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로드킬]
앉을자리의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맨 뒤쪽에 나란히 비어 있는 좌석이 있었는데, 꼭 두 사람 몫으로 남겨둔 자리 같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둘은 거의 동시에 뒷자리에 앉았다. A는 팔꿈치가 닿지 않도록 자세를 고쳐 앉았다. B도 주섬주섬 겉옷을 벗어 허리에 여미었다. 출발하는 버스 안에서 앞쪽 누군가가 짜증 섞인 숨을 내쉬었고, A는 그와 동시에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A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이대로 가도 될지 망설이다가,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어쩐지 피곤해 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버스는 신호에 걸릴 때마다 멈췄다 움직이기를 반복했다. 그 짧은 멈춤 마다, 말을 꺼낼 타이밍이 지나가는 것 같았다.
“요즘은….”
B가 먼저 말을 꺼냈다가 멈췄다.
“요즘은 다들 아까 우리가 탔던데서 타더라. 거기서 안 타면 자리가 없어.”
“응. 퇴근 시간 강남이 그렇지 뭐.”
그 정도면 충분한 대화였다.
버스는 어느새 강남의 끝자락에 달했다. 속도가 붙었고 차체의 흔들림이 달라졌다. A와 B의 어깨도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갑자기 가까워진 거리만큼이나 뜬금없이 A가 질문했다.
“십 년 됐지?”
“십 년 하고 조금 더?”
고르고 고른 질문이었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A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쓴웃음을 섞으며 덧붙였다.
“갑자기 그때 생각난다…. 많이 경쟁했잖아.”
버스가 고속도로로 접어들었고 차체의 흔들림이 달라졌다. 강남을 벗어난다는 건 풍경보다 먼저 몸이 알 정도로 일정한 속도가 유지됐다.
“시간 참 빨라. 난 개발자로 전직했어.”
B는 바로 반응하지 못했다.
“어때?”
“그냥…. 바빠.”
그 정도였다. 바쁘다는 말 외에는 더 붙일 게 없었다. B는 잠시 망설이다가 손바닥으로 무릎을 문지르며 말을 이었다.
“나도…. 이렇게 오래 다닐 줄은 몰랐어. ”
공기가 아까보다는 느슨해졌지만 여전히 둘 사이의 거리는 팽팽했다. 무언가 풀린 것 같다가도, 다시 팽팽해지는 느낌. 그 틈에서 두 사람의 생각은 자연스럽게 같은 방향으로 향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