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갈피'

by 전진형

사람을 만나면 대화를 나누고

만남의 연갈피를 꽂는다.

하루가 될지 몇 개월이 될지,

다음을 기약한다.

내용이 넉넉히 찼을 때가 되어야 우리는 만나고,

갈피를 다시 펼친다.


때로는 사람을 만나서 삶을 나눠도

연갈피를 꽂지 않을 때가 있다.


책을 펴도

굳이 책갈피가 필요 없을 때가 있다.

책의 앞부분만 잠깐 봤을 때,

한 손으로 후루룩 넘기며 봤을 때.

책의 내용을 깊게 살피기보단

겉표지, 목차, 중간의 문체 정도 볼 때에는

책갈피가 필요 없다.


무심코 읽어나가다 어느 순간 깊이 빠지거나

마음을 먹고 읽어나갈 때,

책갈피가 필요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초면에 직업, 말투, 표정 등 겉모습만 보고

그 사람 어딘가에 연갈피를 꽂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적어도 살아온 환경이나 현재의 상황,

함께하는 배경 인물들의 성격 정도는 알아야

주인공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고,

그래야 다음이야기를 기약하며 연갈피를 찾게 된다.


수많은 인연 가운데

나에게 꽂힌 갈피는 얼마나 될까

갈피없는 인연 또한 얼마나 될까


아직 펴지 않은 연을 만나면

연갈피 하나 손에 꼭 쥐고

소년의 마음으로 연을 읽어 나가고 싶다.


- 연갈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