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가 주는 따뜻한 동화 같은 이야기
응답하라 시리즈가 처음 나왔을 때 나는 단순히 복고 감성을 살린 예능 PD의 단순 시트콤이라고 생각했다. 기분 좋은 설정과 캐릭터는 내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냥 다른 드라마와 다른 지점은 그게 전부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응답하라 시리즈의 서사와 인물 구도는 나에게 신선함을 주었다. 이 시리즈에는 영화, 드라마의 서사구조를 기획할 때 가장 먼저 설정하는 안타고니스트(대표 악역)가 없다. 각 회차마다 캐릭터의 성격에 맞는 에피소드를 구성하고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귀여운 미스터리만으로도 충분한 긴장감과 재미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우정 작가를 비롯한 작가팀이 대단한 이유이다. 물론 디테일한 소품과 과거 유행가들로 가득 찬 OST의 활용으로 과거 추억을 극대화시키는 연출력도 최고이다.
그런 응답하라 팀이 새롭게 내놓은 작품 <슬기로운 의사생활>도 전작과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들의 세계관에서는 살면서 일어나기 겪어보기 힘든 설정들이 너무 쉽게 나온다. 응팔에서 로또에 당첨되었는데도 그냥 똑같은 집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살고 있는 설정이라던가 <슬의>1회에서 병원을 소유한 재단의 회장이 임종하면 후계자를 찾는 설정에서 자식들이 모두 종교에 귀의하고 재산에 관심이 없다는 설정 등은 사실 현실에서는 이루어지기 어려운 설정이다.
하지만 그들의 세계관에서는 가능하다.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다. 게다가 처음에 언급했듯이 여기는 악역도 없다. 나오는 캐릭터들마다 이 사람은 어디가 매력일까 기다릴 뿐이다. 또한 등장하는 캐릭터들마다 모두 최고의 능력을 갖췄다. 공부를 잘하는 것은 물론 실력도 좋다. 심지어 마음씨도 좋고 선하다. 그야말로 정말무결한 캐릭터들을 그냥 한 명도 아니고 다발로 가져다 놓는다.
사실 이렇게 설정을 해놓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핍진성이다. 쉽게 얘기해서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말이 안 되는 설정은 시청자들을 몰입하기 힘들게 만든다. 하지만 응답하라 팀은 이런 단점을 에피소드의 현실화를 통해 몰입감과 긴장감을 준다. <슬의>에서는 캐릭터들에게 히어로와 같은 능력을 주면서 한 가지씩의 결핍을 넣어놔 인간적인 면을 보여준다. 또한 병원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에피소드들을 보여주면서 공감을 유도한다. 시청자들은 어려운 상황에 히어로 능력을 가진 캐릭터들에 공감하며 응원하게 된다.
사람들은 기분 나쁜 이야기 현실적인 이야기만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영화나 드라마 등 대중적인 장르의 예술을 소비할 때 사람들은 행복하고 기분 좋아 싶어 한다. 디즈니 영화가 대표적이다. 주인공은 죽지 않고 엔딩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 법칙과 같다. 응답하라 팀은 이 부분을 드라마에 도입한 듯 보인다. 심지어 디즈니 마저도 설정해놓은 악역조차 없이도 긴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그리고 응답하라 팀 드라마의 장점은 단순히 이야기와 캐릭터의 설정만 있지 않다. 그들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들의 아름다운 추억을 되살리는 것이다. 추억의 장치로 디테일한 소품과 예전 유행가의 리메이크 활용이다. <슬의>의 OST는 매회 하나씩 발표되는데 그때마다 음원 1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가 많다. 단순히 예전 가요만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에피소드에 가요의 내용을 활용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사들이 가득 찬 병원에 가서 치료받고 싶다.
요즘 코로나로 모두들 우울하고 힘든시기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이럴 때 마음만이라도 따듯해지길 원한다면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추천한다. 그래도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방역을 한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는 <슬의>의 의료진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희망을 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