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 포화시대, 지역성을 담은 축제로 변해야 한다 3
대구치맥페스티벌은 ‘더위’라는 계절의 피로감을 역설적으로 활용하고, 치킨이라는 대중적이면서도 대구의 역사성을 지닌 아이템에 맥주를 더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제13회 대구치맥페스티벌은 7월 2일부터 6일까지 5일간 누적 관람객 100만 명을 달성했다. 숫자 자체도 놀랍지만, 그 밀도를 직접 체감하는 순간은 더욱 생생했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자 두류공원은 급격히 변모했다. 오후의 여유롭던 잔디밭은 어느새 사람으로 가득 찼고, 어둠이 깔릴 무렵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축제는 그렇게, 대구의 밤을 점령했다.
치킨은 한국인이 친숙하게 느끼는 음식이고, 대구는 1970년대 프랜차이즈 치킨이 먼저 확산된 지역이었다. 여기에 500만 명 인구가 밀집한 대구권이라는 든든한 기반, 대도시가 가진 인구 밀도, 교통, 넓은 공원 같은 물리적 자원을 자연스럽게 접목시켰다. 복잡한 메시지는 없다. 그저 ‘와서 즐기게’만 해놓았다. 단순함의 정수였다.
무더위 속에서 솟아오르는 분수는 아이들에게 인기다. 어른들은 맥주 캔을 부딪치고 마시며 치킨을 즐겼다. 무대마다 흐르는 클럽 EDM과 릴스 음악은 젊은 세대를 겨냥했다. 포차도 열리고 7080가요도 중장년층 취향을 반영했다. 이 축제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치킨 브랜드가 앞다퉈 부스를 열고, 캔맥주와 탄산음료가 쏟아지는 현장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카스를 팔겠다는 강력한 의지’였다. 특정 브랜드의 마케팅 장이 되어버린 듯한 인상을 지울 수는 없었지만, 가장 큰 후원사이니 당연해 보였다.
여기에 더해, 몇 가지 구조적인 한계 역시 반복적으로 지적된다. 중소 치킨 업체가 참여하기 어려운 높은 부스료, 행사장 중심의 소비 구조로 인해 인근 상권과의 연계 부족, 매년 반복되는 콘텐츠의 창의성 한계 등은 지역축제로서 공공성을 둘러싼 숙제로 남는다.
그러나 이 축제를 보며 씁쓸함도 피할 수 없었다. 실제 많은 소도시 축제들이 지금 정체성과 콘텐츠를 상실한 채 ‘이벤트 대행형’ 행사로 전락하고 있다. 축제라는 간판 아래, 정체불명의 무대 공연과 먹거리 장터, 셀럽 콘서트가 기계적으로 반복된다. 콘텐츠보다 주민보다 외주업체가 중심이 되고, 기획은 사라진 채 ‘축제 한 건 했다는 행정 실적’만 남는다.
단순함이란 기획을 생략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직관적으로 구현하는 일이다. 대구치맥페스티벌은 정확히 그 지점에서 출발했다. 누구나 좋아하는 것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소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낸 축제. 대구가 가진 것은 규모만이 아니었다. ‘사람이 모이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가장 정확하게 대답한 것이다.
두류공원 전체를 아우르는 넓은 축제장은 구조적으로 잘 설계돼 있었다. 메인무대를 중심으로 흐르는 동선, 부스 간 간격, 관람객의 체류를 유도하는 설계까지, 모든 것은 ‘축제를 어떻게 체감하게 만들 것인가’에 집중돼 있었다. 이마저도 소도시에서는 쉽지 않다. 대규모 축제장소가 부족하고, 도시 설계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대구치맥페스티벌은 소도시 축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축제장을 방문하는 이들을 위해 무엇을 준비했는가. 이 지역에서만 즐길 수 있는 단순하고 명확한 기획이 있었는가.”
지역마다 여건은 다르다. 그럼에도 왜 사람들이 그 축제에 가고 싶어 하는지, 그 질문만큼은 외면해선 안 된다. 답하지 못하는 축제는 사라지고, 반복되는 겉모습은 결국 사람들을 떠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