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읽고 써도 변한게 없는 이유

by 진지우기

제대로 된 일기는 대학시절부터였다. 그리고 그 기록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일기 쓰기가 15년이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성실하게 매일 쓴 적도 있었고 분기 단위로 쓴 적도 있었다. 반 지하를 벗어나야겠다고 본격적으로 생각한 것은 3년 전쯤이고 그때부터 내가 읽던 책들은 문학에서 비문 학류로 바뀌었다. 세부적으로는 자기 계발, 비즈니스, 심리학, 마케팅 등의 카테고리의 책들을 읽었다. 1년에 50권 정도로 3년 정도 되었으니 150권가량의 책들을 읽은 것 같다. 읽은 책들에서 중요한 내용이나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은 에버노트와 일기장에 꾸준히 기록해 놓고 가지고 있다. 이렇게 책과 일기 쓰기를 꾸준히 하다 보니 나름 많은 자료들이 생겼다.


이쯤에서 내가 나의 독서량이나 일기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것 같지만 전혀 반대다. 내가 요즘 느끼는 감정은 깊은 후회다. 일기를 썼으나 제대로 쓰지 않았고, 책을 읽었으나 제대로 읽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전혀 하지 않았다.


중요한 한 가지를 왜 빼먹고 살았는지 얘기하기 앞서 내가 후회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반 지하에서 몸과 마음 전부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은 3년 전 깨달은 것이다. 그전에 쓰던 일기나 책들은 그저 취미의 수준이었다. 그것들에 대해선 전혀 후회가 없고 그나마 읽고 쓰는 것을 멀리 두지 않았던 나 자신에게 감사하다.


내가 후회하는 지점은 지난 3년 간의 쓰기와 읽기이다. 대대적인 마인드 개조로 경제적, 정서적 안정을 이루고자 목적 있는 읽기와 쓰기를 시작했지만 3년이 지난 시점에서 3년 전과 나를 비교하자면 현재 결과는 미비했다. 여기까지 읽고 '그래. 독서나 일기 쓰기는 역시 큰 도움이 안돼.'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지 않길 바란다. 오히려 읽기와 쓰기는 삶에 바짝 붙여 놓고, 단지 내가 했던 실수를 하지만 않는다면 3년이 아니라 3개월 만에도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일기를 쓰고, 책을 읽으며 내가 하지 않았던 것은 '생각'이었다. 뭔 소리냐고? 책을 읽으면 저자의 생각에 눌리거나 무조건 수용하며 내 생각을 갖지 않았다. 일기를 쓰며 내 생각들에 대해 의심해보거나 생각의 뿌리가 어디서 흘러온 것인지 탐색해보지 않았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일기를 쓰고, 책을 읽었다. 자기 생각 없이 살다 보면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지금 내 현실에서 이 책의 이 내용이 어떤 도움이 될지 파악하고 따져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질 못한다.


그저 열심히 읽고 매일 쓴다는 행위 자체에 위안을 얻어 몸만 바쁘면 정신은 게을러도 상관없다는 이상한 논리를 정당화시켰다. 몸만 바쁘고 생각은 게으른 삶이 어떤 걸까? 내 예시를 들어보자면 자기 전에 매일 감사일기, 독서노트, 명상 일기, 긍정 확언 등을 썼다. 아침이나 낮에 이동할 때는 동기부여, 성장, 자기 계발, 영성과 관련된 오디오북이나 강의를 들었다. 샤워할 때면 성공한 사람들의 축하 연설이나 인터뷰를 들었다. 주말엔 서점에 가서 자기 계발, 성공학과 관련 신간을 사고 읽고 또 읽었다. 이 짓을 3년 동안 쉬지 않고 했다.


이런 삶이 열정적이고 성실해 보이는가? 나는 아니다. 나는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전혀 주지 않았다. 나 자신에게 이완된 상태에서 생각들을 정리하거나 배운 것들을 복습할 시간을 주지 않고 미친 듯이 집어넣기만 했다. 이것은 마치 자식에게 건강에 좋은 음식을 쉬지 않고 먹이는 꼴이다.


물론 의미 없는 생활보다 그나마 책 읽고 일기를 쓰는 시간들을 보냈다는 것으로 긍정할 수 있겠으나 그것은 내가 원했던 삶이나 결과물은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성장이었고, 그러기 위해선 미래와 현재를 잘 바라보고 현재를 잘 조정하며 나아가야 하는데 나는 닥치는 대로 담기만 한 것이다. 슈퍼마켓에서 무조건 카트를 꽉 채우는 것이 올바른 행동이 아니듯 나는 나의 그릇에 무조건 채우려고만 했다. 옳고 그름을 따져볼 여유라는 걸 허락하지 않고 미친 듯이 먹기만 했다.


이 모든 것은 불안 때문이다. 그에게 내 모든 것을 맡겼기 때문이다. 불안이라는 감정이 날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만들고, 무조건 바쁘게, 무조건 많이, 무조건 쉼 없이 입력해야 나아질 수 있다고 채찍질했고, 작가와 여러 강연들에서 듣는 성공한 자들의 이론을 '생각'이라는 소화 과정 없이 그저 떠 받들고 열광하게만 만들었다. 결국 현재 내게 남은 것은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과 습관적인 자기 비하를 하는 사고패턴이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책을 읽고 무언가를 배우고 쓴다. 잠깐 헛다리를 짚었던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배우는 시간'도 너무 중요하지만 자신에게 '생각할 시간'이 더 중요하다. 그 시간이야 말로 진짜 원하는 삶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부디, 생각할 시간을 가지고 자신만의 가치와 목적으로 살아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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