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섬이 있다. 선유도, 여의도, 밤섬, 노들섬 그리고 서래섬
서울엔 섬이 있다.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사실 크게 의식하고 살진 않는다.
지도로 보면 다리로 이어져 있고,
매일같이 지하철을 타고 스쳐 지나가다 보니,
그냥 한강 옆의 동네들, 혹은 둔치와 이어진 공원처럼 느껴질 뿐이다.
하지만 정말로 ‘섬’이다.
물에 둘러싸여 육지에서 분리된 채,
고유한 시간과 공간을 품은 땅.
여의도, 선유도, 밤섬, 노들섬, 그리고 서래섬.
지리적으로는 서울 안에 있지만,
각자 다른 이야기와 결을 가진 ‘작은 세계’들이다.
강 한가운데 뚝 떨어져 있다는 물리적 조건 이상으로, 각 섬은 전혀 다른 성격과 에너지를 갖고 있다.
그래서 상상해봤다.
이 섬들을 하나의 전시공간이자, 아트페어의 무대로 만들면 어떨까?
한강 물줄기를 따라 펼쳐지는 예술의 여정.
섬마다 다른 얼굴을 지녔지만, 그 다름을 잇는 하나의 연결선으로서의 ‘강’.
'서울 한복판을 관통하는 한강,
그 위에 흩뿌려진 다섯 개의 섬을 예술로 이어보자.'
물리적으로 단절된 공간들을
한강의 이동수단인 유람선과 예술, 감각의 경험으로 연결하면서
한강이라는 서울의 가장 큰 자연자산을 새롭게 경험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생태와 예술, 도시와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보는 것.
이 프로젝트는 그런 상상에서 시작됐다.
섬마다 다른 얼굴을 가진 도시의 조각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는
예술적인 항해가 매년 10월에 시작된다.
그 이름은,
서울 예술섬 페스티벌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한다.
한강을 떠다니는 페스티벌 전용 유람선을 타고 섬을 탐험해보자.
오늘 우리는 한강의 동쪽부터 서쪽으로 항해할 예정이다.
서래섬부터 시작해 노들섬, 밤섬, 선유도를 지나 여의도에서 내린다.
첫 번째 섬: 서래섬 - '감각의 문을 여는 색채의 섬'
우리의 항해는 서래섬에서 시작된다.
페스티벌의 시작점은 단순한 진입로가 아니다.
관람객에게 “이 여정이 어떤 감각을 줄 것인지” 가장 처음 알려주는 장면이다.
그래서 나는 첫 번째 섬으로 서래섬을 선택했다.
이 섬은 도심 속에서도 유독 조용하고, 작고, 아름답다.
그리고 10월이 되면, 이 섬 전체가 메밀꽃으로 뒤덮인다.
하얗게 피어오르는 메밀꽃은 마치 이 섬이 ‘꽃으로 환영 인사를 건네는’ 것 같다.
자연이 어느 정도 완성시켜 놓은 가장 아름다운 무대 위에,
예술이 살짝 손을 얹기만 해도 강렬한 시작이 될 수 있는 섬.
흰 꽃의 바다 위에 올라오는 선명한 색들로 감각이 깨어나는 섬.
이곳에서 관람객은 예술섬 페스티벌의 첫 번째 숨을 들이쉰다.
그래서 서래섬의 테마는 단순한 꽃이 아니라,
“한 종류의 꽃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세계”,
“자연이 먼저 깔아준 무대 위에 펼쳐지는 색채의 예술”이다.
✿ 메밀꽃의 섬, 색채의 환영
섬 전체를 하나의 메밀꽃 정원으로 조성한다.
작고 흰 메밀꽃은 마치 섬 전체를 덮는 얇은 드로잉처럼 가볍고 환상적이다.
관람객은 이 꽃 사이를 걸으며 자연 속으로 초대된다.
메밀꽃의 흰 바탕 위에, 선명한 색채를 가진 조각, 설치, 직조, 구조물이 등장한다.
원색의 구조물, 반사되는 미러 아트, 오브제 퍼포먼스 등
자연과 예술의 색 대조가 만들어내는 극적인 시각 경험을 유도한다.
두 번째 섬: 노들섬 - ‘음악의 섬’
소리가 흘러다니는 예술섬, 감각의 리듬을 걷다.
노들섬은 말 그대로 음악의 섬이다.
공연장, 스튜디오, 전시공간, 야외무대 등 이미 음악을 위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하지만 페스티벌 기간 동안 이곳은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다.
음악과 소리를 예술로 다시 해석하는 공간.
내가 구상한 건, 사람이 음악의 파동 안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는 전시장이다.
귀로만 듣던 음악이 공간 전체로 확장되며, 시각과 움직임을 타고 흐르는 감각이 된다.
이제 노들섬은 음악을 '듣는 섬'이 아니라, 감각하고 걷고, 함께 만들어가는, 음악을 '감각하는 섬'으로 바뀐다.
♪♫음악을 보는 방법, 음악을 걷는 방식
1) 사운드 아트 + 시각 예술 전시
음악을 단순히 듣는 것을 넘어, 시각적이고 공간적으로
감각할 수 있는 작품들을 배치한다.
→ 진동을 시각화한 워터 스피커 기반 설치 작품,
→ 음파에 따라 움직이는 라이트 스트립,
→ 음악의 파형을 모티브로 한 조각 및 오브제 등.
2) 사일런스 아일랜드 콘서트
관람객에게 무선 헤드폰을 나눠주고, 노들섬 곳곳에서
서로 다른 음악을 동시 송출하는,
다채널형 ‘사일런트 사운드 체험’을 제공한다.
3) 레코딩 스테이션: 나의 소리를 기록하기
관람객이 직접 자신의 소리를 녹음하거나, 섬 곳곳의
환경음을 채집해 조합할 수 있는 DIY 사운드 부스
세번째 섬: 밤섬 - ‘생태의 섬’
서울에서 유일하게 일반 출입이 통제된 생태보호구역이자 람사르습지, 밤섬.
도심 속에 있으면서도 누구도 쉽게 들어갈 수 없는 이 ‘비어 있음’의 공간은, 오히려 예술과 생태, 그리고 도시의 기억이 가장 긴장감 있게 만날 수 있는 무대다.
밤섬은 단지 ‘지금 존재하는 생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곳은 한때 사람이 살았던, 마을이 있었던 곳이었다.
그리고 1968년 여의도 개발사업으로 폭파되며 주민들은 강제로 섬을 떠나야 했다.
그 실향민들은 여전히 매년 섬이 바라보이는 곳에서 제를 올리며, ‘밤섬 사람들’의 기억을 잊지 않으려 한다.
밤섬은 단지 보호받아야 할 자연이 아니다.
이 섬은 동시에 서울이 무엇을 잃고 얻었는지를 보여주는 장소다.
그리고 그 안엔 생태와 사람, 시간과 사라짐의 서사가 중첩되어 있다.
이 페스티벌에서의 밤섬은 자연을 보고 감탄하는 섬이 아니라, 지켜야 할 것을 마주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을 기억하는 섬이다.
☘︎ 관찰의 섬: 자연과 기억의 이중 서사
1) 지정된 목재 데크길만 활용한 '생태탐방형 관람 동선'
2) 자연에 스며드는 최소한의 설치작품
→ 자연 속 오브제처럼 보이는 생태조형, 드론 시점
촬영을 위한 고정형 카메라 조형물 등
3) 자연 그대로의 리듬을 감상하는 명상적 체험
→ 인위적인 음악 대신, 밤섬의 실제 소리를 채집한
환경음 기반 사운드 아트
4) 기억의 방: 실향민들의 증언을 기반으로 한 오디오 아트 + 기록 전시
5) 제사 의식을 전시로: '가만히 바라보는 사람들'
→ 실제 밤섬 부군당제의 형식을 차용한 퍼포먼스성 전시
→ 소리 없이 흐르는 밤섬의 풍경 영상과 제문을 담은
설치작품
네번째 섬: 선유도 - ‘재생의 섬’, '정원의 섬'
선유도는 서울 최초로 정수장을 재생한 공원이다.
물을 걸러내던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들은
식물과 어우러져 하나의 정원이 되었다.
선유도는 도시가 낳은 폐허의 자리에 자연과 시간이 조용히 말을 건네는 곳이다.
정원이란 단어가 너무 작게 느껴질 만큼, 선유도 전체가 하나의 식물적 건축, 공간적인 정원이다.
이곳의 예술은 웅장하지 않아도 괜찮다.
자연 속에서 아주 작게 피어나는 것, 그 안에 숨은 ‘재생’과 ‘성장’의 서사를 드러내는 것.
그게 이 섬에서의 예술이어야 한다.
그리고 선유도는 다섯 개 섬 중 가장 서쪽에 위치한 섬이다.
서래섬, 노들섬, 밤섬을 지나 도착하는 이 섬에 이르면,
하늘은 어느새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다.
이 페스티벌에서 노을은 단지 풍경이 아니라, 하나의 ‘시간적 예술’이다.
♻️ 재생: 시간을 꿰맨 조각들
콘크리트 수조, 배관, 정수탱크, 이 모든 구조물을 배경으로 삼아, 재생 소재를 활용한 설치작품을 전시한다.
폐금속, 플라스틱 조각, 산업 잔재 같은 것들이 예술로 바뀌는 순간.
오브제가 아닌, 장소 자체와 대화하는 예술.
‘도시가 낳은 폐기물’을 재료로 한 조각 및 미디어 작품, 폐현수막, 도심의 버려진 간판, 공사장 자투리 등
서울의 잔해들이 예술로 전환되는 과정 자체를 드러낸다.
ꕥ 정원: 식물이 예술이 되는 순간
1) 플랜트 아트(Plant Art) 전시: 정원의 구성 요소를
해체하고 확장한 조형 작품
식물과 흙, 그늘과 물소리, 향기까지도 작품의 일부로.
'보는 정원'이 아닌, ‘머무는 정원’,
‘안에 들어가는 정원’으로 만든다.
2) 시민참여형 ‘한 평 정원’: 지역 주민,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작은 정원 큐브
☀︎ 노을이 머무는 섬
1) 노을을 감상하는 지정 공간 ‘Sunset Deck’ 운영
조용한 사운드 아트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석양 스팟
2) 석양의 색을 반사하거나 투과시키는 유리, 식물, 물을
소재로 한 조형 작품.
작품은 해 질 무렵, 빛의 변화에 따라 모습을 바꾼다.
3) 노을 사운드 퍼포먼스 (일몰 30분 전 시작)
자연의 빛이 점점 사라지는 순간,
잔잔한 앰비언트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자연친화형
사운드 퍼포먼스
다섯번째 섬: 여의도 - '빛의 섬'
여의도는 늘 빛나고 있다.
하늘 위로 솟은 마천루에서 쏟아지는 네온과 LED, 끊임없이 반짝이는 유리창들.
서울에서 가장 화려한 ‘인공의 빛’이 집결된 장소다.
그래서 여의도는 이번 트리엔날레에서 가장 도시적인 감각의 ‘빛의 섬’이 된다.
이 섬은 페스티벌 항해의 야간 콘텐츠 중심지로 자리 잡는다.
다른 섬들이 낮의 자연과 사색을 담고 있다면,
여의도는 밤의 스펙터클과 감각의 폭발을 보여주는 섬이다.
섬에서 섬으로 여정을 이어가다 마지막에 여의도에 도착하면,
관람객은 낮의 정원과 생태, 사운드를 지나 눈부신 도시의 얼굴과 마주하게 된다.
여의도는 ‘도시의 빛’을 미디어로, 건축으로, 공연으로 드러내는 무대이자,
서울이라는 도시가 스스로의 에너지를 선언하는 순간이다.
한강의 다른 섬들이 자연의 흔적이라면, 여의도는 인공의 극치로 존재하는 섬이다.
그 빛은 지나치게 인공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름답다.
나는 이 트리엔날레에서 그 빛을 배제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그 빛을 감각하고, 받아들이고, 예술로 변환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도시의 빛도 하나의 자연이다.
인간이 만든 자연.
✨ 서울의 밤을 설계하다
1) 서울빛섬축제와 연계 운영
서울시가 매년 개최하고 있는 ‘빛섬축제’를 페스티벌
콘텐츠로 흡수해 확장 운영
2) 마천루 라이트쇼(서울 스카이라인 프로젝션)
여의도 IFC, 파크원, 63빌딩 등 고층빌딩을 활용한
대형 미디어 레이저쇼 or 라이트 퍼포먼스 연출
3) 빛을 주제로 한 인터랙티브 아트
→ ‘보는 빛’에서 ‘움직이며 반응하는 빛’으로 경험을
확장시킨다.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동’이다.
사람들이 한 공간에 머무는 게 아니라,
섬에서 섬으로 직접 이동하며 도시를 새롭게 바라보는 경험을 하게된다.
서울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강 위에서,
섬 하나하나를 지나며 감각이 바뀌고, 풍경이 바뀌고, 이야기가 바뀌는 것.
그건 단순한 동선이 아니라, 하나의 긴 서사처럼 작동한다.
관람객은 전용 유람선이 포함된 패키지 티켓을 구매하고,
섬과 섬을 배로 ‘건너가며’ 탐험한다.
서래섬에서 출발해 노들섬, 밤섬, 선유도를 지나 여의도를 멀리 바라보는 여정까지,
서울이라는 도시 전체가 움직이는 전시관이 된다.
이 배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배 안에서도 퍼포먼스가 일어나고, 전시가 펼쳐진다.
강물 위를 떠가는 전시장, 도시를 배경 삼아 열리는 한정된 시간의 예술.
페스티벌이 시작되기 전날 밤 이 유람선은
참여한 예술가들과 초청객들이 함께 모여
서울의 야경 속에서 조용히 축제의 시작을 맞이하는,
프라이빗한 리셉션 파티의 무대로 변신한다.
페스티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배는 섬과 섬 사이를 잇는 쉼의 공간이 된다.
도시와 예술 사이, 섬과 섬 사이를 부드럽게 연결하는 이동의 리듬, 감각의 틈.
이 유람선은 그렇게,
이 페스티벌의 중요한 연결고리가 된다.
섬과 예술.
어쩌면 가장 멀리 있을 것 같은 이 둘은,
생각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아름답게 연결되어 왔다.
대표적인 사례는 일본의 세토우치 트리엔날레(Setouchi Triennale)다.
일본 시코쿠 인근의 바다, 세토내해에 떠 있는 12개 섬과 2개 항구 도시에서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대규모 국제 예술제다.
첫 회는 2010년. ‘예술로 섬을 되살린다’는 슬로건을 걸고 시작됐다.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예술을 보기 위해 이동해야 하는 전시'다.
관람객은 배를 타고 섬을 건너야 하고,
섬에 발을 내디딘 순간, 공간 전체가 전시가 된다.
벽에 걸린 그림을 보는 게 아니라,
폐교, 터널, 논, 폐가, 바닷가 그 자체가 작품의 일부가 되는 방식이다.
가장 유명한 섬은 나오시마(直島)와 데시마(豊島).
나오시마는 ‘예술의 섬’으로 불리며,
안도 타다오의 미술관 건축과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조형물로 전 세계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데시마는 ‘자연과 공존하는 예술’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많아, 섬의 생태와 리듬 속에 예술이 스며든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이 페스티벌이 흥미로운 이유는
전시 그 자체보다도 ‘경험의 방식’이 달라진다는 것.
관람객은 이동하며 풍경을 보고, 섬 주민과 마주치고, 바람을 맞고, 길을 걷는다.
그 모든 과정이 작품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기획자 입장에서 보면,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는 단순한 미술 축제를 넘어서
‘지역 재생’, ‘관광 전략’, ‘예술과 일상의 중첩’이라는 다층적 기획이 녹아 있는 사례다.
실제로 이 페스티벌은 섬의 고령화, 인구감소 문제 해결에도 일조했고, 예술가들은 몇 달씩 섬에 머물며 지역 기반 창작 활동을 하기도 한다.
‘섬과 예술’이라는 조합은 일본 세토우치에서만 가능했던 건 아니다.
한국에서도, 섬을 중심으로 한 트리엔날레가 있었다.
바로 2022년, 통영에서 열린 ‘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
이 트리엔날레는 이름부터 지역성과 지향을 담고 있었다.
“섬, 바람 그리고 빛”
바다 도시 통영이 가진 지형적 특성과 자연 자원을 예술로 해석하겠다는 의지.
전시는 단순히 통영 도심에서 끝나지 않았다.
욕지도, 연대도, 한산도 등 통영 앞바다의 실제 섬들이 전시 공간으로 확장되었다.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가서 작품을 관람하는 구성.
즉, 관람의 방식 자체가 ‘이동 기반의 예술 체험’이었다는 점에서 세토우치와 유사한 구조를 취했다.
전시뿐 아니라 공연, 워크숍,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되며
지역 작가와 해외 작가가 협업하는 국제행사로서의 틀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 트리엔날레는 1회 이후 멈췄다.
2025년인 지금, 2회는 열리지 않았고, 향후 지속 추진이 불투명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1) 예산과 행정 운영의 한계
2022년 행사 당시 예산은 100억 원 규모였지만,
기획 구조에 비해 집행의 효율성과 장기 지속 전략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특히 운영 주체의 행정 역량 부족과 기획력 중심이 아닌
‘행사 집행 중심’의 구조가 문제로 지적되었다.
2) 섬 기반 운영의 어려움
욕지도, 연대도 등은 접근성이 좋지 않아 관람객 이동
동선이 길고, 체류가 부담되는 구조였다.
일부 섬은 기상 상황에 따라 접근이 제한되었고, 전시
유지·관리도 어려웠다.
3) 시민과 지역의 체감도 부족
외부 작가 중심의 프로젝트가 많았고,
지역 주민들과의 연결이 약해 ‘도시를 위한 예술제’인지,
‘예술을 위한 도시 무대’인지 애매한 구조로 보였다는
평도 있었다.
나는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다.
왜냐하면 서울은 통영과는 전혀 다른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섬은 대부분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있고, 다리와 지하철, 자전거, 도보로도 접근 가능하다.
즉, ‘멀어서 못 가는 섬’이 아니라,
‘가까워도 의식하지 못한 섬’이다.
이 섬들을 예술로 연결하는 서울 예술섬 페스티벌은
트리엔날레처럼 3년에 한 번 열리는 것이 아니라,
매년 반복적으로 개최되는 도시형 축제이다.
매년 열리기 때문에 계절적 리듬을 만들 수 있고,
‘가을이면 서울섬을 돌아보러 가야지’ 같은 일상의 문화화가 가능하다.
먼저, 접근성이 압도적으로 좋다.
서래섬, 노들섬, 선유도, 밤섬, 여의도 모두 한강변에 자리하고 있어
대중교통과 도보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심지어 섬과 섬 사이를 유람선으로 연결하면, 그 자체가 ‘이동형 전시관’이 된다.
관람객은 예술작품을 보며 물길을 따라 이동하고, 그 여정 자체가 하나의 서사가 된다.
둘째, 운영 인프라가 이미 갖춰져 있다.
노들섬엔 공연장이 있고, 선유도엔 정원이 있고,
여의도엔 조명과 빛섬, 불꽃축제가 있고, 밤섬엔 기억과 생태가 있다.
완전히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공간에 감각을 덧입히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훨씬 더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구조가 만들어진다.
셋째, 시민 참여형 콘텐츠 구성도 유리하다.
매년 같은 섬을 가더라도 콘텐츠는 매번 바뀔 수 있다.
동네 주민들과 함께 정원을 만들고,
아이들이 자연 속 조각을 찾는 탐험을 하는 등
지속 가능한 참여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제적인 효과도 분명하다
한강 섬이라는 입지 자체가 관광과 연결되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섬투어 + 전시 패키지를 만들 수도 있고, 유람선 티켓, 푸드트럭, 팝업스토어 등으로
도심형 축제다운 소비 동선도 구성할 수 있다.
또 매년 반복된다면, 전시 운영, 공간 관리, 유람선 협력 등에서 계절형 문화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진다.
청년 기획자, 시각예술가, 공연기획자, 공간 운영 인력 등에게 서울 안에서 일할 수 있는 실질적인 프로젝트 기회를 주는 셈이다.
처음부터 누군가의 테이블 위에 올라갈 준비가 된 건 아니다.
내가 영등포구청에서 공무원으로 일할 때 서울시 내부 직원 대상 정책 아이디어 공모가 있었는데,
그때 이 페스티벌을 두 장짜리 기획서로 제출했었다.
결과는 낙선.
밤섬은 출입 제한 구역이고, 섬 간 유람선을 운영하려면 비용도 만만치 않고, 함께 엮여야 하는 부서와 기관이...
대충 상상해도 서너곳이 넘는다.
그땐 그냥, ‘책상 위에서 끝난 공상 하나’라고 생각했다.
도시와 예술, 생태와 구조물을 연결하는 상상이 현실에 닿기엔 상당한 예산 확보가 필요하고, 협의해야 하는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긴 하다.
그런데 최근, 밤섬을 대중에게 일부 개방하자는 논의가 실제로 나오고 있다.
서울시의회에서는 생태교육 목적의 제한적 개방을 제안했고, 환경단체와 공공기관도 시범운영 가능성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그걸 보는데 한 번은 접어두었던 이 기획이 아주 천천히, 현실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야 조금 알게 되더라. 기획이라는 건 반드시 지금 당장 실행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어떤 기획은, 조금 늦게 도착하는 예언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예언이 스스로 현실이 될 때까지 누군가의 장바구니 속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것.
나의 장바구니엔 아직 담겨 있다.
그리고 언젠가,
이 장바구니를 조용히 꺼내 펼쳐볼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도시는 늘 조금씩 변하고,
사람들은 늘 뭔가를 기다리고 있고,
기획자는 늘 그 틈에서 상상한다.
다섯개의 섬은 그대로지만, 감각은 바뀔 수 있다.
예술은 그렇게, 조금 늦게 도착해도 괜찮은 언어다.
올해도 나는 이 섬들을 건널 생각이다.
누구보다 먼저, 상상으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