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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면서 문득 떠오른 것이 있다. 바로 '앞뒤가 똑같다'는 문구로 유명했던 한 라디오 광고다.
이동 중에 주로 라디오를 듣게 되는데 기억에 남는 광고가 몇 가지 있다. 그중에서도 이 광고는 특별했다. 유명 연예인의 이름과 함께 나왔던 그 광고는 정말 귀에 쏙쏙 들어왔다. 어린아이들조차도 '앞뒤가 똑같은~'이라는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다녔을 정도로 유행했었다. 비록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라디오라는 매체를 예전만큼 접하지 않지만 내게는 여전히 마음속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잊을 수 없는 광고다.
사실, 앞뒤가 똑같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투명하다는 의미이고 누구나 이해하기 쉽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앞뒤가 똑같은 사람이나 상황은 그만큼 신뢰를 주지만, 반대로 앞뒤가 다르면 혼란과 실망을 초래하기 쉽다.
연관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앞뒤가 똑같다거나 다르다는 점에서 떠오른 한 에피소드가 있다. 이 일을 겪은 당사자는 매우 열을 받았다는 후문이 있다. 이제 그 이야기를 아주 알차게 설명해 보겠다.
같은 계약직으로 회사에 들어온 두 여자가 있다. A 씨는 B 씨보다 1년 먼저 들어와 성실히 일하며 자리를 잡고 있는 상태였고 스트레스는 B 씨가 첫 근무를 하는 날부터 시작되었다. B 씨는 A 씨에게 다가와 질문했다.
B 씨: 여기 정규직이랑 임원진은 사이가 좋나요?
이에 A 씨는 처음부터 뭘 저런 걸 궁금해하지? 함부로 말하면 안 되겠다 생각하고 적당히 대답했다.
A 씨: 지내보시면 알게 되실 거예요.
그 말을 하고 다른 곳으로 자리를 이동한 A 씨는 나중에 그 자리에 같이 있던 C 씨에게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B 씨: 봤죠? 저분 저한테 선 긋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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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용의 어이없는 말들은 끊임이 없었다.
1. '계약직은 배울 게 없어서 같이 어울리면 안 돼.'라고 하면서 주변 사람한테는 A 씨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라고 말하기
2. '저는 참가하고 싶었는데 OO 씨가 안 가도 된다고 해서요'라고 회식 불참 핑계를 남한테 전가하기(심지어 자기가 주변에 가지 말자고 부추긴 정황)
3. '이해를 못 하겠는데요' 라며 매달 같은 업무 내용에 대한 설명을 귓등으로 듣지 않으면서 팀장한테는 자기가 다 잘한 것처럼 어필하기
4. 이렇게 해라 지침이 내려오면 다르게 하고 제대로 한 주변 사람 욕먹이기
5. 단 둘이 있으며 인사고 뭐고 아는 척 안 하다가 누군가 있으면 웃으면서 인사하기
6. 공동으로 해결해야 하는 업무에 있어서 손 놓고 '아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라고 대답하기
7. 정규직 하고 친하게 지내야 콩고물이 있죠라고 말하며 아닌 척 하기
등 듣기만 해도 유치한 내용들이 가득한 행동을 일삼아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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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에게는 매우 일 잘하고 야무지며 똑똑하다는 평판을 받는 사람이 실제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다. 어떻게 한 사람이 그렇게 앞과 뒤가 다를 수 있는지 생각하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A 씨의 심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특히, B 씨의 실체를 알고 있던 계약직 직원들은 모두 회사를 떠난 상태다. 그로 인해 마음이 답답해진 A 씨가 나에게 상담을 요청했고 나는 "그냥 무시하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이 충고가 적절했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사실 부딪히지 않는 것이 가장 나은 해결책처럼 느껴졌다. 만약 어쩔 수 없이 마주쳐야 하는 상황이라면 적당히 무시하고 적당히 대답하며 거리를 두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예전에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룹 내에서 항상 인기 있던 한 친구가 있었는데 나는 그 친구와 친하다고 생각하며 잘 지냈다. 점차 그 그룹 내에서 나의 인기가 향상을 함과 동시에 그 친구는 나를 이간질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내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어 결국 모두가 나를 외면하게 했다. 나는 그들에게 변명처럼 들릴 것 같은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 일을 계기로 그 무리를 떠나 나만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더 이상 그들에게 내 마음을 해명하려 애쓰지 않았고 나만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몇 달이 지나고 나서야 그 친구의 이간질에 속아 나를 외면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찾아왔다. 그들은 자신들이 몰랐다며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오히려 나를 그렇게 만든 그 친구를 비난했다. 나는 그들의 사과를 받아주었지만 지금은 그들과도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
당시 나를 믿어주지 않았던 그들에게 섭섭함을 느꼈고 오로지 그 친구만을 믿었던 그들의 태도에 깊은 슬픔을 느꼈다. 내가 전하고자 했던 진심은 외면당했고 그들의 판단은 나를 점점 고립되게 만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느껴진 감정은 단순한 서운함을 넘어 내 자존감을 흔드는 아픔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내가 그들에게 해명하려 애쓰지 않고 스스로의 길을 선택한 것이 옳았다고 느낀다. 그들의 선택과 나의 선택은 다르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것이 지나간 일로 남았다.
앞뒤가 똑같은 사람을 찾는다는 것, 내가 그런 사람이 된다는 것, 그리고 그런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분명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그것은 단순히 누군가를 신뢰할 수 있다는 수준을 넘어 진정한 관계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하지만 이런 사람을 찾는 것도 내가 그런 사람이 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가치관과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그중에서 내 기대와 입맛에 맞는 사람을 주변에 둔다는 것은 일종의 행운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부터 앞뒤가 똑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그런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진솔함은 결국 비슷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법이다.
앞뒤가 똑같은 사람이자,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1인이 전합니다. 앞뒤가 똑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