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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니드 Sep 13. 2022

난 보름달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묘한 추석

어릴 적 같이 놀고 함께했던 친구 놈들은 어느덧 자라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생겼다.      


대학생 시절까지는 명절이면 모두 모였던 친구들이지만 이제는 사회인으로서 각자 생활이 다 달라 전부 모이기란 갈수록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모이면 매번 반복되는 주제이지만 이번 추석에도 학창시절 추억을 나누고 어리다는 이유로 가능했던 일들을 놀리며 여전히 웃으면서 편한 친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로 만나면 꽤나 어른스러운 면모를 보이기도 하지만, 같이 모이면 그때 그 추억을 공유한 우리이기에 그 시절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추억 팔이 이후 절반 이상의 친구가 결혼한 상황에서 대화의 주제는 결혼생활과 육아다.      


원래 어떤 모임이든 나는 나에 대한 이야기나 내가 아는 주제가 아니면 굳이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대화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일부러 대화를 이끌어가고 싶지도 않았다. 우리가 나이를 먹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굉장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좋다”, “나쁘다”라는 개념보다 편했던 친한 친구들과의 대화가 어렵게 느껴진 것이 꽤나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친한 형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기혼자와 미혼자로 뭉친다는 이야기와 함께 친구들이 따로 만나면 몰라도 결국에는 생활이 다르니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줄어들고 만남에도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조언해 주었다. 그러니 너무 당황할 필요는 없다는 내용이다. 어느 정도 미래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다.


다음 날 다른 친한 친구를 만났다. 꽤나 긴 시간 얘기를 나눴다. 앞의 경험을 공유하니 적극 공감하면서 자기네들도 벌써 기혼자와 미혼자가 나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단이라는 게 같거나 비슷한 공감대가 있고 주제를 공유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체감하는 추석 연휴였다.      


다음 날인 9월 10일 추석 당일 100년 만에 가장 둥근 보름달 촬영을 마치고 긴 시간은 아니지만 보름달을 응시했다.     


난 보름달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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