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vs 1%
회의를 해보면 팀 운영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데, 내가 첫 회의 때 마주한 광경은 바로 팀원과 리더가 감정적 논쟁을 벌이는 모습이었다. 아이디어를 위해 격하게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는 강압하고 팀원은 저항하는 현장이었다. 여기서 리더가 '그럼 어떤 논리로 해야 합당한가요?'라고 물어온다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늘 다음과 같은 반응이었다.
"그래도 해야죠!"
그런데 이런 문제야 어디나 있는 일 아니야? 새삼스럽게...
라고 말할 사람이 많겠지만, 이 팀들이 다름 아닌 '연구'를 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99% 팀의 여정은 그리 순조롭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진창길만 골라 다니고 있었다. 쉬운 길도 어렵게 가고 있었다. 그래서 팀원들은 제발 쉬운 길을 가라고 끊임없이 리더를 재촉하고 있었다.
나는 연구의 허점을 비교적 철저하게 분석했고, 오류를 피하기 위해 다른 팀원들과도 의견을 교류했으며, 그 결과를 리더에게 말해주었다.
'이 연구는 정확한 가설이 없습니다'
'이 연구는 이런 부분이 아직 미설정되어 있어 누가 보기에도 허술한 디자인입니다'
'이 부분은 논리가 맞지 않습니다'
같은 식이었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논리가 아닌 "가설이 있죠 왜 없어요!" 라던지 "말이 되지 왜 안돼요!" 같은 대답뿐이었다. 힘이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 '그게 뭔지' 물어보면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을 수가 없었는데 이 때문에 늘 대화의 패턴이 반복되고 있었다.
99% 팀 책임자는 장기적인 플랜이 거의 없고, 머릿속에 예상 로드맵이나 결과가 없어서 시시때때로 방향이 변경돼 일 진행이 절뚝거리는 반면, 1% 팀 책임자는 머릿속에 예상 로드맵 와 계획이 잡혀 있어서, 그때그때 연구 방향이 변하더라도 크게 어긋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99% 팀 팀원들은 모두 '내가 공(空)으로 돌아갈 일(삽질)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주 불안해했다.
상식이 없는 팀에서 일한다는 것은 주변의 위로를 받을 수 있어 좋기도 하지만, 이 두 팀을 오가다 보면 한쪽의 몰상식이 너무 부각될 때가 있어 현타가 왔다. 따라서 99% 팀 책임자는 '시간'과 '경험'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99% 팀 연구에서 빨리 빠져나오고 싶었고, 결과적으로 타의에 의해 자유를 얻었다. 희망도, 커리어도, 재미도, 보상도 미미하다고 느낀 순간부터 나는 마음이 떠나기 시작했다. 이제 내 앞에는 새로운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자유는 늘 불확실성과 함께 가니까 불안감은 좀 참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