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5년간의 벚꽃축제 생존기 (1)

매년 봄이 두려웠던 한 기획자의 '벚꽃의 시대'

by 아이린

지난 5년간 나는 매년 봄마다 여의도 벚꽃길 위에 있었다.

산책하러 간 것도, 데이트하러 간 것도 아니고 벚꽃길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었다.


온 세상이 분홍빛으로 물드는 그 계절,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데이트를 하고,

누군가는 도시락을 먹을 때,

나는 인파를 통제하고 상황실을 설치하고, 민원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조율해야 하는 '총괄'이자 기획자의 자리에서

벚꽃이 피기 전부터 질 때까지 봄을 지켜봤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현장에 던저져,

벚꽃길을 '막는' 기획부터 시작했고,

이후로는 매해 예상도 못한 변수들과 사투를 벌이며

벚꽃이 다 지고 나서야 '봄이 왔구나'라는걸 알 수 있었다.

나는 이 축제 속에서 기획자로서의 좌절과 성취,

축제 총괄이라는 막중한 부담감, 인간적인 깨달음과 화병(!)을 동시에 얻었다.


코로나19 펜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축제를 멈추고, 제한적인 시도를 감행하고,

때로는 예측을 뛰어넘는 자연의 섭리에 고군분투하며,

매년 다른 얼굴로 나에게 다가왔던 벚꽃시즌.


꽃잎처럼 예뻤고, 돌풍처럼 예측 불가능했으며,

가끔은 제육볶음 한 접시로 무너질 뻔한 나날들.

그 치열하고도 다정했던 축제의 무대 뒤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보려고 한다.


가볍게, 때론 무겁게.

웃음과 한숨을 오갔던,

다사다난했던 나의 벚꽃축제 운영 이야기. 시작.




- 2020년: 벚꽃을 멈춘 기획

- 2021년: 나눠 걷는 거리, 추첨으로 피어난 봄

- 2022년: 일방통행과 동선의 미학

- 2023년: 꽃보다 먼저 온 봄

- 2024년: 제육볶음과 벚꽃의 연장전

- 2025년: 모두를 위한, 그리고 나를 위한 마지막 정원




img_situation.png 여의도 벚꽃길 관측표준목 (출처: 영등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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