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눈도 내리고 추운 날들이 이어졌지만 우리 마음은 계쏙 들떠있었다.
겨울에서 여름으로 떠날 준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따뜻한 나라에서 수영도 하고 망고도 까먹으며 노을이 지는 해변을 거닐 상상을 하며 수족냉증을 견뎠다.
부모님이 알려준 삶 말고 내가 직접 겪어보는 삶을 살아보는 첫 시작이다.
보통 많은 사람들이 자아를 찾으러 여행을 떠난다고 하는데, 나도 거기에 혹했다.
진짜 찾아보고 싶었다. 진짜 나를.
내가 어떤걸 좋아할지, 여행가로서의 나는 어떨지, 여행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나는 과연 멋있을지
궁금했다.
긴장한 우리는 두시간은 먼저 공항에 도착했다.
여행은 이곳에서부터 시작이라고 했던가.
체크인을 하고 입국수속을 하고 면세점에가고 커피를 마시는 순간부터 우리의 첫 세계여행은 그렇게 시작된것 같다.
까페에서 계속 태국에 도착해서 어디로 어떻게 숙소를 찾아가야하는지 찾아보다가
앞뒤로 가득 채운 배낭 가방에 또 꾸역꾸역 챙겨간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의 구절을 계속 곱씹으며 비행기에 올랐다.
"나이를 먹는 건 그다지 두렵지 않았다.
나이를 먹는 것은 내 책임이 아니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두려웠던 것은 어느 한 시기에 달성해야 할 무엇인가를 달성하지 않은 채로 세월을 헛되이 보내는 것이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다."
나와 남편은 그 '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