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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형준 Sep 17. 2021

과학적 사고방식?

거창한 것이 아닌 의문 해결하기

과학적 사고방식은 그다지 거창한 것은 아니다. 그저 의문을 놓치지 않고 접근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싹 난 감자 중독을 주제로 알아보자. 


여기 싹 난 감자가 하나 있다. 아까워서 버릴 수는 없고 요리해 먹자니 중독될 것 같아 고민한다. 그러다가 그냥 먹기로 한다. 최대한 싹 난 부분을 감자칼로 깎아내도 왠지 속까지 푸르스름한 것이 불안하긴 하다. 그래도 그 감자를 다듬어 감자수프를 해 먹는다. 먹을 때 뭔가 아린 맛이 느껴지는 것 같지만 신경 쓰지 않고 배를 채운다. 

그런데 먹고 30분이 지나자 먹은 게 올라오려고 하는 게 아닌가. 잠시 그러다 말겠지 하고 진정시켜보려 했지만, 이 메스꺼움은 1시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다. 2시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다. (실제론 6시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았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책에서 한 번 본 방법을 시도해보려 한다. 바로 '고량주 훈증법'이다. 감자 솔라닌 중독에 효과가 있었다는 사례를 보았기에, 얼른 고량주를 냄비에 부어 가스레인지에 올린다. 고량주가 끓기 시작해 알싸한 술의 증기가 올라오자 이를 코로 들이마신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횡격막 부분이 쑥 꺼지는 느낌과 함께 메스꺼움이 온대 간대 사라져 버린다(실제 체험을 묘사하였다). 


"아니 이건 뭐지? 속는 셈 치고 해 봤는데 이게 되네?" 


대단한 걸 발견한 느낌이다. 이 방법은 한국에서 나만 알 것 같고 그래서 남들에게 알려주면서 자랑하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면 관심은 받을지 몰라도 과학적 사고방식은 발동되지 않은 것이다. 유레카를 외치고 싶은 흥분 뒤에 가려진 많은 의문들을 파헤쳐보자. 


첫째, 다른 술로 해도 이럴까? 맥주로? 소주로? 막걸리로?

둘째, 도수가 문제가 아닐까? 30도대? 40도대? 50도대? 

셋째, 솔라닌 중독이 6시간 지나면 없어지는 것이 아닐까? 

넷째, 혹시 해장술을 마신 것과 같은 효과로 인해 무뎌진 건 아닐까? 

다섯째, 알코올이 구토 중추를 건드리는가?

심지어 이런 의문까지 들 수 있다.  '솔라닌 중독이 맞기는 한 건가?


보통은 이런 의문들을 하나하나 점검하기가 피곤해 그냥 내버려 두고 달콤하고도 성급한 결론에 이르기 쉽다. 그게 더 재미있고 쉽고 편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들에게 이야기하면서도 위 의문들의 잔상은 계속 남아있을 것이기에 어쩌면 의문을 한 번 풀어보는 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한 번 풀어나가 보면 정말 뜻밖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마치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 therapy)를 통해 왜곡된 인지(cognitive distortion)를 알아차리는 순간 드는 깨달음의 느낌과도 비슷하다. 시원하고 명쾌하면서도 '별 것 아니었네' 하는 느낌. 그리고는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자명함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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