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소네트 1번
A 아름다운 이들에게 자손 많길 바라는 건
B 미모의 장미가 죽지 않길 바라기 때문예요.
A 하지만 시간과 함께 장미가 사라지고
B 나이 어린 상속자가 그걸 기억할 거예요.
C 하지만 당신은 제 눈에 굳게 맺어서
D 스스로를 불태워 밝은 빛을 내는데
C 풍요 속에 굶주림을 가져오는 원수라
D 아름다운 자신에게 너무나도 가혹해요.
E 당신의 세상의 아름다운 꽃이라
F 찬란한 봄철을 선포하지만
E 자신의 꽃망울에 행복을 가뒀으니까
F 당신은 구두쇠라, 인색으로 낭비해요.
G 세상을 불쌍하게 안 보면 세상 몫을 삼키고
G 자신과 무덤에게 삼켜지는 포식자요.
이 소네트를 거칠게 말하자면 '결혼하여 자식을 낳자.'이다. 당신의 아름다움을 낭비하지 말라며 그것이 사라지지 않을 유일한 방법은 아이 (어린 상속자)를 낳아 그 아이가 당신을 기억해주는 것이다. 요즘 대한민국에서 이런 소네트로 고백하면 어떻게 될까? 다양한 놀란의 여지가 있다. 출산 문제, 양육문제, 여성에 대한 배려 등 듣기만 해도 복잡해진다.
하지만 이 시의 화자는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다. 한 여성이 아름다운 귀족 청년 (Fait youth)에게 결혼해서 아이를 낳자고 고백하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 여성은 이런 식의 고백을 하는 걸까? 이 시가 아름다운 것도 있지만 난 이 여성의 전략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 전략을 우리도 알게 된다면 고백하는데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
상대의 외모나 너무 아름답고, 상대가 자신의 외모가 예쁘다는 것을 알고 있을 때. 우리는 포기하게 된다. 말조차 걸어볼 용기도 못 낸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접근해볼 수 있다. '당신은 가장 아름다운 꽃이지만 그 아름다움을 가지고만 있을 뿐 세상에 내주지 않는다. 나와 결혼해서 당신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남기자.' 세계 외모 평균을 올리는데 이바지 하자는 큰 이념이다.
만약 당신의 마음을 끄는 상대방이 외모적, 지적, 경제적으로 당신과 차이가 나서 말조차 걸 엄두가 안 날 때 이런 방식으로 접근해보면 어떨까?
" 당신의 그 매력(외모, 지식, 경제력 등)을 혼자만 가지고 있으면 아깝지 않나요? 내가 당신과 함께 하면 당신의 그 매력을 세상에 널리 알릴 수 있죠. 왜냐하면 당신의 매력에 내 모든 것을 걸만큼 푹 빠져버렸어요. 우리 같이 평균을 올려보면 어떨까요? 셰익스피어 소네트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당신은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 찬란한 봄을 선포하지만 자신의 꽃망울에 행복을 가둬놨으니 인색한 구두쇠라고요. 저랑 커피 한 잔 하실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