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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추석

시대의 흐름 속 변화하는 명절 문화

by 전병권

명절에 국내외로 여행을 가거나 소비가 급증한다라는 뉴스에 익숙해져갈 때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은 하늘길을 막았고, 무엇보다 가족과 친구, 지인 등 대인관계를 멀어지게 만들었다.


올해 추석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비교적 편하게 사람들과의 만남이 가능했다.


10년 전 나도 있었던 남해읍 사거리에는 매년 이름 모를 20대 젊은 친구들이 얼굴이 붉어진 채 점령하고 있고 남해대학 운동장에는 술과 음악이 펼쳐지고 있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이 풍경은 변함이 없었다.


그렇지만 민족 대명절도 시대의 흐름에 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모시고 있는 납골당 내부, 외부에는 모두 음식물 반입이 금지돼 예전처럼 술이나 과일, 떡 등을 대접하지는 못한 채 절과 간단한 묵념으로 대신했다.


두 분은 초등학생 시절 나를 꽤 오래 돌봐주셨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썩 내키지는 않았다.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이 그렇지 않은 순간 중 하나였다.


그나마 위안 삼을 수 있는 것은 카메라를 챙겨가서 우리 가족들을 찍고 두 분의 모습을 남길 수 있다라는 점이다. 기록을 남긴 내가 대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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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을 모시는 제사나 차례가 간소화되는 가운데 조상을 모시는 유교 문화가 다음 세대, 적어도 그다음 세대 중으로 사라질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내게 두 분은 20여 년 전 건강한 모습으로 외갓집에 계시니 다음에는 외갓집에도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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