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 포화시대, 지역성을 담은 축제로 변해야 한다 1
매년 전국 지자체에서 지역축제가 막을 올린다. 무대는 화려하고, 인파는 물결을 이룬다. 그리고 어김없이 쏟아지는 ‘성공’했다는 보도자료형 기사들. 지역언론은 무엇을 기록하고 있는가?
축제에 대한 의심은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찾아오지 않았다. 2017년부터 남해 축제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해온 나에게, 의심은 축적된 산물이었다. 의심의 뿌리에는 매년 관성적으로 되풀이되는 축제, 자기 성찰이 부재한 축제, 구조적 혁신을 거부하는 축제들에 대한 목격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의심은 쌓여가고 부족한 점도 보이는 데, 그만큼 한계도 느꼈다. 더 이상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거나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스스로 모습에 답답했고, 이러한 성찰이 오히려 국내외 다양한 축제를 보다 폭넓게 탐구하겠다는 의지로 승화됐다.
축제가 열리면 수고가 많은 공무원과 관광문화재단 관계자, 봉사자 등 셀 수 없이 많다. 방문객들의 즐거움을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무대를 설치하고, 민원을 감당하고 안전을 챙긴다. 수고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성과와는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 더구나 관계자들끼리 반성과 성찰 없이 반복되는 자화자찬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축제는 1,214개(2025년 기준). 왜 이렇게 많을까? 축제는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가시적인 결과를 만들기 가장 용이한 사업이다. 사진은 잘 나오고, 기사화되기 좋고, 민원도 적다. 실적 중심의 행정에서 축제는 가장 안전한 선택지다.
또한 축제는 지역 주민을 동원하기 용이한 도구이기도 하다. ‘참여’와 ‘화합’이라는 명분 아래 다양한 이해관계를 끌어안으며, 지역사회의 정치적 도구로도 활용된다. 여기에 “예전부터 해왔으니 올해도 한다”는 관성과 기관장의 입김까지 더해지면, 축제는 고착된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아무도 바꾸려 하지 않는다.
다른 문제는 기자들이다. 지역 기자조차 지역축제를 모르고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 축제의 역사, 구조, 참여 주체, 지역성과 공공성에 대한 고민 없이 비슷한 기사만 반복된다. 단체장 멘트 몇 줄, 사진 몇 장, 그리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는 상투적 문장. 남해처럼 관광산업이 중요한 지역에서 축제는 중요한 자원이자 반대의 결과를 낳기도 하는데 언론은 침묵하고 있다.
이런 기획기사를 쓰는 것은 사실, 신문사 입장에서는 손해일 수 있다. 지역축제가 늘어날수록 신문광고에 실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있는 축제도 유지돼야 경영에 도움이 되는데, 갈수록 어려워지는 신문사 경영에 찬물을 끼얹는 기사들이라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
남해를 벗어나 타 지역 축제를 취재할 때마다 기자로서의 편의를 받지 못한 현장은 불편했지만, 그만큼 더 객관적인 눈을 가질 수 있었다. 그동안 내가 써왔던 기사들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였다.
기자는 더 겪어야 비판할 수 있고, 더 알아야 대안을 말할 수 있다. 공동취재가 아니었다면 타 지역 축제를 이토록 깊게 볼 기회는 없었을 것이고, 스스로 축제에 대해 취재해오고 보도해왔던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