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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쌍식 제빵사는 도덕을 굽는 중입니다

도덕 교과서 속 김쌍식 제빵사 이야기

by 전병권

중학교 1학년 도덕 교과서에 실린 김쌍식(경남 남해군 남해읍 행복베이커리 운영) 제빵사의 이야기는 단순한 미담이 아니다. 도덕이 교과서 속 이론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실천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하루하루 등굣길 빵을 나누는 사연이 교과서 한 페이지에 실렸고, 이제 수많은 교실에서 도덕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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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쌍식 제빵사는 매일 새벽 5시, 아이들을 위해 빵을 굽는다. “아이들은 잘 먹어야 하니까요. 잘 먹어야 공부도 잘하고, 잘 뛰어놀지요”라는 그의 한마디는 긴 설교보다 강렬하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그의 행위는 단순한 사례가 아니라, 도덕 교과서가 추구하는 ‘살아 있는 가치’를 실현한 예라고 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언론이나 미디어, SNS를 통해 김쌍식 제빵사를 알게 됐다. 그가 사회적 약자들이 있는 곳, 도움이 필요한 곳에 무료로 빵을 나눠준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도 있다. 김쌍식 제빵사는 자신의 나눔이 자신으로 끝나지 않고, 많은 이들이 나눔을 실천하길 바라며, 이 마음이 널리 퍼져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그는 또 한 가지를 말하곤 한다. 바로, 빵을 받는 사람도 그 마음에 감사할 줄 아는 도리를 갖춰야 한다는 나눔의 가치다. 김쌍식 제빵사는 나눔이 단순한 베풂이 아니라, 주는 이의 진심과 받는 이의 태도가 함께 빚어가는 관계임을 몸소 실천해 왔다.


그러나 세상은 때때로 그를 지나치게 단순화해 바라본다. 선행을 꾸준히 이어가는 모습만을 보고 무조건적으로 온화하고 유순한 사람일 것이라 짐작한다. 그러나 그는 옳지 않다고 판단하면 분명하게 입장을 밝히고, 부당한 요구나 무례함에는 단호하게 선을 그을 줄 안다.


이러한 태도를 단편적으로 본 일부 사람들은 그를 오해하거나 평가절하하곤 한다.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보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그의 도덕은 단순한 온정주의가 아닌, 삶에 뿌리내린 신념과 분명한 가치 기준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나눔을 단지 착한 행동이나 일시적인 감정으로 여기지 않는다. 나눔이란 단순히 감정을 따르는 행동이 아니라, 자신이 지켜야 할 책임이자 사회에 대한 응답이라고 믿는다. 그렇기에 그의 행동은 흔들리지 않고, 단순한 감정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는다. 이 점이 김쌍식 제빵사를 단순한 기부자가 아닌, 공동체의 도덕적 지표로 만드는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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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은 실천과 태도, 그리고 일상의 반복 속에서 자연스럽게 몸에 밴다. 그런 점에서 김쌍식 제빵사의 나눔은 아이들에게 빵을 건네는 행위를 넘어, 공동체란 무엇인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묻게 만든다. 학생들은 이제 도덕 시간을 통해 추상적인 개념 대신 실존하는 인물을 만나게 되었고, 그 인물은 먼 나라에 있는 위인이 아니라, 남해읍 행복베이커리를 찾아가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이웃과도 같은 사람이다. 나눔이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서로를 외면하지 않는 마음, 손 내미는 용기, 자신의 부족했던 기억을 타인을 위한 선행으로 되갚는 태도. 김쌍식 제빵사는 오늘도 아이들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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