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로드킬]
A는 고개를 들어 차창 밖을 봤다.
버스가 용인 표지판을 지나자 속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고속도로가 끝나고 국도로 접어들었다는 게 몸으로 느껴졌다. 늦은 시간이라 차가 많이 밀리진 않았지만, 대신 자주 멈췄다. 창밖에는 가로등이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었고, 오래된 아파트 단지들이 하나둘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칸칸마다 흰색, 주황색, 각기 다른 색의 불이 켜져 있었다.
인도 위에서는 사람들이 각자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교복을 입고 헬멧을 쓴 채 킥보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고등학생도 보였고, 열을 맞춰 뛰는 러닝 크루가 버스 차창으로 보였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이 도시는 아직 완전히 멈추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루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모두가 다른 리듬으로 밤을 보내고 있을 터였다.
“요즘 러닝 열풍이잖아.”
아까 본 러닝 크루가 버스 바로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맨 앞에 위치한 페이서가 짧은 야광봉을 들고 사람들을 인도하고 있었고 그 손짓에 따라 대열이 조금씩 속도를 맞췄다. 두줄로 선 사람들은 열댓 명쯤 되어 보였고 형광색 신발과 검은 레깅스는 맞춘 것 마냥 통일됐다.
“아직도 달려?”
B는 창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A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무렵 A는 퇴근 후 자주 혼자 동네를 뛰었다. 기록을 재거나 새로운 코스를 달리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속도를 올리면 숨이 찼고, 숨이 차면 회사 생각은 잠시 멀어졌다. 달리기는 어딘가로 가기 위한 게 아니라 멈추지 않기 위한 쪽에 가까웠다. 멈추면 다시 회사 생각으로 돌아갈 것 같았고, 돌아가면 또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될 것 같았다. 첫 6개월 계약, 그리고 그다음 6개월 연장. 도합 1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버텼다. 한 번쯤은, 나도 선택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 그 마음이 길어질수록, A는 점점 더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다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페이서의 야광봉이 가로등 불빛에 잠깐 묻혔다가 다시 나타나는 걸 끝까지 보고서야 A는 입을 열었다.
“안 해.”
짧은 말이었는데, 뒤에 남는 침묵이 길었다. 러닝 크루는 정거장 앞에서 잠시 속도를 줄였고, 앞줄과 뒷줄 사이가 벌어졌다가 다시 같은 간격으로 정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