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대하여 #1

40살, 남자의 행복과 관련된 잡담.

by 전재성

유난히도 올해는 불행했다.

아니 불행하다고 느꼈다 가 정확한 표현이겠다.


행복은 늘 상대적인 것이라 타인과의 접점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소재다.

그럼에도 보편적인 요인들은 있다. 특히 FOMO가 들이닥친 작년과 올해 자산의 폭등은 나 같은 가장들에게 행복을 방해하는 큰 요인이 되었다.


재산, 재물, 돈!

늘 행복과 직결되곤 한다. 누군가는 말한다.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라고.

나도 돈이 많아봐서 저런 걸 느껴보고 싶긴 한데... 저 말도 십분 이해는 간다. 다만 돈이 없으면 불행할 요인들은 늘어난다. 돈이 없으면 불편하고, 시간이 없다. 그로 인해 마음에 여유는 없어지고 사람을 인격으로 대하지 못하는 일들이 발생한다. 결국 그렇게 감정에 손상이 오고 불행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니 돈이 최소한 행복의 필요조건은 아니더라도 충분조건은 되는 것 같다.


근데 불행히도 올해 내 불행은 돈 적인 요소는 아니다. 아예 영향을 안 미친것은 아니지만 결정적이지는 않았다. 적어도 올해는.


사람이 불행한 감정이 지속되면 우울감이 몰려온다. 우울감은 무기력감을 동반하는데 그래서 아무것도 하기 싫고 누구도 만나기가 싫어진다. 그리고 그런 감정들은 애석하게도 반복되며 사람을 괴롭힌다.


올해 내가 그랬다. 특히 Covid-19으로 2년간의 시간 속에 정체되어 있는 내 모습이 너무 싫었다. 싫으면서 무엇하나 뚜렷하게 하지 못하는 내 존재가 보기 싫었다. 그게 쌓여서 기어코 폭발했던 것 같다.


작은 성취들로 내게 온 불행을 타파해보려 했으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회사는 회사대로 안주하고 나는 나대로 빠져들어갔다. 등산, 사이클, 헬스, 골프 등으로 몸과 정신을 닦아보려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나를 사랑하는 가족들은 나를 걱정하지만 난 그런 사랑조차 받아 줄 수 없는 좀생이로 변해가고 있었다.


행복하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40년을 살아오면서 올해 내게 가장 많이 질문했다.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할까? 집을 사면 행복할까? 해외여행을 가면 행복할까? 명예를 얻으면 행복할까? 건강해지면 행복할까? 이런 고민들 조차 누군가에는 배부른 소리일 수 있다. 확실히 배부른 소리다. 주위에 얘기해보면 내가 처한 상황은 천국 그 언저리쯤 된다. (물론 돈은 없다.)


그러니 더 남들과 얘기하기 꺼려진다. 배부른 투정을 받아줄 여유 있는 사람이 내 주변에는 거의 사라진 것 같다. Covid-19는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과 결과를 미쳤기 때문이다.


Covid-19 2년째에 이르러서 영화 속 디스토피아 세계관이 영화에만 존재할 거라는 내 착각은 깨져버린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출근길 확진 검사를 위해 줄을 길게 서 있는 인파들을 보면 이게 현실인가 영화인가 착각하곤 한다.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다. 우리 아이는 언제쯤 마스크를 벗고 맘 편히 워터파크에서 수영할 수 있을까? 그런 장면이 영화 같은 건 도대체 어떤 세상일까 자문하곤 한다.


그럼에도 이런 감정에 언제까지 빠져 살 수는 없다.

아이와 나를 사랑하는 와이프는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하고 있고 우리 사랑을 듬뿍 받는 아이는 오늘도 유치원과 태권도장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며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그러니 언제까지 이런 우울감 타령, 불행한 타령만 할 수 있는가?

그래서 행복해지려고 오늘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열심히 운동하고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 거 맞나?




keyword
작가의 이전글드라마 "철인왕후"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