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에 관하여

맥락(Context) 없는 대화와 소통

by 전재성

나와 일하는 거래처 대표님이 한 분 계신다. 나이는 50대 중후반 정도. 가끔 업무적으로 대화를 나누는데 한마디로 참 말이 통하지 않는다. 대표님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신다. 아무리 설명해드려도 소용없다. 이야기는 반복되고 결론은 나지 않는다. 나는 늘 지치고 지친다.


처음 외국어를 배울 때 단어와 문장을 몰라 소통이 되지 않는다. 아예 언어를 모르니 대화로 소통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런데 외국을 나가보면 어떻게든 소통이 된다. 바디랭귀지를 통해 이것저것 표현하다 보면 결국 원하는 바를 이루고는 한다. 왜 그럴까? 비밀은 바로 "맥락"에 있다.


맥락 없는 대화는 다른 언어로 대화하는 것보다 소통이 어렵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 세상엔 의외로 소통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에서야 느끼지만 아마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 비율이 50%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충분히 이 정도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냉정히 주변을 둘러보라. 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들어보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은 의외로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은 채 자신의 말만 하고 있음을 쉽게 볼 수 있다. 각자의 메시지만을 일방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상대방이 대화 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해도 이미 자신은 답이 정해진 상태이다. 단지 그들은 그들의 얘기를 끝내면 그만이다. 결국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사람이 대화를 끝내버리고 소통은 포기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위에서 말했듯이 맥락을 생각하지 않고 상황에 맞지 않는 텍스트만을 말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은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상대방의 의도와 주변 환경을 고려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다. 딱히 노력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해하려고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화는 일방적이 되고 대화 주체끼리의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반면 위에서 예를 들었던 바디랭귀지는 맥락만이 존재하지만 소통이 잘 된다. 배를 붙잡으면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다거나 배를 문지르면서 먹는 시늉을 하는 것만으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알아내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맥락 없는 대화가 일어나는 것일까? 그건 기본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존경의 문화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나이가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무조건 경험이 많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경향이 많다.


나보다 어린 네가 뭘 알겠니?

학생인 네가 뭘 알겠니?

이제 입사한 신입사원이 뭘 알겠니?


아마도 이런 생각들이 무의식 중에 상대방에 대한 편향을 갖게 하고 단정 짓게 만들어 상대방의 메시지를 받아들이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현상이 나이가 많은 세대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 세대들(10~20대) 다른 사람들의 충고가 진심이거나 거짓인지 아무 관심이 없다. 그저 자신이 불편한 얘기를 하면 꼰대 문화라 비꼬는 경향이 짙다. 특히나 자신의 주관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쿨"한 행동이며 멋이라 생각하는데 이 또한 위의 어른 세대와 다를 바 없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행동일 뿐이다.


소통은 결국 상대방에 대한 배려로 시작된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소통이 필수 요소이다. 사람을 만나는 방식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사람은 늘 누군가를 만나야 하고 소통해야 한다. 그러나 사람이란 늘 완벽할 수가 없다. 내가 늘 옳을 수도 늘 틀릴 수도 없는 나약한 존재이다. 이를 인정하는 것, 그게 맥락 있는 대화를 하는 첫 번째이다. 내가 부족할 수도 뛰어날 수도 있듯이 상대방이 어떤 배경을 가졌든 간에 상대방을 배려하고 인정한다면 맥락 없이 메시지만을 남발하는 대화에서 서로 마음을 터놓은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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