을 잘할 필요가 없다. 이미 고용주가 날 애타게 필요할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