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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우기 Aug 18. 2021

마약 먹고3주 만에써서대박 난소설


창작자들의 로망이 있다면... 어느 날 갑작스러운 신 내린 듯 영감을 받아 단숨에 쓴 작품으로 대박을 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미친 영감의 소유자이자 대박 작가가 실제로 있다. 바로 미국의 소설 작가 잭 케루악이다. 



잭 케루악 Jack Kerouac (1922-1969)  |  미국, 매사추세츠 주



케루악을 이야기할 때 꼭 붙어 다니는 수식어는 '비트족'이다. 우리말로 하자면 '방랑자' 정도인데 졸업 후 취업으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꾸리는 보통의 루투와 정반대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다. 도보로 여행하며 시를 쓰고, 도시의 소음을 피해 자연을 누비며 시를 쓰고, 음악에 심취하여 삶을 사는 젊은 세대를 일컬어 '비트족'이라 불렀다. 그리고 케루악은 그런 비트족의 시초인 비트 제너레이션이다.



콜럼비아 대학을 다니다 시인이 되기 위해 무작정 남부로 떠났고, 군입대, 도보로 국토횡단 등 방랑자의 삶을 살았다. 글을 쓰기 위해 골방이나 도서관이 아닌 탁 트인 대자연을 마음껏 누비며 자유롭게 떠돈 그의 라이프스타일은 도시에 숨 막혀하던 젊은 세대들에겐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그를 따라 방랑을 떠나는 젊은 세대들이 많아졌고 결국 비트족이 탄생한 것이다.



몇 년간의 방랑생활을 마친 케루악은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1951년 그의 나이 29세 때 커피와 각성제 (마약이라는 설이 있음)를 먹으며 골방에 처박혀 3주 동안 미친 듯이 그동안의 방랑생활을 담은 자전적 소설 <길 위에서>를 완성했다. 커피와 각성제에 취한 탓일까? 그는 보통 종이에 글을 쓰지 않았다. 타자지를 낮장이 아닌 두루마리 휴지처럼 이어 붙어 무려 40m나 되는 두루마리 원고지로 만들었다.





두루마리 원고지를 받은 편집자는 당황스러웠다. 원고의 형태도 놀라웠지만 글의 형식은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여백 구분도 없었고, 마침표나 구두점도 제대로 안 찍힌 난잡하고 방황하는 청춘의 복잡한 머릿속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보였다. 아마 원고를 읽어보곤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이거 무슨 정신 나간 놈이 약 먹고 쓴 거 아니야?"


소설 <길 위에서>는 출간되자마자 평론가와 대중들에게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 신선한 충격과 뉴욕의 도시문화에 대한 비판, 청춘의 방황, 삶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 등 50-60년대 미국이 가진 또 다른 이면을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누구나 꿈꾸는 불멸의 왕좌에 올랐다. 현재도 미국 도서관에서 여전히 높은 대출률과 연체율(?)을 기록 중이란다. 이쯤에서 당신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역시... 좋은 글은 저렇게 거칠게 살다가, 어느 날 삘 받아서 한방에 쓰는 거야...' 



이제부터 할 얘기는 잭 케루악의 스토리 중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다. 재미도 없고 작가라면 누구나 겪는 평범한 이야기 이기 때문이다. 케루악은 초고는 3주 만에 뽑았지만, 퇴고하는 데는 6년이 걸렸다. 인간이 죽음을 피할 수 없듯이 작가는 퇴고를 피할 순 없었다. 설사 천재라고 해도. 


케루악의 이야기는 어떤 의미일까? 그 어떤 창작자도 단번에 명작을 만들 순 없다. 마약을 먹던 레드불을 몇십 캔을 마시던 단 한 번에 짠하고 탄생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뱃속에서 태어나자마자 글을 쓰는 작가는 없듯 작가라면 퇴고는 피할 수 없다. 특히 케루악의 사례처럼 단 기간에 나올수록 퇴고의 시간은 그만큼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자, 이제 가서 각자의 작업을 하자. 영감을 받길 기다리며 미뤄둔 그 작업들 말이다. 단, 각성제는 멀리하시길. 한 방에 쓰겠다는 막연한 환상 따윈 개나 줘버리시길. 케루악처럼 6년 동안 고치기 싫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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