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쾌락 후 후유증, PLS에 대해

by 류안

쾌락 후 후유증, PLS (Post Lust Syndrome)


어떤 학문적 용어도 아니지만 갑자기 어제 지어내 본 용어. 쾌락을 좇은 후, 쾌락을 달성한 후 우리에게 오는 심리적, 신체적 반응과 그 후유증은 어떤지. 잘 보살펴 본 적이 있던가. 요즘 부쩍 스스로 쾌락에 대해 꽤 열려 있다고 생각하고, 죄악시하지 않기 시작한 게 언제쯤이었을까 되짚어 보게 된다. 사실, 인간은 날 때부터 쾌락을 추구하게 설계되어 있으므로 프로이트가 설파한 구강기, 항문기의 리비도가 설명되는 것이다. 다만 모든 삶의 에너지가 쾌락으로 응축되고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면 쾌락이 충족되지 않을 때의 결핍은 어떻게 채워야 한단 말일까.


사람은 늘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큰 탈 없이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감정과 이성의 균형, 행동과 생각의 조화, 일과 삶의 균형, 태도와 말의 균형 등..

음식에서의 조화도, 사람 관계에서의 균형도 모두 중요하게 본다.

정치를 예로 들면 개인적 신념이나 가치관으로 어느 한 정당을 다른 정당보다 조금 더 지지하는 마음은 있을 수 있어도 극단적으로 지지하게 되면 종교적 신념처럼 맹목적으로 빠지게 되는 경우를 왕왕 보았던 경험도 있다. 그러니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칠 때 어긋나는 경험을 통해 내린 나름의 가치관이다.


균형과 조화.


그런데 돌이켜보면 쾌락에 대해서만큼은, 타협을 주지 않고 한 때 마구 영위하려고 했던 때가 있지 않았나 싶다. 아무래도 학부와 석사에서 심리 관련 영역을 전공한만큼 쾌락을 신체적 감각추구의 영역만으로 보지 않는 균형적인 시각도 가지려고 한다. 심리학적 쾌락주의(psychological hedonism) 에서는 인간 행동의 동기가 무엇인지를 탐구하는데 사람은 오로지 자기의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에 쾌락만 추구하고 고통을 피하려고 한다고 본다. 쾌락 추구 행동은 직관적이고 자칫 인간의 모든 행동을 해석할 수 있는 일반화로 빠질 수 있는데 인간은 분명 쾌락외의 다른 동기로도 몸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즉, 건강과 자기계발, 자기관리, 명성을 위한 이기적 동기가 있고, 자손을 위한 희생, 가문의 명예를 위한 희생, 사회 기여를 위한 희생 등의 이타적 동기도 있다.


다시 돌아와서 쾌락이 어떤 행동을 위한 동기가 된다고 한다면, 그 행동이 달성이 되었을 때 쾌락이 가져오는 후유증에 대해서 반추해본다. 성인기 시절의 쾌락에 대해 논하자면 사실, 성적 쾌락, 지적 쾌락, 관계적 쾌락, 미식 쾌락, 경험 쾌락 정도로 구분해볼 수 있겠다. 이런 범주가 어떤 학문적 근거는 없지만 나름의 범주화를 통해 정리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기에.



20대 결혼 전


1. 성적 쾌락

2. 지적 쾌락

3. 관계적 쾌락

4. 미식 쾌락

5. 경험 쾌락


20대 결혼 후


1. 성적 쾌락

2. 지적 쾌락

3. 관계적 쾌락

4. 미식 쾌락

5. 경험 쾌락


30대 이혼 전


1. 성적 쾌락

2. 지적 쾌락

3. 관계적 쾌락

4. 미식 쾌락

5. 경험 쾌락


30대 이혼 후


1. 성적 쾌락

2. 지적 쾌락

3. 관계적 쾌락

4. 미식 쾌락

5. 경험 쾌락


40대 이혼 후 - 현재 나이 만 42세


1. 성적 쾌락

2. 지적 쾌락

3. 관계적 쾌락

4. 미식 쾌락

5. 경험 쾌락



아직 쓰지도 않았는데 머리가 조여오고 눈 앞이 깜깜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스스로 글감을 찾아내서 써보겠다고 했는데 그만큼 쾌락에 대해서는 쓸 말이 많은 이유겠지.


나의 필명을 류안, 으로 바꾼 지 반 년이 넘은 듯 하다.


이혼을 준비하며 2017년 담는그릇 - 2023년 지안그릇 - 2025년 류안 으로 바꾸어오면서

글을 통해 배설하고 정리한 감정들 덕분에 지금은 찌꺼기가 거의 없는 마음 그릇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여전히 완전히 비워내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그건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날라오고 스며드는 먼지나 보이지 않은 미세입자같은 것일 뿐이라고 치부해보기로 한다.


그저 오늘은 쾌락에 대해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었다, 정도로만 해야겠다.


나의 필명 류안, 흐를 류, 평안할 안.

그저 흐르는대로. 평안에 이르는, 흐름으로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15. 브런치스토리 - 쾌락이 위안이 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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