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이 이탈리아 여행을 간다면 대체로 로마, 피렌체, 포지타노, 베네치아는 꼭 들른다. 베네치아는 우리나라 각종 여행 프로그램에서 자주 소개됐기에, 이 곳의 젤라또는 어떨지 궁금했다. (포지타노는 나중에 갈 예정이라 패스~) 아무쪼록 관광 도시의 최극단을 달리고 있는 베네치아의 젤라또가 넘 궁금했달까!
베네치아에서 숙박을 할까 하다가 숙박비가 감당이 되는 수준이 아니라 볼로냐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로 했다. 참고로 볼로냐에서 베네치아까지 이탈로 열차를 타고 가면, 한 시간 반밖에 걸리지 않는다. 베네치아에 큰 뜻이 있는게 아니라면 볼로냐에 숙박하고 베네치아는 열차로 왔다갔다하는걸 추천.
한국 여행객들에게 유명한 수소 젤라또부터 해서, 2024년 감베로로소에 등재된 맛집을 순차적으로 방문하기로 했다. 아쉽게도 베네치아에 최고 등급(tre coni)를 받은 가게는 없어서, 하위 등급인 가게라도 방문했다.
젤라또 가게 체인인 GROM을 제외하고, 베네치아에만 있는 젤라또 가게 총 5곳을 들렀다. 한 곳 빼고 나머진 살짝 아쉬움이 들었다.
우선 관광지라 그런지 대체적으로 금액대가 다른 지역 대비 너무 비쌌다. 2가지 맛이 4.5~5유로대로 꽤 높은 편이었다. 질감은 너무 퍼석퍼석하고 꽝꽝 얼어있거나, 아니면 곧바로 녹는 등 퀄리티 컨트롤이 잘 안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수소 젤라또를 갔는데, 기대를 너무 하고 간 터일까.. 내 입맛엔 잘 맞지 않았다. 집에서 얼린 아이스크림 퍼먹는듯한 딱딱한 식감이라 내 추구미와는 다른 결이었다.
그래도 베네치아에서 가장 내 취향이었던 곳은 도심에서 좀 떨어져있는 곳에 위치한 Gelateria Il Pinguino. 귀여움과 맛 모두 잡은 기특한 가게다. 매장에서 직접 만들고 있었으며, 독특한 맛이 있었다.
내부에 좌석은 없어 밖에 있는 벤치에 앉아 먹어야 한다. 비가 오면 먹는데 불편하겠지만, 그럼에도 먹을만한 가치는 있다. 다만 좀 단 편이긴 하다.
2가지 맛으로 복숭아와 SLURP라는 헤이즐넛 초콜릿&피스타치오 조합을 먹었다. 복숭아 맛은 소르베가 아니라 젤라또로 만들어 부드럽고 크리미하다. 복숭아 요거트같은 맛으로 상큼달콤하다.
도파민을 유발했던 SLURP는 헤이즐넛 초콜릿 안에 찐득한 피스타치오 잼이 계속 묻어나와 입안을 자극한다. 초코와 피스타치오 맛이 계속 교차되며 쉴새없이 먹는 즐거움을 유발한다. 기억에 남는 맛이었다.
그래도 하나라도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했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며 다시 젤라또 여정을 이어나갔다.
*참고) 다른 베네치아 젤라또 가게 테이스팅 노트