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대하여 #2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을 보며 느낀 점

by 전재성

친한 동생이 이제 갓 연애를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며 레스토랑이며 연말에 펜션을 예약하느라 정신이 없다.

커플링을 맞추고 커플 핸드폰 케이스에 커플 장갑. 신났다.


하긴 그때가 가장 좋을 때가 아닌가.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던 때다.

모든 게 이뻐 보이고 모든 게 용서가 되던 때.

아침에 일어나면 설레고 잠이 들면 아쉬운 그때.

믿기지 않는 일들의 연속. 기적 같은 날들의 나날.

어떤 표현을 해도 모자랄 때이다.


요즘 내 머릿속에 가득 찬 행복이란 화두에 정확히 어울리는 시기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저 커플은 무조건 행복하다.


어느새 결혼 9년 차 우리 부부는 7살 된 이쁜 남자아이가 있다.

와이프는 아침부터 분주하다 아이 가방과 옷을 챙겨주고 출근 준비를 한다.

그제야 부스스 일어난 나는 샤워를 하고 대충 옷을 주어 입고 아이를 유치원까지 데려다준다.

아이는 정신이 있는지 없는지 옷을 입히든지 말든지 자신만의 세상 속에 머물다

아빠의 손에 질질 끌려 나온다. 그래도 뭐가 좋은지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유치원을 간다.


당연히 행복함이란 느낄 수 없는 일상의 연속과 반복된 삶이다.


근데 문득 이제 시작한 연인인 동생 커플을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장 행복한 시기에 있는 그들도 아마 더 행복해지고 싶은 욕망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바라는 행복한 모습, 형상, 이미지는 무엇일까?

그들이 사랑을 하고 서로 같이 있고 싶어 해서 얻어내는 최상의 결과는 무엇일까?


그들이 바란 행복의 목표는 오늘 아침에 내 모습이지 않을까?


새롭게 시작하는 연인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자고 같이 밥을 먹고 깨고 싶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나누며 그 사람을 닮은 아이를 낳고 싶을 것이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아이와 셋이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같이 각자 삶의 터전으로 나가는 모습

그게 지금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에게는 꿈이자 현재 달성하고픈 행복의 목표가 아닐까?


드라마 엔딩에서만 써야 하는 장면.

너무 식상하고 뻔해서 요즘 드라마에서는 외면받을만한 너무 평범한 행복의 끝.


그런 연인들이 이루고 싶은 삶을 살면서도

여전히 행복이 뭔가? 하며 고상한 척 글로 고찰하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부끄러워 보인다.


내 옆에서 아이 키우랴 나를 키우랴 고생하고 있는 와이프도 한때 내가 그토록 사랑하고 함께 있고 싶어서 안달이 났던 나의 연인이었다. 그런 연인이 오늘도 내 옆에서 나를 사랑해주고 있음에도 난 왜 그 감사함을 몰랐던가?


새로 시작하는 동생이 그의 연인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나도 내일 크리스마스이브에 와이프와 오랜만에 데이트를 나가야겠다.

물론 더 이쁜 아이는 잠시.. 맡겨도....(더 이상은 생략)


"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다"


고리타분한 저 말이 오늘 크게 와닿는다.


행복 찾지 말고 있는 행복이나 챙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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