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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상절리 Apr 21. 2024

3년 후 내가 답하는 그시절 고민

마케팅을 처음 맡게 됐을 때 이거 때문에 끙끙

사실 마케터를 하고 싶었다. 연합광고동아리 활동을 하며 왠지 광고대행사랑은 나랑 맞지 않은 것 같았고, 인하우스 마케터를 언젠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더랬다. 운좋게 MD로 입사했고, 또 좋은 기회가 닿아 마케터로 직무가 바뀌었다.


돌이켜보면 마케터로 일한 1년간은 참 힘들었다. 끔찍한 나를 견디는게 무척이나 어려웠기 때문. 과연 고민이 해결될 수 있을지 두려웠고 막막함도 컸다. 그럴수록 그런 나를 제대로 마주하려 노력했고, 할 수 있는대로 많이 읽고 시도했으며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퇴사할쯤 예전의 기록을 읽어보니 거의 다 해결되어 있었다.


시간이 약이다라는 뻔한 이야기는 아니고. 어떻게 이 고민을 해소할 수 있었는지 적어본다.



1. 왜 나는 꼼꼼하지 않지

콘텐츠 작성을 하거나 데이터 작업을 할 때 꼼꼼하지 못해 놓치는 부분이 꽤 있었다. 물론 공유하거나 게재 전에 당연히 재차 여러 번 검수하는게 필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가다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이미 일이 벌어진거니 최대한 빨리 대응하고, 노션에 실수 모음표와 해당 업무 10계명을 만들어 유의사항을 최대한 자세히 기록해뒀다. 모니터 아래에 포스트잇을 붙여 계속 인지하려고 했다.  


특히 매주 4L 회고를 통해 내 상황을 점검했다. 모베러웍스의 책, 프리워커스에서 알게 된 회고 양식으로 4L은 Liked (좋았던 것), Learned (배운 것), Lacked (부족한 것), Longed for (바라는 것)을 의미한다. 안좋은 업무 방식을 개선하는데 효과적이었다.


예전에 적었던거 발췌



2. 왜 내 아이디어는 안될까

밖에서 트렌드라는, 기발하다고 생각되는 걸 갖고 가면 적용되는게 많지는 않았다. 회의 때 주눅들었던 적도 많았고. 돌이켜보니 왜 그게 통과되지 않았는지 알겠더라. 연차가 쌓이면서 아래 사항을 생각하며 아이디어를 냈더니 나름 타율이 높아졌다.


1) 누굴 위한 아이디언가?

: 외부에서 MZ세대 트렌드라고, 요새 핫하다고 가져오지 않는다. 우리 고객들에게 그게 통하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 우리의 메인 타겟이 누군지 정의하고, 고객분들이 자주 쓰는 채널에서 게시물을 살펴보는게 좋다.


2) 우리가 쓸 수 있는 채널은 무엇인가?

: 목적에 따라 채널 전략도 다르게 가야 한다. 노출 목적인지, 아니면 효율이 중요한 구매전환 목적인지에 따라 쓸 수 있는 툴과 메시지가 다르다. 만약 구매전환 목적의 프로모션이라면 오프라인 or SNS 인증이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3) 그래서 이 아이디어를 통해 희망하는 결과는?

: 단순히 '재밌어보여서, 기발해서'로 갖고 오면 설득이 되지 않는다. 이 아이디어를 통해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예상 기대효과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해야한다.


4) 우리 서비스의 톤앤매너에 맞나?

: 내가 추구하는, 좋아하는 톤앤매너와 서비스가 지향하는 톤이 달라 처음엔 좀 힘들었다. 그래도 마케터라면 이를 최대한 공감하고 흡수해야하기에 맞춰가려는 노력을 했다.


고객 조사와 각종 SNS에서 발췌한 후기, 그리고 서비스 내부에 올라오는 후기들도 지속적으로 살펴봤다. 엄마가 또 우리 서비스를 즐겨 쓰기도 해서 가끔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3. 이건 금방 대체될 수 있겠는데

초반엔 운영 업무를 많이 맡았다. 사실 주니어 때는 운영을 하며 서비스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쌓아가는게 기본인데 흥미를 느끼진 못했다. 그래도 어쩌나, 의미를 찾으면서 어떻게든 해야 하는건데..


엄청 큰(거의 개혁 수준의) 변화는 아닐지라도, 내가 속한 자리에서 소소하게 여러 시도를 해봤다. 조금씩이라도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으로서 정체성있게 일하고 싶었다.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개선하거나, 메시지 모수 또는 타입/카피 등을 변주하면서 효과적인 방식을 찾으려 노력했다. 메시지 타입과 카피에 따라 클릭률과 구매전환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A/B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4.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하지

바쁘다바빠 업무사회 속 우선순위를 정하는게 힘들었다. 힘뺄건 빼고 넣을건 넣어야 하는데, 뭐든 다 힘주려고 해서 일정도 어긋나고 지치기도 했던 나날들. 우선순위를 정해 일하는게 중요하다는걸 크게 실감했다. 우선순위 기준을 정했는데 아래와 같다.


✓ 임박성 - 데드라인이 얼마나 남았는가

: 오늘까지 해야하는, ASAP으로 급박한 건들


✓ 내 OKR과 맞나

: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을 설정해 핵심 목표에 부합하는 프로젝트에 시간을 좀 더 투자했다.


✓ 얽혀있는 이해관계자가 많은가

: 보통 규모가 큰 프로젝트일수록 함께 일하는 팀의 범위가 넓어진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섞인 프로젝트일수록 좀 더 신경써서 했다.


✓ 얼마나 많은 고객에게 워킹하나

: 그리고 메시지 발송 업무를 맡았을 땐, 최대한 많은 모수의 고객에게 보내는 건일수록 집중을 더 기울였다.  



5. 어느 마케팅 분야가 잘 맞을까

마케팅도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 퍼포먼스, CRM, 프로모션, 브랜드, 콘텐츠 등 분야가 나뉘어져있다. 내가 속한 마케팅 조직은 인원이 적어 운좋게 여러 분야를 경험해볼 수 있었다. 깊이는 얕을지라도 다양하게 해보면서, 내가 어떤게 맞는 사람인지 명확해졌달까.


데이터를 잘 다루는 것에 동경을 해왔기에 CRM쪽을 재밌어할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내가 그렇게 큰 흥미와 재능이 없다는걸 깨달았다. 캠페인이나 프로모션을 짤 때가 오히려 재밌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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