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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 없는 그

깜박이

by 전상욱

건망증 없는 그


전상욱


상쾌한 아침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달린다


네비게이션의 고운 목소리

퇴계원IC 빠져나가라며 안내방송을 한다

내가 핸들을 꺾자


실례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깜박깜박!

깜박이가 불빛으로

소리 없이 말을 한다


한 번도

주인공이 되어본 적 없는 그 작은 불빛이

지금은 앞서서 나를 끌고 간다


작다고 우습게 보지 말라는 듯…

깜빡이는 나처럼 깜빡 잊어 먹지 않고

내게 그 많은 길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23. 0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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