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지하철을 타러 줄을 선다.
아침 출근 시간에는 사람이 많다.
특히 환승 구간은 더욱 더 많다.
줄을 서면 보통 두 갈래로 나눠 선다. 그렇게 뒤로 쭈욱 한명씩 서는데 이때 애매한 순간이 온다.
뒤로 길게 서다가 계속 사람이 밀려 들어오면 두 갈래 사이로 한 줄이 더 생긴다.
줄이 모호해지면서 우린 뭉텅이처럼 서있다.
선입선출(先入先出).
먼저 선 사람이 먼저 타는 게 암묵적 규칙인데, 기다리다가 지하철이 도착하고 문이 열리면 두 줄이 아니라 세 줄로 탄다.
그러다가 이내 줄이 엉켜진 채로 타게 된다.
이 이상한 상황이 출근시간엔 자연스럽게 허용된다.
먼저 온 사람에게는 불공평하다.
'내가 먼저 왔는데..' 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일부는 용기를 내어 이 일로 인해 조심히 말을 건네기도 하지만 그러면 보통 다투는 상황으로 이어져 쉽게 말하지 않는 분위기다.
모두에게 맘 편한 상황은 아니다.
1분1초가 아깝고 예민한 시간. 누구에게 말을 걸거나 감정소모 할 여유가 없어서 보통은 지나간다.
이해는 된다.
사람이 너무 많고 공간이 많은 사람을 커버할 수 없어서인 것을 안다.
하지만 줄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먼저오고 나중오고 상관없이 뭉텅이가 되어 탄다는게 내머릿속에 물음표를 남긴다.
자주 경험하는 일이지만 매번 그 자리에 있을 때마다 생각이 든다.
줄의 의미는 무엇인가.
서로의 체면은 없는가.
오늘보고 내일 안볼사람이라 그런가.
서로 눈감아줘서 그런건가.
이 정도면 그냥 문화인건데 내가 예민한건가 싶기도하다.
하지만 애매하고도 이상한 이 문화로 잡힌 이 상황은 여전히 조금도 불편하다.
규칙이 무력화되는 순간.
나는 내일도 같은 생각을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