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PT 날이 되었다. 지난번 수업 때 찍은 영상을 보며, 게으르게 패들링 하는 나를 몇 번이나 질책했던가. 패들링은 바다에 가야 연습할 수 있으니 일단은 제쳐두고 일어나는 연습 즉, 테이크 오프(팝업이라고도 한다)를 하루에 30-50번은 연습해보기로 했다. 해야만 했다. 안 하면 낙오될 것만 같았다. 이 연습을 위해서 헬스장 바닥에 깐다는 두껍고 무거운 고무 소음 방지패드를 4장이나 사서 깔았다. 그리고 라인업에 들어가거나 파도가 다른 곳에 들이치기 시작할 때 신속하게 이동해서 파도를 잡으려면 우선 무엇보다 등이 꼿꼿해야 했다. 서핑보드에 엎드려 움직이려면 등근육에 힘을 줘 상체를 바나나처럼 들어 올리고 앞을 보며 전진해야 한다. 이게 안되면 파도를 잡는 것 자체가 힘들다. 반대로 이게 좀 되면 방향 전환 후 패들링 해서 파도를 잡을 때 뒤뚱뒤뚱 휘청거리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등 근육 강화 자세로 운동도 데일리 루틴에 추가했다.
지난번 강습 때 주로 지적받은 부분이 바로 '패들링을 왜 안 하지?'였기 때문에, 나는 무조건 땅강아지처럼 앞발을 파닥거리며 물을 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패들링을 하긴 하는데 (당시 내 생각엔 안 그랬지만) 너무나도 얕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막판에 도리 도리질을 하는 것이었다. 아...&#^ 영상 속의 내가 싫어 소름이 돋는다. 앙탈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뭔가... 선생님은 이걸 '도리도리 까꿍'이라고 명명하셨다.
이 날은 처음으로 서핑을 위해 1박을 한 날이었다. 전날 타이밍이 안 맞아서 (파도와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 해질 때까지 연습만 하고, 그러고는 흥분이 되었는지 밤에 게스트하우스에서 눕긴 누웠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오전 PT는 그렇게 진행되었다. PT가 끝나고 지천에 널린 파도를 찾아다니지 않는 소극성을 지적받고, 도리 도리질을 지적받았다. 그리고 찾아오는 PT 후 타임. 이 시간은 지적받은 부분을 고치는 연습을 해야 한다. 패들링을 깊게도 해보고,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보기도 하고, 파도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만족스러웠냐고 묻는다면, 2번의 비교적 (나에게는) 큰 파도를 나름 성공적으로 타고나서 한 생각으로 대답하겠다. '이건 우연일 수 있다'. 물론 기분은 좋았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바로 내가 '패들링 체력 부족' 상태였던 거다. 파도가 잘 오는 곳이 보이더라도 가는데 체력이 다 빠진다. 좋은 지점에 가서는 좋은 파도를 눈물로 흘려보낸다. 그리고는 좋은 파도를 놓쳤다는 아쉬움을 느끼는 악순환이었다. 더군다나 이때의 파도는 꽤 높아서 라인업으로 뚫고 들어가는 자체가 고역이었다. 파도 하나 뚫고 가는데 체력이 -1씩 깎이는 게 보였다. 그래서 이제는 패들링 체력이 red zone에 가서는 안된다. 패들링 endurance를 기르려고 65cm 짐볼과, 당김 연습용 밴드를 구매했다.
나 같은 서린이는 라인업에 앉아있는 서퍼들을 보면 왠지 주눅이 들곤 했다. 그리고 다들 자기 보드를 하나씩 가지고 있으니 더 그렇게 느껴졌다. 여유롭게 보드를 비스듬히 세우고 앉은 그들을 보며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랄까. 그런데 이제 라인업에 비교적 익숙하게 끼어들고 거기서 파도를 한 두 개씩 잡아내고 있다. 그날 라인업으로 들어간 나는 자가용(개인 보드) 소유 서퍼들 모두가 대단히 잘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나보다야 잘하시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