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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 Mar 04. 2021

왜 돈을 내고 마케팅 모임에 갈까? (2)

소셜 살롱 문토. 마케터의 아지트 블루

하루하루 일하기도 바쁜데 왜 퇴근하고 마케팅 모임에 갈까? 이러한 의문에서 시작해 앞서 짧은 글을 썼다. 첫 번째 모임이 좋았고 예상치 못하게 개인적으로도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두 번째 모임은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12월 초부터 1월 말까지 진행된 두 번째 마케팅 모임은 90%가 zoom 화상 회의로 이루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오프라인에서 5인 이상 모임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온라인으로 진행된 모임은 별로였을까?


마지막 날, zoom을 나가기 아쉬워서 머뭇거리던 게 바로 어제처럼 느껴질 정도로 재밌었다. 다들 오프라인으로도 꼭 보자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왜 그랬을까?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오늘은 S와 J님의 사례를 바탕으로 이야기해보겠다.




외국계 회사에서 미러리스 카메라 PM으로 일하고 있는 S님의 발표 시간이었다.


S님이 담당하는 제품, 미러리스 카메라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처럼 실생활에 꼭 필요한 전자기기가 아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어도 화질이 웬만한 카메라 뺨치게 좋은 시대다. S님은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통해 마켓 셰어를 늘리고자 한다. 브이로그 유튜버들을 섭외하고 있는데 이게 정말로 효과적일지는 의문이다.

객단가 100만 원에 달하는 미러리스 카메라를 어떻게 해야 잘 팔 수 있을까?


미러리스 카메라


마케팅 모임은 대개 이런 식으로 본인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 말하고, 다른 모임원들이 한 명씩 의견을 내놓는 형태로 진행된다. 그러다 괜찮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대화가 핑퐁 치듯 이어지곤 한다.


미러리스 카메라라... 유럽 여행 갈 때 두어 번 사용하고는 서랍에서 꺼낸 적이 없다. 실제로 S님 말로는 여행객이 많을 때 미러리스 카메라 매출이 좋았다고 한다. 관광 산업이 하락하면서 자연스럽게 카메라 수요도 줄어들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 많던 여행객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여행 용품


캠핑아웃도어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전년도 캠핑 산업 규모만 4조 원대라고 한다. 예년 대비 성장률 또한 32%에 달한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지금 캠핑 열풍인 것이다.


ㅣ 캠핑용 카메라로 포지셔닝해보면 어떨까요? 결합 상품으로 캠핑용품을 함께 팔아도 좋고. 캠핑 관련 유튜버들을 섭외하거나 제품을 제공해서 캠핑 브이로그를 찍게 하는 거예요.   


생각해보자.
똑같은 미러리스 카메라도 캠핑에 특화된 미러리스 카메라라면 뭔가 달라 보일 테다. "이건 캠핑할 때 사용하기 좋은 카메라예요."라고 말하면 판매하는 사람 입장에서말하기가 쉽다. "이건 정말로 가벼운 노트북이에요." 마치 LG 그램이 울트라북 시장에서 제품을 마케팅하듯이 말이다.  


사람이 어떤 제품을 살 때는 그걸 사야 할 이유가 있어야 하기 마련이고 소비자의 구매 이유는 곧 제품의 존재 이유라고도 볼 수 다. 마케터는 그 이유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하고.


고객 입장에서 살펴봐도 좋다.
내가 고객이라면, 집에서 브이로그 찍을 때 사용하는 카메라를 100만 원 주고 사는 게 더 부담될까? 캠핑 용품의 하나로 여기고 100만 원을 는 게 더 부담될까?


나는 전자라고 본다.


캠핑


작년 여름부터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캠핑을 다니고 있다. 집집마다 모두 텐트 하나씩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을 만큼 캠핑장 사이트는 늘 북적였다. 나야 몸만 딸려가는 거라 상관없지만, 캠핑에 빠진 친구들은 장비를 사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20만 원짜리 전구부터 시작해서 100만 원을 웃도는 텐트도 아까워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차박부터 시작해서 점점 장비를 늘려가기 시작한 한 친구는 회사 사람들과도 캠핑 용품에 대해 자주 얘기한다고 했다. 주로 어떤 텐트는 얼마고 어떻게 활용하면 좋다는 정보 교류 내용이 다였다. 또 다른 친구는 캠핑을 가서도 징꼬라는 부부 캠핑 유튜브를 즐겨보는데 자기가 원하는 미래, 워너비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우리는 오즈모 짐벌을 활용해 스마트폰으로 캠핑 영상을 찍고 어플로 편집하기도 한다. 도심을 벗어나서 휴식하는 순간을, 기록으로 남겨 두고두고 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요약해보자면 캠핑하는 사람들은 캠핑 용품을 사는데 돈을 아끼지 않고, 캠핑에 대한 추억을 영상으로 남기고 싶어 한다. 이렇게 따지고 보니, 미러리스는 캠핑에 정말 적합한 아이템이지 않은가?





다음으로 J님의 사례를 가져와보자.
J님은 저칼로리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마케터다. 맛있는데 한통 다 먹어도 칼로리 걱정 없는 아이스크림. 2-30대 여성에게 참 매력적인 슬로건이다.


한때 나도 마켓 컬리에서 이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었다. 조금 비싸지만 그래도 더 건강한 아이스크림이란 생각에 첫 구매 후 두어 번 더 시켜먹었다. 모든 맛을 다 보았을 때 흥미가 떨어졌고 구매를 끊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맛의 종류를 늘리던지 패키지 디자인을 바꾸자는 방향으로 2-30대 여성 타깃 마케팅 방향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는데 그때, S님이 화면에 들어오셨다. 갑자기 조금만 기다려보라고 하더니 모니터 화면에 익숙한 상표가 드러났다.

ㅣ  저 진짜 농담 아니고 장모님이 주셔서 방금 먹으려고 옆에다 뒀었거든요.


J 님의 아이스크림이었다.

맙소사. 나는 이 아이스크림을 남자도 먹을까 싶었는데 신기할 따름이었다.


ㅣ 50대 타깃으로 마케팅해보는 건 어떨까요? 장모님이 건강 문제로 당에 예민하셔서 저희 집은 이 아이스크림 계속 주문해서 먹고 있는데요. 병원에서도 이런 쪽으로 여러 가지 식품들을 추천해주시더라고요.


그날 J님은 마켓 셰어를 늘릴 수 있는 또 다른 잠재고객을 알게 됐다. 그 후로도 한참을 50대 타깃 마케팅의 효용성에 대해 S님이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했다. J님은 알게 모르게 계속 웃었다. 뜻밖에 내가 파는 상품을 좋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것도 본인이 하는 일을 말하는 자리, 마케팅 모임에서 말이다.


사실상 S님만큼이나 신뢰 가는 유저 리서처(User Researcher)가 있을까?

마케팅 씬에서 일하는 현업자로서 제품에 대해 호의적이고, 정기적으로 결제까지 하는 고객이니 말이다.


아이스크림






이전 글에서도 말했지만 사람이 오래 한 가지 산업에만 몸 담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생각이 고착화되기 마련이다. 너무나 당연한 것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보는 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마케터는 의식적으로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경험해야 한다. 틀에 박히지 않도록, 유연하게. 콘텐츠를 통해서, 책을 통해서.


물론 가장 좋은 건 역시나 사람을 통해서다. 간접 경험보다는 직접 경험이 훨씬 더 기억에 오래 남기 때문이다. 그러니 틀에서 벗어난 발상을 해보고 싶을 때,  혼자서만 고민하는 일에 지쳤을 때 마케팅 모임에 와보는 건 어떨까?




*4월부터 5월 말까지 진행되는 모임  마케터의 아지트 블루 가 열려있습니다. 저와 함께 집에 돌아와서도 생각나는 모임을 만들어 가실 분을 찾습니다. 배움과 성장에 목마른 분들이 있다면 주변에 많은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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